[성명]
HD현대중공업에 면죄부 준 반노동 판결
대법원은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원청 사용자성을 끝내 부정했다. 노조는 2016년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HD현대중공업이 이에 응하지 않자 2017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9년의 세월을 법정에서 싸워온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그들의 권리를 완전히 짓밟는 판결이었다. 수십 년간 다단계 하청 구조 뒤에 숨어 이윤은 독점하고 책임은 회피해온 원청 대기업에게, 대법원이 사법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대법원은 스스로 법 원칙조차 파렴치하게 배신했다. 대법원은 2020년 전교조 판결에서 “헌법의 노동3권은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 규정만으로 직접 효력을 가지는 구체적 권리”라고 선언한 바 있다. 노동3권이 헌법에서 직접 효력을 갖는 살아있는 기본권이라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쥐고 흔드는 '진짜 사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권리 역시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것이다. 오늘 대법원은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발로 걷어찼다. 이로서 사법부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판결문으로 표현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미 시행 중인 법률마저 정면으로 유린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3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명시하고 있다. 수십만 하청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쟁취한 입법적 성과를, 대법원은 판결 하나로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조선소 현장에서 작업 물량·공정·안전·인력 운영 전반이 원청의 지휘와 통제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명백한 현실이다. 사법부가 앞장서 법의 실효성을 말살하는 이 행태는 삼권분립의 파괴이자 입법권에 대한 사법부의 노골적인 역행이지 않은가.
오늘 판결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자동차·물류·건설 등 다단계 하청 구조가 지배하는 산업 전반에 걸쳐, 수백만 비정규·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통째로 박탈하는 위험한 선례로 작동할 것이다. 원청이 이윤은 독식하고 책임은 하청 뒤에 숨는 구조가 사법적으로 승인되는 순간,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은 현장에서 완전히 공문서 속의 문자로 전락한다. 이것은 명백한 대법원의 역사적 수치다.
민주노총은 오늘 대법원의 반헌법적·반노동적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원청 책임 강화와 실질적 사용자성 인정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다. 민주노총은 모든 하청·비정규 노동자들과 함께 원청교섭 완전 쟁취, 개정 노조법의 온전한 실현,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을 위해 더욱 강력하고 단호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26. 5. 2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