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여주기 행정이 부른 서소문 붕괴 참사
서울시 책임회피 용납할 수 없다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콘크리트 잔해가 쏟아지던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피할 틈조차 없었다. 소중한 생명이 그렇게 스러졌다. 이번 사고는 수년에 걸쳐 차곡차곡 쌓인 방치와 무관심이 빚어낸, 철저히 예고된 인재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께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한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무너져 내리고 있을 유가족 여러분께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부상을 입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병상에 계신 분들의 하루빨리 쾌유를 간절히 바란다.
1994년 성수대교, 1995년 삼풍백화점. 수십 명, 수백 명이 스러져간 그 참사들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을 배웠는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정밀안전진단 제도가 도입됐다. 그리고 서소문 고가차도는 2019년 그 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았다. 즉각적인 보수와 사용 제한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것이 바로 서울시다. 이번 철거 공사의 사업명은 '서소문고가 철거공사'로, 발주기관은 서울시이며 총사업비만 119억 6200만원에 달한다. 시민의 세금 119억이 투입된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7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철거를 미룬 이유는 단 하나, 교통체증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시민의 불편함을 이유로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잡은 것이다.
2008년, 서울시는 고가차도 일부 구간에 철제 패널을 덧씌웠다. 외관을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패널 뒤에서는 콘크리트 균열이 조용히 꾸준히 깊어지고 있었다. 감사원도 이미 경고했다. 패널 때문에 노후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균열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고, 빗물은 철근을 녹슬게 하고, 녹슨 철근은 콘크리트를 밀어냈다. 하루 4만 대의 차량이 그 위를 달리는 동안 박락사고는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부실시공의 뿌리엔 구조적 착취가 있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은 준공을 두 달 앞두고 공사는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됐고, 야간·휴일 작업이 일상이었다. 속도전의 압박 속에서 안전 수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것이 우리 건설 현장의 민낯이다.
시민의 안전보다 비용을 앞세우는 행정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노동자의 생명보다 속도를 앞세우는 관행은 반드시 끝내야 한다. 서울시는 이번 붕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하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 안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2026. 5. 27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