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개정 노조법 무력화하는
경기도 사용자성 회피 매뉴얼·노동부 해석지침 폐기하라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아, 경기도가 산하기관에 '사용자성 회피 매뉴얼'을 제작·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범 사용자로서 법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음에도, 스스로 법을 피해가는 꼼수 지침서를 만들어 돌린 것이다.
매뉴얼의 내용은 두 가지 방향에서 노조법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다.
첫째, 시간끌기다. 매뉴얼 4페이지는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서를 받더라도 "즉시 공고하지 말고 노동부 단체교섭판단지원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요청 후 그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 하라"는 예시문까지 명시하고 있다. 노조법상 의무인 교섭공고를 미루고 시간을 끌라는 것이다. 이는 노동부가 지자체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판정을 내릴 것이라는 점을 경기도 스스로 전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둘째, 계약서 조작 꼼수다. 하청·위탁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은폐하기 위해 위탁계약서와 과업지시서의 문구를 수정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발주자의 지시감독'을 '자체 책임'으로, '사전 승인'을 '결과 보고'로, '근무시간 직접 명시'를 '자율 편성'으로 바꾸라 하고 있다. 법률을 준수하고 그 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방정부가 법을 피해가는 방법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이는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외면하겠다는 반노동 행태의 노골적 선언이다.
우리는 경기도만이 이러한 매뉴얼을 배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다. 노동부가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정부가 법률이나 국회에서 심의・의결한 예산에서 정해진 근로조건 등 관련 사항을 집행하는 경우”는 노사교섭대상이 아니라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사용자성을 해석지침으로 사전 차단한 것이다.
노동부의 해석지침이 어떤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는 인천 부평구청 사례가 잘 보여준다. 부평구청은 과업지시서를 통해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에게 새벽 4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를 강제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주간근무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음에도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6월1일 인천 지노위는 생활폐기물수집운반 노동자들이 인천시 부평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사실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기각했다. 노동조건을 직접 결정하면서도 사용자가 아니라는 논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같다.
현재 수십만 명의 지자체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노동부의 해석지침 때문에 교섭요구서조차 발송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교섭을 거부해도 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정신청조차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개정 노조법은 국회가 심의·의결한 법률이다. 노동부 해석지침 한 줄이 법률을 무력화하고, 경기도의 매뉴얼 한 권이 그 무력화된 해석지침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것은 행정이 아니라 입법 파괴다. 이 사태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고, 하청·위탁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 경기도는 즉시 사용자성 회피 매뉴얼을 폐기하고, 전국 지자체는 민간위탁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즉각 응하라
- 노동부는 개정 노조법을 훼손하는 사용자성 회피 매뉴얼의 전국 배포 현황을 즉각 조사하고, 회수·폐기 조치를 취하라
- 노동부는 해석지침을 즉각 폐기하고, 하청·위탁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2026. 6. 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