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살인 면죄부 100일, 정부는 언제까지 쿠팡을 비호할 것인가
오늘로 고용노동부의 쿠팡 산재 은폐 기획감독이 시작된 지 꼭 100일이 되었다. 노동자가 스러져가는 동안 쿠팡은 산재를 조직적으로 숨겼고, 유가족에게 거액의 합의금으로 침묵을 강제했으며, 사고 조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났다. 김범석이 직접 산재 은폐를 지시했다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단 한 명도 법의 심판대에 서지 않았다.
쿠팡의 사례는 갑자기 등장한 예외적 일탈이 아니다. 노동자가 기업의 탐욕 앞에 스러지고, 그 죽음이 숫자로도 기록되지 못하는 일이 이 나라에서는 반복되어 왔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고 김충현 님이 안전 감독도 없이 홀로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SPC 계열사 SPL의 평택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SPC는 노동자가 숨진 그날에도 공장을 멈추지 않았다. 태광산업과 하청 현장에서는 안전 감독 없이 홀로 방치된 채 노동자들이 스러져 갔다.
이 죽음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기업은 살인을 저질렀고, 정부는 방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존재하는가. 경영책임자가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면 처벌받는다는 법이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산재 사망은 줄지 않았고,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은 사례는 손에 꼽는다. 재계는 끊임없이 법의 후퇴를 요구하였고, 정부는 그 요구에 귀를 기울인건 아닌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정작 그 법을 집행해야 할 정부에 의해 형해화되고 있다.
쿠팡 기획감독 100일. 그 100일 동안 유가족들은 뙤약볕 아래 1인 시위를 하였고, 전국을 순회하며 진상 규명을 외쳤다. 그 100일 동안 정부는 침묵했다. 정부의 침묵으로, 쿠팡이 증거를 인멸하고 진실을 덮을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민주노총은정부에 요구한다. 김범석을 쿠팡 산재 사망 및 산재 은폐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즉각 소환하여 수사하라. 증거는 이미 있다. 수사할 의지만 있으면 된다. 100일간의 기획감독 결과를 즉각 공개하고 쿠팡 사태의 전모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라. 중대재해처벌법을 후퇴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법을 약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다. 그 어떤 기업도 노동자의 목숨값으로 이윤을 챙기고 시간만 끌면 조용히 지나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지 마라. 기업살인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원칙을 지금 당장 확립하라.
악질 기업이 노동자를 죽이고도 면죄부를 받는 나라는 산재공화국의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정부가 그 오명의 공범이 되는 것을 우리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쿠팡의 기업살인과 산재 은폐의 진상이 밝혀지고, 김범석과 쿠팡이 마땅한 법의 처벌을 받는 날까지, 그리고 모든 살인기업이 노동자 앞에 무릎 꿇는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2026.6.2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