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의 노후자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100% 확대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현행 70%에서 100%로 전면 확대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자본시장 활성화 및 수익률 제고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노후자산인 퇴직연금을 시장 변동성과 투기적 위험에 빠뜨리려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정책이다.
퇴직연금제도는 노동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민주노총은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폐지하고, IRP 세액공제 추가 납입분까지 100% 위험자산 투자를 허용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정부에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현재 한국의 주식시장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노후소득의 수단인 퇴직연금을 전액 주식시장에 내모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정부는 "증시 호황에 위험자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투자한도를 초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유를 들고 있으나, 최근 주식시장의 상황과 금융시장이 가지고 있는 변동성을 간과한 안이한 시각이다.
올해 코스피는 사이드카가 37차례, 서킷브레이커가 7차례 발동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서킷브레이커는 제도 도입(2000년) 이후 누적 발동 횟수(13회)의 과반이 올해 한 해에 집중된 것으로, 코스닥 역시 사이드카가 20차례 발동하는 등 며칠 간격으로 시장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급등락 장세가 일상이 되었다. 한국판 공포지수인 VKOSPI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을 훌쩍 넘어, 공식 통계 작성(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
시장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국면에서 위험자산 100%의 포트폴리오를 허용한다면, 은퇴 직전 자산 평가액이 폭락하는 시퀀스 리스크에 노출되어 수많은 은퇴 예정자의 노후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안전자산 30% 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 노동자의 노후자산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현행 70% 한도 규제하에서도 퇴직연금사업자는 우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채권혼합형 ETF와 적격 TDF 상품이다. 이들은 주식형 ETF 같은 위험자산으로 70%를 담고, 나머지 30%를 채권혼합형 ETF(주식 비중 절반)로 구성하면 연금계좌의 실질적인 포트폴리오의 주식 비중은 최대 85%까지 높일 수 있다. 또한 일부 상품 조합이나 TDF를 활용할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94%까지 올릴 수 있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인 70% 룰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는커녕, 우회 편법조치로 규제가 실효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아예 폐지한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고위험 상품 판매에 동조해 최소한의 위험 관리 감독 기능마저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IRP 계좌 추가 납입금에 대한 한도도 폐지하려 하고 있다. 추가 납입금에 대해 정부가 국고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 노후자산을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단기 고위험 상품에 100% 집중되도록 허용하는 것은 연금 세제 지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당수는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일반 노동자와 자영업자이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고수익 추구 분위기에 취해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100% 위험자산에 투자를 선택했다가 손실을 입을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개인에게 귀속된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라면 한도 규제 폐지가 아니라, 현재 논의 중인 전문적인 자산운용이 가능한 기금형 퇴직연금의 활성화, 특히 연합형 퇴직연금기금 도입을 위해 정부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은 노후소득의 재원으로서 수익률과 함께 최소한의 안정성도 담보되어야 한다. 정부는 앞장서서 노후소득을 투기로 만드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26. 7. 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