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통령의 반복된 ‘쟁의대상 시행령화’지시,
재계 편들기이자 월권 행위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11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에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명확히 정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 이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 이은 것으로, 정부가 일관된 방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시도가 노조법의 입법 취지를 형해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것이라 보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다.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시행령으로 만들 수 없다”, “이미 행정해석으로 판단을 다 내렸다”면서, 쟁의 대상 범위를 하위 법령으로 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해석은 그냥 의견일 뿐”이라며, 노동부에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침 마련을 압박했다. 행정 각 부처의 판단이 대통령의 한마디로 손쉽게 재검토되는 장면은, 노동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선행되는지 의문을 낳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단체교섭 의제로 선언한 바 있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경영상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안 된다”는 취지를 재확인하며, 이를 명문 규정으로 못박을 것을 요구했다. 노사관계에서 첨예하게 다툴 사안을 특정 대기업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가 성급하게 행정입법으로 재단하겠다는 것인가. 노조법의 보호 대상인 노동자가 아니라 재계의 요구에 정부가 화답하는 모양새나 다름없다. .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거나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만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의 헌법적 근거로 작동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역시 다수의 판례를 통해 위임의 범위가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해왔다.
노동쟁의의 대상을 좁히는 문제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 어디에도 이를 시행령으로 정하라는 위임 규정은 없으며, 노동부조차 이 점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법률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위임이 없어도 만들 수 있고, 나중에 문제 되면 그때 무효로 하면 된다”는 식으로 강행을 지시했다. 이는 위법 소지가 있는 시행령을 일단 만들어놓고 나중에 다투라는 것으로, 법을 지키며 행정을 펴야 한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우리는 노조법이 시행 초기부터 정부의 소극적·후퇴적 태도로 형해화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노동쟁의 대상과 같이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노동계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행정입법으로 축소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26. 8. 1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