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을 외면하는
국회 기후특위의 탄소중립법 개정안 통과를 규탄한다
1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탄소중립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탄소중립법과 국가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가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이에 따라 탄소중립법을 올해 2월까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한을 6개월 여 넘기고서야, 국회 기후특위 임기를 2주 남기고서야 겨우 통과시킨 개정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는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법안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국민을 속이기까지하는 개정안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탄소중립법이 국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과 함께, 국회에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하고, 전지구적 감축 노력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책임과 기여를 명확히 하며,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탄중법 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국회 기후특위의 탄중법 개정안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법안이 되고 말았다. 법 개정 시한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제대로 된 탄중법 전면개정이 되어야 한다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면서까지 국회 기후특위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법안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묻고 싶다.
이번 국회 기후특위 통과 탄중법안은 다시금 탄소배출 감축의 책임을 미래로 미루는 ‘선형감축경로’를 채택했다. 상한선과 하한선을 두는 범위형으로 제출되어 상한선을 보면 뭔가 크게 감축할 수 있는 목표를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등의 규제가 적용되는 목표는 하한선으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선형경로 즉 미래로 책임을 떠넘기는 안을 만들고 만 것이다. 그야말로 국민을 속이는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뿐인가? 산업계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감축 목표를 규정하고 있는 제8조에 법체계에 맞지도 않게 추가하여 신설함으로써 이번 개정안의 핵심 취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국회 기후특위의 우선 고려사항이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드러내었다.
국회는 이번 탄중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에 반대해야 한다. 헌재 결정도 무시한 채 기업 이익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국회 기후특위의 탄중법 개정 대국민 사기극을 폭로하고 중단시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 민주당은 대국민 사기극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 시기 국회 기후특위에 주어진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껍데기 뿐인 법안 통과를 위해 허송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국가 기후정책, 산업정책 궤도의 전면 수정에 나섰어야 했다. 불평등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기후위기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현재의 기후, 산업정책의 작동에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다. 그것이 국회 기후특위의 본질적인 활동이어야 했다.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로 폭주하고 있는 산업정책에 대해 침묵하면서, 탄소감축을 위해서는 산업계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국회 기후특위, 에너지 정의에 눈감고, 물 부족 문제에 귀막은 채, 경쟁력과 국익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산업정책의 대변자가 되어버린 그런 국회 기후특위라면, 그냥 산업계대변특위, 기업대변특위로 명칭을 고쳐 임기를 종료하는게 마땅할 것이다.
사실 제대로 된 탄소중립법 개정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된다. 산업정책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정책이, 산업계의 이익 보전을 위한 산업정책의 알리바이와 근거가 되는 탄중법, 그에 기반한 국가 기후거버넌스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기후위기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국가 기후버넌스로의 전면 개편이다. 노동자는 물론, 농민, 빈민, 여성, 청소년 등 당사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국가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의 전면 재구성이 그 첫걸음이다. 국회는 이번 국회 기후특위의 실패를 거울삼아 지금이라도 즉각 제대로 된 탄소중립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헌재 결정을 온전히 반영하고, 불평등한 기후, 산업정책의 작동을 제어할 수 있는 국가 기후·산업거버넌스의 전면 개편을 담는 탄중법 개정, 그것이 이번 국회 기후특위 탄중법 개정 사기극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다.
2026. 8. 1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