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자의 생명엔 예외가 없다
주간작업 원칙 예외조항 삭제하라
오늘(19일) 새벽 경북 영천에서 청소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 새벽부터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를 위해 청소 차량을 운행 중이던 노동자 3명이 화물차와 충돌하며 발생한 사고다. 가장 먼저 사망한 3명의 노동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중상을 입은 화물 운전 노동자의 쾌유를 빈다.
심야 시간의 노동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2022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야간에 일하다 사망해 유족급여를 신청한 노동자는 1,424명에 달한다. 특히 청소 노동은 야간 노동으로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심야의 도로에서 과속 차량, 음주 운전 차량에 의한 사고가 빈발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날카롭고 위험한 폐기물에 손, 발이 베이고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주간 작업을 원칙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정작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오늘 발생한 사고 역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정한 원칙과 달리 새벽 4시에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했다. 시행규칙이 정한 원칙을 각 지자체의 조례로 무시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영천시의 폐기물 관리 조례 역시 도시미관 저해, 출퇴근 시간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주간 작업 원칙에 예외를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을 통해 원칙을 형해화시키는 조례가 가능한 셈이다. 영천시도 2023년 12월 예외 조항 조례를 신설했고, 그 결과 오늘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가 실시한 '2023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안전 점검 및 실태조사 역무 대행사업’ 최종보고서의 '주간 작업 운영계획 서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1,020곳 중 40.4%인 512개의 업체가 "여전히 야간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예외 조항으로 인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유명무실해진 전시용 법으로 전락한 셈이다.
도시미관이나 교통혼잡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다. 지자체장이 인정하는 경우 예외 할 수 있는 원칙은 결국 ‘지키지 않아도 되는 원칙’이다. 조례나 사업장 사정, 지자체 단체장의 입맛대로 지키거나 지키지 않을 수 있는 고무줄 원칙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나아가 모든 형태의 야간 노동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에 준하는 유해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ILO) 역시 171호 협약을 통해 야간 노동의 시간제한과 금지 등을 권고한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 사회의 기준과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화물차 운전 노동자 역시 심야의 운행을 강요받는 또 다른 피해자다. 화물 노동자들은 과로와 과적, 과속을 강요받으며 심야에도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도시의 미관, 교통의 편의 같은 것들을 위해 청소 노동자들과 화물 노동자들이 심야의 거리로 내몰려 목숨을 잃고 있다. 그러나 어느 기업도 노동자의 생명보다 귀한 것을 만들지는 않는다.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도시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오늘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은 조례 개정을 통해 안전의 원칙을 형해화 한 영천시에 있다. 또한 예외 조항이 이 같은 참사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로 이미 예외 조항을 삭제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음에도 이를 2년 가까이 묵혀두고 있는 국회 역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민주노총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국회는 주간 근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켜라
- 정부와 지자체는 공공서비스를 이윤의 논리에 맡기는 민간 위탁 중단하라
- 밤에는 자야 한다. 정부는 야간 노동자 안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2026. 8. 19.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