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150조 미래대응기금, 노동자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정부가 지난 21일 반도체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한 ‘미래대응기금’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4대 분야에 최대 1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실업과 주거난에 고통받는 청년, 수도권 집중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AI 시대에 대응할 평생교육과 인재양성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재원을 만들어낸 노동자의 몫이 빠져 있고, 재원의 상당 부분이 다시 대기업 지원으로 환류되며, 정작 그 설계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기금의 4대 사용처 가운데 성장동력 분야는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3대 메가프로젝트, 7대 시드 기술 등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사실상 대기업 첨단산업 지원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반도체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내서 낸 세금이, 결국 그 대기업들이 하고 있는 사업에 다시 투입되는 셈이다. 이미 정부는 메가 프로젝트에만 1500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초과세수로 만든 기금까지 얹는 것은 과도하며, 그 정도 투자는 충분한 이익을 낸 기업들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보다는 청년·지방·교육 부문의 비중을 늘리고 성장동력 투자는 최소화하는 것이 기금을 만든 본래 취지에 맞고, 세금을 통해 형평성과 재분배를 추구한다는 원칙에도 부합한다.
반도체 초호황을 만든 것은 현장의 노동자다. 그런데 그 초과이익에서 나온 세금은 다시 반도체·AI 인프라에 재투자되고,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몫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없다. 같은 시기 자동차업종 완성차와 부품사 노동자들이 공동파업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은 자본의 곳간으로, 성장의 위험과 비용은 여전히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구조를 손대지 않은 채 쌓이는 기금은 결국 불평등과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가 그리는 '미래'는 AI와 자동화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미래가 누군가의 일자리를 소리 없이 지워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지원에 일부 노동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고는 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4대 투자 분야 어디에도 AI 산업전환으로 불이익을 겪을 노동자를 위한 고용안정, 재교육, 실직 지원 계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대로는 AI 전환의 이익은 소수에게, 그 충격은 다수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또 하나의 양극화가 만들어질 뿐이다.
150조원이 넘는 국가재정,1500조원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가 설계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노동존중 정부’를 자임하면서, 정작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재정 대전환의 설계도에는 노동의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사후 통보의 대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견 수렴 절차를 보장받아야 한다.
미래대응기금 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성장동력 투자 비중은 최소화하고 청년·지방·교육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며, 4대 투자 분야에는 산업전환 대응 및 고용안정 계정이 신설해야 한다. 기금 조성과 병행해 저임금 노동자·비정규직을 위한 즉각적 재분배 방안도 함께 마련하지 않는다면,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는 더욱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 미래는 자본이 아닌 노동의 것이어야 한다.
2026. 8. 24.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