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노동수사 독립, 검찰의 지휘만 없애면 끝인가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노동감독관을 비롯한 특별사법경찰은 이제 검찰 지휘 없이 노동사건 수사 전 과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전국 기관장을 대상으로 '수사지휘 워크숍'을 열고 관리자 890명 교육, 신규감독관 8주 '수사학교', 노동수사교육원 설립 추진 등을 뼈대로 한 '노동감독관 수사역량 강화 교육계획'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새로운 수사체계로 신뢰받는 노동감독 행정을 만들어 가겠다 한다. 하지만, 정작 따져봐야 할 것은 수사권 이양이 아니라, 그 권한을 쥔 자가 노동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가이지, 권한이 누구 손에 있는가가 아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노동사건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가. 2004년 노동부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약 1만명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2년 뒤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부가 경영책임자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 끝에 불기소로 종결되는 일이 반복됐다. 2017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에서는 검찰이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사건 수사지휘 과정에서 공안적·친자본적 시각을 드러낸 사례가 다수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검찰청이 마련한 새 수사준칙 초안에는 특사경이 검사의 '지도·조언'에 '응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법 개정의 취지는 '상호 협력'인데, 실질적 강제력을 갖는 문구를 끼워 넣은 것은 형식만 바뀔 뿐 과거의 지휘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노동부에 온전히 맡기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대전노동청은 2021년 현대제철에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규정상 25일 안에 해야 할 입건을 28개월이나 미뤘다. 2023년 광주지법이 한전 하청노동자 45명의 직접고용을 명령했음에도 광주노동청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이번에 발표된 교육계획도 강제수사 기법, 디지털포렌식, 법리 검토 절차 등 기술적 역량 강화에 치중할 뿐, 노동3권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대검의 통제적 조항도, 노동부의 기술 중심 교육계획도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다. 권한의 소재를 다투는 데 머물러 있을 뿐, 그 권한이 누구의 눈으로 행사돼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다. 수사권 이양이 형식적 개편에 그치지 않으려면 몇 가지는 분명해야 한다. 대검찰청은 상위 법률이 정한 '협력' 관계의 범위를 벗어나, 하위 규정에서 특사경에게 사실상의 응답 의무를 지우려는 '응해야 한다'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관리자 890명 워크숍과 수사학교 커리큘럼에 강제수사 기법만이 아니라 노동3권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루는 과정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현대제철·한전 사례처럼 대기업·공기업을 상대로 수사가 지연되거나 입건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노동부 스스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구체적 조치 없이 조직도와 교육시간만 늘어놓는 것은, 간판만 바뀐 또 다른 형식적 개편에 그칠 뿐이다.
2026. 8. 25.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