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혐오·차별 대응에서 성소수자 지운 교육부
보호가 아니라 방기다
교육부가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혐오·차별 대응 가이드북'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즉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민주노총은 교육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해당 내용의 즉각적인 복원과 함께 정부의 성소수자 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혐오·차별 대응 자료에서 성소수자를 지우는 행위는 보호가 아니라 방기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의 '반대 민원 부담'을 삭제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차별에 맞서야 할 국가기관이 일부의 반발에 밀려 스스로 보호 대상을 축소했다는 뜻이다. 여성 노동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여성을 빼고, 이주노동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이주민을 빼는 자료가 있을 수 있겠는가. 성소수자를 뺀 혐오·차별 대응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은 오랫동안 여성, 이주, 장애, 성소수자 노동자가 각기 다른 조건에 놓여 있지만 결국 하나의 차별 구조 속에 있다고 말해왔다. 학교에서 차별받는 학생은 노동 현장에서도 차별과 배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의 60.4%가 또래로부터, 31.2%가 교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으며, 여성가족부 통계(2025년)를 보면, 우울 증상 의심 비율은 일반 청소년의 2.5배에 달한다고 발표됐다. 성소수자 학생의 고통은 논쟁거리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침묵과 삭제는 중립이 아니다. 민원이 두렵다고 해서 이미 괴롭힘에 시달리는 학생을 보호 대상에서 뺄 수 있는가. 그것은 중립이 아니라 방기이며, 정작 보호가 필요한 순간에 국가가 눈을 감겠다는 뜻이 아닌가.
우리는 이번 사태가 정부와 여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보하며 보내온 신호가 학교 현장까지 내려온 결과라고 본다. 정권 초부터 이어진 소수자 정책에 대한 모호한 태도가 결국 가장 취약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교육부는 삭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관련 내용을 원안대로 즉각 복원하라. 반발한 전문가 검토진 6인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가이드북의 삭제 경위와 제작·검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혐오와 차별에 맞서야 할 국가가 민원을 이유로 보호 대상을 지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즉각 국정과제로 추진하라. 학교는 일부의 민원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안전과 인권을 기준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026. 8. 2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