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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양형기준은 알리바이가 아니다. 중처법 양형기준 전면 재검토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작성일 2026.09.22 작성자 대변인 조회수 115

[성명]

 

양형기준은 알리바이가 아니다. 중처법 양형기준 전면 재검토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최근 각급 법원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이 법의 취지를 왜곡하여 법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양형기준 마련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은 중처법의 법취지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들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감경 기준이다. 양형위원회는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포함한다라며 피해자와의 합의, 처벌불원서 제출을 가해자의 감경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정했다. 그러나 피해자와의 합의를 적극적인 감경 요인으로 보는 것은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돈으로 처벌을 회피할 수 있다는 알리바이를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지난 4,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항소심 재판부가 아리셀 참사의 가해자 박순관을 징역 15(1)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한 사유 역시 피해회복, 합의때문이었다.

 

처벌불원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처벌불원은 합의금을 받는 조건에 가깝다. 합의금을 받기 위해서는 처벌불원에 서명하라는 요구가 공식처럼 뒤따른다. 이 같은 상황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와 유족에게 더 강요된다. 중대산업재해가 하청 노동자, 이주노동자에게 쏠리고 있는 현실까지 생각한다면, 합의와 처벌불원을 감경요소로 두는 것은 중대재해를 일으켜도 돈으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를 법이 권고해 주는 셈이다.

 

양형위원회는 이 같은 감경 기준을 둔 이유로 과거 다수의 양형 사례에서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에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존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및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한 다른 범죄군에서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 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두고 있는 점, 처벌불원 또는 실질적 피해회복을 특별감경인자로 두어 유족들이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특성을 무시한 판단이며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취지에 맞는 양형기준이라는 말 역시 무색케 한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을 요구했던 것은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연이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었고,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책임을 묻고 피해를 회복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중대산업재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중처법의 양형기준 마련을 요구한 것은 지난 4년간 중처법의 판결 사례가 중대재해의 법취지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양형 사례를 양형기준 마련의 근거로 드는 것은 양형기준을 왜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형식적이고 편의적으로 양형기준을 만들었다는 말뿐이 되지 않는다. 다른 범죄군에서 처벌불원과 피해자의 합의를 감경 요인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형사사건에서 처벌불원을 양형 인자로 두는 것은 피해자의 진의와 관계없이 합의만을 위한 장치에 불과해 피해자에게 진심과 양심과 반하는 의사표시를 강요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대산업재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당장의 수입원이 사라져 경제적으로 더욱 곤궁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범죄군에서도 그러니 중처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겠다는 결정은 양형기준 마련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안이함이다.

 

형량 기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의 기본 양형 범위는 징역 1~ 26개월이다. 말 그대로 중대한 재해에 따른 책임을 묻는 법인 중처법에서도 치사죄의 기본 양형 범위는 16개월 ~ 4년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하지 못한 영역,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죄를 묻지 못한 영역에 대해 더욱 큰 책임을 묻는 것이 중처법의 목적이라면 이 양형 범위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중대산업재해 치사죄의 경우 최대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처벌의 상한을 두고 권고한다. 그러나 중대산업재해에서 피해자의 하한은 있어도 상한은 없다. 피해에는 하한만 있고, 처벌엔 상한만 있는 불균형한 양형기준이다. 이런 기준은 23명의 노동자를 죽이고도 징역 4년의 처벌을 받는 아리셀 참사의 판결이 되풀이될 명분만을 제공할 뿐이다.

 

양형위원회는 그동안 중처법 양형기준을 마련하라는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의 오랜 요구를 무시하다 최근에서 양형기준 마련에 속도를 올렸다. 그러나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이 요구한 것은 이렇듯 졸속이고 형식적으로 만들어 가해자들의 알리바이가 되는 양형기준이 아니다. 중처법의 법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비용으로 치부하는 기업의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우리의 일터가 더 안전하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중처법과 그 양형기준을 요구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늘 발표된 양형기준으로 중처법 무력화 시도가 법적 승인을 받도록 둘 수 없다. 이 양형기준을 알리바이로 다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팔아 이윤을 낼 기업들의 행태 역시 묵과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 참사로 돌아가신 노동자와 그 유가족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많은 노동자의 죽음 위에, 더 많은 시민의 마음을 모아 만들어낸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양형기준은 알리바이가 아니다. 중처법 양형기준 전면 재검토하라!

피해엔 상한이 없다. 양형기준 상향하고 처벌 상한을 없애라!

합의는 용서가 아니다. 합의와 처벌불원은 감경 사유에서 제외하라!

중대재해는 살인이다. 중대재해 발생 경영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라!

 

 

 

2026.9.2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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