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수 '할아버지들'의 민주노총 나들이
지난 2월25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오로지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오랜 기간 복역한 '장기수 선생님들'을 민주노총이 초청한 것이다. 오후 6시께 민주노총을 찾아 사무실을 둘러본 이들은 근처
식당 '지리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들 "식당 이름이 참 좋다"며 자리를 잡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고령인 김석형(88) 옹을 비롯해 지난 12월31일 마지막으로 출소한 손승모(70), 신광수(71) 옹 등 26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이규재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 이수호 사무총장과 간부들, 금속산업연맹 문성현위원장과 이홍우 수석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 총장의 "너무 늦게 모셔 죄송하다"는 인사말에 이어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총선정국을 반영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이루려고 하느냐", "민주노동당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 "이번 총선에는 몇 명이나 출마하느냐"는 질문부터 "대학생과는 연대와 유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송환추진본부를 만들고 토론회 등 여러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데 같이할 수 있겠느냐"까지 다양한 질문이 잇따랐다.
그러나 장기수 출신답게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통일'이었다. 김영제 통일국장이 민주노총의 통일사업을 설명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통일축구선수단 선발지침을 설명하자 감격이 묻어나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설명이 끝난 뒤 "통일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은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냐", "통일축구 지역대회를 할 때는 지역의 모든 민중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통일축구 때 북쪽팀에 줄 선물을 준비할 때는 우리에게도 이야기해달라"는 등 질문과 주문이 이어졌다. "통일농구 구경가서는 쫓겨났지만 통일축구할 때는 로얄석을 주겠죠." 누군가 건넨 농에 김영제 국장이 "통일축구 보러 오실 때는 입장권이 필요없습니다"고 답해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지난해 사업보고 자료집과 통일축구 방북비디오, 민주노총 배지 등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특히 평양 통일축구대회 때 남북팀이 모두 어깨에 달았던 배지를 받아들고는 "이걸 달면 평양 갔다온 셈이지"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한편 지난 1946년 조선피혁에서 노조가 전평간판을 내걸자 대한노총과 서북청년회에서 청년들을 동원해 '대한노총' 간판으로 바꿔달아 싸움이 붙었던 일명 '간판투쟁' 기억을 떠올리던 송계채(67) 선생은 최근 철도와 항만노조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니! 아직도 그런 일이 있단 말이야? 난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진줄 알았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징역에 갇혀있던 수십년 동안 이땅 노동자의 현실은 얼마나 변한 것일까.
이황미 leehm@kctu.org
지난 2월25일 서울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오로지 자신의 '사상'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오랜 기간 복역한 '장기수 선생님들'을 민주노총이 초청한 것이다. 오후 6시께 민주노총을 찾아 사무실을 둘러본 이들은 근처
식당 '지리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들 "식당 이름이 참 좋다"며 자리를 잡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고령인 김석형(88) 옹을 비롯해 지난 12월31일 마지막으로 출소한 손승모(70), 신광수(71) 옹 등 26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이규재 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 이수호 사무총장과 간부들, 금속산업연맹 문성현위원장과 이홍우 수석부위원장 겸 통일위원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 총장의 "너무 늦게 모셔 죄송하다"는 인사말에 이어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최근 총선정국을 반영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어떻게 이루려고 하느냐", "민주노동당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 "이번 총선에는 몇 명이나 출마하느냐"는 질문부터 "대학생과는 연대와 유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송환추진본부를 만들고 토론회 등 여러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데 같이할 수 있겠느냐"까지 다양한 질문이 잇따랐다.
그러나 장기수 출신답게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통일'이었다. 김영제 통일국장이 민주노총의 통일사업을 설명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히 통일축구선수단 선발지침을 설명하자 감격이 묻어나는 박수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설명이 끝난 뒤 "통일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은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냐", "통일축구 지역대회를 할 때는 지역의 모든 민중이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통일축구 때 북쪽팀에 줄 선물을 준비할 때는 우리에게도 이야기해달라"는 등 질문과 주문이 이어졌다. "통일농구 구경가서는 쫓겨났지만 통일축구할 때는 로얄석을 주겠죠." 누군가 건넨 농에 김영제 국장이 "통일축구 보러 오실 때는 입장권이 필요없습니다"고 답해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지난해 사업보고 자료집과 통일축구 방북비디오, 민주노총 배지 등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특히 평양 통일축구대회 때 남북팀이 모두 어깨에 달았던 배지를 받아들고는 "이걸 달면 평양 갔다온 셈이지"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한편 지난 1946년 조선피혁에서 노조가 전평간판을 내걸자 대한노총과 서북청년회에서 청년들을 동원해 '대한노총' 간판으로 바꿔달아 싸움이 붙었던 일명 '간판투쟁' 기억을 떠올리던 송계채(67) 선생은 최근 철도와 항만노조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니! 아직도 그런 일이 있단 말이야? 난 지금은 그런 일이 없어진줄 알았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징역에 갇혀있던 수십년 동안 이땅 노동자의 현실은 얼마나 변한 것일까.
이황미 leehm@kct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