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대사관 100M 집회 금지 정당」판결에 대해
1. 서울 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영태 부장판사)이 오늘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의 '외국 대사관 100M 이내 집회 금지' 통고 처분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을 하위법인 집시법과 경찰 법 집행으로 제한하는 데 면죄부를 준 것으로, 민주노총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조만간 법률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위헌소송을 낼 예정입니다.
2. 재판부는 '이 조항이 외교기관 보호 필요성과 제한 받는 국민 기본권 범위를 적정하게 형량한 것'이라고 원고 패소 판결의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회 시위로부터 외교기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 자체가 '집회 시위는 외교기관을 헤친다'는 선입견을 전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집회의 내용이나 형식 이전에 집회 자체를 원천금지하고 있어 국민 기본권 자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제11조 제1항 평등의 원칙 그리고 제21조 집회와 시위의 자유,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 금지, 제37조 제2항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항목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입니다.
3. 더욱 중요한 것은 현실입니다. 이 조항을 악용하여 재벌들이 앞다퉈 가난한 나라 대사관을 자기 건물에 유치해 자사 건물 앞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고 있습니다.
2000년 6월 온두라스 대사관 삼성 국세청 건물 입주, 2000년 5월26일 종로구 적선동 현대상선 건물 4층 파나마 대사관 유치, 태평로 삼성생명 21층 엘살바도르 대사관 유치, 99년 7월 광화문 동화빌딩 브루나이 대사관 입주, 98년 10월 삼성본사 별관 싱가포르 대사관 유치… 쓸만한 건물이 모두 재벌이나 대기업, 갑부 소유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가 가깝고 교통이 좋은 재벌건물에 외국대사관이 입주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기 조차 합니다.
종로구 운니동 종로타워에는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도미니카 대사관이, 대우센터에는 우루과이, 서린동 SK빌딩에는 파라과이, 무교동 코오롱 빌딩에 카나다, 교보생명 건물에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리랑카, 핀랜드, 호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대사관이, 대한화재빌딩에 아일랜드, 영풍그룹 빌딩에 IBRD와 IFC 공관이, 한화빌딩에는 그리스 대사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내 웬만한 곳에는 집회할 공간이 없어진 형편입니다. 주한 외국공관이 입주한 주소를 표기한 <2000년 국회수첩>을 보면 이게 실감 납니다.
4. 외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친절하게 외국공관 앞 집회 시위를 금지한 한국 법률을 정작 외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곰곰히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대부분 선진외국에서 집회시위 자체가 중요한 사회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사관 앞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한국의 법률이 오히려 이상한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또 일본 고위관료들의 망언이나 주한미군의 독극물 방류 사건이 터져도 일본, 미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조차 못하는 한국을 그들은 얼마나 우습게 보겠습니까?
집시법 제11조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기본권을 제한하는 사대주의 조항이자 집회시위가 없어지기만 바라는 재벌들만 좋은 독소조항으로 반드시 개정해야 합니다. <끝>
□ 관련법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2. 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3. 국무총리공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행진의 경우는 예외로 한다.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보장]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중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1조 [국민이 평등 특수계급제도의 부인, 영전의 효력] ①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21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① 모든 국민의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제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존중, 제한] ②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