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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폭력진압 그 후 열흘 --- 참으로 실망스럽다

작성일 2001.04.19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429
< 2001.4.20 민주노총 성명서 1 >

4.10 폭력진압 그 후 열흘 … 참으로 실망스럽다
반성도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도 없이 맨입으로 때우려는가

1. 천인공로할 폭력진압이 일어난 지 열흘 … 김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이총리 주재로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정부가 내놓은 4.10 폭력진압 수습대책은 이번 참상에 대해 노동자와 국민의 느끼는 분노에 비춰볼 때 매우 실망스럽다. 진지한 반성이 없고 책임자 처벌도 시원치 않으며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 거칠게 말하면 한마디로 맨입으로 때우고 있다.

2. 첫째로 진지한 반성이 없다. 대통령은 경찰이 잘못했다고 '깊은 유감' '매우 개탄' 했지만, 밑에서 특히 민주당은 김중권 대표와 추미애 의원이 총대를 매고 갖은 폭언과 유치한 발언을 쏟아내며 드러내놓고 폭력진압을 비호하고 있고, 노동자들이 전경을 감금 폭행했다며 사실을 과장확대하고 박훈 변호사를 마녀사냥 하듯 매도하고 있다. 경찰은 또 노동자 둘을 구속하고 둘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56명에게 소환장을 때리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고 있다. 이런 행태를 누가 진지한 반성이라고 납득할 수 있겠는가.

3. 둘째로, 모든 책임을 밑바닥 경찰들에게 떠넘기고 상층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23일 "공권력 남용이 있어선 안되겠지만 정당한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도 용납돼선 안 된다"는 대통령 한 마디에 각료들은 4월4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불법시위에 대한 엄정대책을 쏟아내 경찰의 강경진압을 부추겼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폭력진압과 폭력시위 모두 안 된다'는 양비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 총수가 깨끗하게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긴 채, 살아남으려고 경찰대학 동문회를 동원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인천경찰청장과 부평서장에게 내린 직위해제 또한 언제든 다시 영전할 수 있는 가벼운 징계라는 사실에 우리는 그저 놀라울 뿐이다.

4. 다시 이런 끔찍한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해 6월29일 호텔롯데 파업을 짓밟은 데 이어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으로 경찰 내 특수부대인 기동대의 광폭함은 널리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기동대 전체를 해체한 것도 아니고, 기동대 시위진압 투입을 금지한 것도 아니고, 인천경찰청 기동2중대를 해체한 게 쑈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선경찰에게 실사한다는 안전진압 교육 내용도 4월10일 상황의 모든 책임을 노조원과 박훈 변호사에게 떠넘기는 왜곡된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 자칫 '더 강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재발방지 대책의 핵심은 '경찰이 노사관계에서 손떼는 것'이다. 왜 경찰이 대우자동차 노사관계에 끼어 들어 이런 난리를 겪는가. 정부는 범법자 김우중은 해외에서 호화생활 하도록 내버려두고 노동자만 희생시키는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경찰병력을 전위대로 삼아왔다. 대신 교섭과 대화로 풀어야 할 노사관계는 실종됐고, 노동정책은 사라졌다.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복원하고 노동정책을 되살려 더 이상 경찰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러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대우차 노사교섭을 즉각 재개해서 이 문제를 노사가 알아서 풀도록 하고, 대우차에 주둔하고 있는 경찰병력은 철수하면 된다. 아울러 부평일대에 내린 사실상의 계엄령을 해제해서 이 문제에 끼어 든 경찰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 경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 정책 어디에도 이런 고민은 없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언제 다시 경찰과 대우차 노조원이 충돌할지 모르고, 이번 일이 언제 다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아울러 경찰병력을 앞세워 노동자만 희생시키는 잘못된 정책을 밀어 붙여온 정부 정책을 이번 일을 계기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일이 진정한 전화위복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5. 민주노총은 이번 4.10 폭력진압이 진정으로 정상적인 노사관계와 노동정책이 복원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왔다. 우리는 결코 한나라당 처럼 이 문제를 정치공세로만 활용하려는 생각이 없으며, 비정상으로 치달아온 노사관계와 노정관계를 정상 상태로 만드는 계기가 되길 소망해왔다.
하지만 참극이 일어난 지 열흘 동안 대통령, 각료들 그리고 여당과 경찰총수가 보여준 태도에 참으로 실망을 넘어 슬픔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 특히 정부의 안이한 시국인식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 이른바 개혁세력이라 자처하던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침묵과 추미애 의원의 타락한 모습에서 보이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정치 행태에 다물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한나라당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인지, 노동자와 서민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정부 여당의 후안무치한 마녀사냥과 발뺌, 한나라당을 뺨치는 뻔뻔함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정부와 여당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자칭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정치세력들이, 노벨평화상을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이 참혹한 폭력진압 앞에서, 그토록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지 연민과 측은함을 느끼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 행여 남았을지도 모르는 미련을 과감하게 떨치려 한다.
우리는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이게 김대중 정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부의 수습 노력을 지켜봐 왔으나, 그 결과는 참담함 그 자체이며 결국 올 것이 온다는 비장함에 젖어 있다.

6. 우리는 그럴듯한 말이 아니라 깨끗이 책임지고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 조치를 원한다. 조건 없이 대우자동차 노사교섭을 당장 재개하고, 부평에 드리운 사실상의 계엄령을 해제해서 경찰이 더 이상 노사관계에 개입해 원치 않는 진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빠진 수습책은 언제 다시 이런 참극을 다시 부를지 모르는 안이한 대책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정부 여당 경찰이 벌이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박훈 변호사에 대한 마녀사냥과 노조원 매도 행위를 중단하라. 이 일은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질이 나쁘고 유치한 행위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를 입에 올리는 정치세력으로 최소한의 품위는 지켜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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