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5.2 민주노총 성명서 >
납득하기 어려운 KBS 9시 노동절 보도
- 방송3사 4월30일 5월1일 저녁 8시·9시 뉴스 종합 평가
1. 세계 노동절 111주년 기념일을 맞아 KBS, SBS, MBC 등 방송 3사는 저녁 8시, 9시뉴스에서 노동절 행사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루 전인 30일 조계종이 민주노총과 경찰에 평화시위를 당부했다는 보도에 그쳤던 SBS 8시뉴스는 5월1일엔 8시뉴스 머리기사로 노동절 집회를 보도했다. KBS 9시뉴스는 4월30일 '노동계 핫 이슈, 주5일제근무' '노사 상생의 길 있다' '경찰, 노동절 평화시위 최대 보장' '폭력시위는 용납 안돼'(미국) '불교계 시위 자제 호소' 등 다섯 꼭지에 이어 5월1일엔 석탄일 관련 머리기사에 이어 세꼭지 '얼룩진 노동절' '신고 왜 했나?' '파리, 시위대 - 공권력 서로 존중' 기사를 내보내며 가장 많은 보도를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0일 노동절 대회에서 충돌이 일어날지를 다룬 '무사히 지나갈까'와 단신으로 '남북 노동자대회'를 다룬 후, 5월1일엔 머리 기사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노동자대회를 다룬 '하나된 남북'을 내보내고 연이어 노동절 대회를 다룬 꽤 긴 분량의 '정리해고 말라'를 내보냈다.
2. 기사량으로만 본다면 KBS 9시뉴스는 이틀동안 무려 8꼭지를 황금시간대로 내보내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KBS 9시뉴스 노동절 관련 보도는 매우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5월1일 '얼룩진 노동절' 기사는 대다수 언론이 모처럼 평화로운 시위라고 평하고 있고, 기자의 보도내용도 '큰 충돌 사태가 없었다'는 것인데, 보도제목에 왜 '얼룩진'이 들어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신고 왜 했나?'에서는 시위 때문에 장사 안 된다는 상인을 등장시키고, 노동계가 경찰에 신고한 행진길을 벗어나서 광화문으로 가려 했다며 꾸짖었다. 30일에 내보낸 '경찰, 노동절 평화시위 최대 보장'은 경찰이 대학로∼종로2가까지 이례적으로 전차로 집회시위를 허용했는데 민주노총이 마치 억지를 부린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였다. 1년에 하루 뿐인 노동자 생일을 평화로운 축제마당으로 삼기 위해 광화문까지 행진을 허용해야 하며, 지구의 날과 석가탄신일와 차별해 노동절 행사만 불허하는 것은 차별대우라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KBS는 이틀에 걸쳐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연결해 내보내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노동계는 법을 지키지 않고 과격시위를 일삼는다는 식의 인상을 주었다.
KBS가 혹시 5월1일 노동절 행사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경찰은 평화시위를 최대한 보장'했는데 노동계가 '신고한 계획'까지 어기면서 충돌을 일으켜 '얼룩진 노동절'이 됐고, 우리나라 노동계의 과격시위는 미국이나 프랑스같은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줄거리를 잡아놨다가 미처 제목을 못 바꾼 것은 아닌지 생각될 정도이다.
3. KBS 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노동절 관련 보도에서조차 경제논리로 노동문제를 재단하려는 태도이다. 노동절을 단순히 집회기사 그것도 폭력시위냐 아니냐로만 다루는 데서 뛰어넘어 현재 노동자들에게 부딪힌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다룬 것 자체는 진일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30일 내보낸 '노동계 핫 이슈, 주5일근무제'는 비록 주5일근무 도입이 늦어지는 원인을 노,사,정 모두에게 돌려버리는 문제점은 있다 하더라도 보도주제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30일 내보낸 '노사 상생의 길 있다'는 "노동계가 노동절을 기점으로 본격 춘투를 예고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단병호 위원장과 재계 등 노사 당사자의 인터뷰를 넣어 현안문제에 대해 "노사, 노정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물러서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노사가 서로 맞설 경우 우리 경제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며 노동계 춘투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평소에도 줄기차게 내보내왔으니, 최소한 노동절 하루만이라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드러내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보도가 필요한 일인데, 노동절 보도까지도 '노동계 투쟁=경제회복 걸림돌' 식의 보도를 내보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4. 노동계와 정부의 긴장과 갈등은 갈수록 심각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펼치는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폭넓게 번지는 가운데 일어난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은 노동자는 물론 국민전체의 민심이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등돌리는 민심을 살펴 드러내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는 사회의 공기 노릇을 하기 보다, 정부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정부가 소유한 방송이라 하더라도 SBS, MBC와는 너무나 차별되는 보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된다면 자칫 국민의 정부 후반기를 맞아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받았던 과거의 악몽으로 되돌아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끝>
납득하기 어려운 KBS 9시 노동절 보도
- 방송3사 4월30일 5월1일 저녁 8시·9시 뉴스 종합 평가
1. 세계 노동절 111주년 기념일을 맞아 KBS, SBS, MBC 등 방송 3사는 저녁 8시, 9시뉴스에서 노동절 행사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루 전인 30일 조계종이 민주노총과 경찰에 평화시위를 당부했다는 보도에 그쳤던 SBS 8시뉴스는 5월1일엔 8시뉴스 머리기사로 노동절 집회를 보도했다. KBS 9시뉴스는 4월30일 '노동계 핫 이슈, 주5일제근무' '노사 상생의 길 있다' '경찰, 노동절 평화시위 최대 보장' '폭력시위는 용납 안돼'(미국) '불교계 시위 자제 호소' 등 다섯 꼭지에 이어 5월1일엔 석탄일 관련 머리기사에 이어 세꼭지 '얼룩진 노동절' '신고 왜 했나?' '파리, 시위대 - 공권력 서로 존중' 기사를 내보내며 가장 많은 보도를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0일 노동절 대회에서 충돌이 일어날지를 다룬 '무사히 지나갈까'와 단신으로 '남북 노동자대회'를 다룬 후, 5월1일엔 머리 기사로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노동자대회를 다룬 '하나된 남북'을 내보내고 연이어 노동절 대회를 다룬 꽤 긴 분량의 '정리해고 말라'를 내보냈다.
2. 기사량으로만 본다면 KBS 9시뉴스는 이틀동안 무려 8꼭지를 황금시간대로 내보내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KBS 9시뉴스 노동절 관련 보도는 매우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5월1일 '얼룩진 노동절' 기사는 대다수 언론이 모처럼 평화로운 시위라고 평하고 있고, 기자의 보도내용도 '큰 충돌 사태가 없었다'는 것인데, 보도제목에 왜 '얼룩진'이 들어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또 '신고 왜 했나?'에서는 시위 때문에 장사 안 된다는 상인을 등장시키고, 노동계가 경찰에 신고한 행진길을 벗어나서 광화문으로 가려 했다며 꾸짖었다. 30일에 내보낸 '경찰, 노동절 평화시위 최대 보장'은 경찰이 대학로∼종로2가까지 이례적으로 전차로 집회시위를 허용했는데 민주노총이 마치 억지를 부린다는 인상을 주는 기사였다. 1년에 하루 뿐인 노동자 생일을 평화로운 축제마당으로 삼기 위해 광화문까지 행진을 허용해야 하며, 지구의 날과 석가탄신일와 차별해 노동절 행사만 불허하는 것은 차별대우라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KBS는 이틀에 걸쳐 미국과 프랑스 사례를 연결해 내보내며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노동계는 법을 지키지 않고 과격시위를 일삼는다는 식의 인상을 주었다.
KBS가 혹시 5월1일 노동절 행사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경찰은 평화시위를 최대한 보장'했는데 노동계가 '신고한 계획'까지 어기면서 충돌을 일으켜 '얼룩진 노동절'이 됐고, 우리나라 노동계의 과격시위는 미국이나 프랑스같은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줄거리를 잡아놨다가 미처 제목을 못 바꾼 것은 아닌지 생각될 정도이다.
3. KBS 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노동절 관련 보도에서조차 경제논리로 노동문제를 재단하려는 태도이다. 노동절을 단순히 집회기사 그것도 폭력시위냐 아니냐로만 다루는 데서 뛰어넘어 현재 노동자들에게 부딪힌 문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다룬 것 자체는 진일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30일 내보낸 '노동계 핫 이슈, 주5일근무제'는 비록 주5일근무 도입이 늦어지는 원인을 노,사,정 모두에게 돌려버리는 문제점은 있다 하더라도 보도주제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30일 내보낸 '노사 상생의 길 있다'는 "노동계가 노동절을 기점으로 본격 춘투를 예고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단병호 위원장과 재계 등 노사 당사자의 인터뷰를 넣어 현안문제에 대해 "노사, 노정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물러서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노사가 서로 맞설 경우 우리 경제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며 노동계 춘투가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평소에도 줄기차게 내보내왔으니, 최소한 노동절 하루만이라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드러내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보도가 필요한 일인데, 노동절 보도까지도 '노동계 투쟁=경제회복 걸림돌' 식의 보도를 내보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4. 노동계와 정부의 긴장과 갈등은 갈수록 심각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펼치는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정책을 비판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폭넓게 번지는 가운데 일어난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은 노동자는 물론 국민전체의 민심이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S가 등돌리는 민심을 살펴 드러내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는 사회의 공기 노릇을 하기 보다, 정부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정부가 소유한 방송이라 하더라도 SBS, MBC와는 너무나 차별되는 보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된다면 자칫 국민의 정부 후반기를 맞아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비난받았던 과거의 악몽으로 되돌아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