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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보도]가뭄이냐 파업이냐 --- 그것이 문제로다

작성일 2001.06.1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885
< 민주노총 2001.6.15 보도자료 >

가뭄이냐 파업이냐 … 그것이 문제로다

- 파주서 가뭄 극복 지원 파업레미콘 차량 100대 고민에 빠져
- 농민들 "좀 더 해달라"…노동자 "여의도 농성장 침탈 위기"
- 가뭄 참상 외면할 수 없다 사흘 연장 결단 … 마음은 파업현장에

1. 지난 12일부터 파주에서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논에 물을 대주는 활동을 하고 있는 파업 레미콘 차량 100대가 가뭄을 택할 것인지, 파업을 택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2. 6월 16일 현재 파업 68일째를 맞고 있는 건설운송노조(ku.jinbo.net 위원장 장문기) 소속 레미콘 기사들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많게는 하루 13차례에서 16차례까지 인근 군부대 훈련장에서 물을 실어 갈라터진 논에 물을 대왔습니다. 레미콘 차량 1대가 8톤 분량의 물을 실어 나르니 사흘동안 10만평 넘는 죽은 논을 살려놓은 셈이었습니다. 갈라진 논 보다 더 쩍 갈라진 가슴을 조이던 농민들은 레미콘 기사들이 고마워 어쩔 줄 모르며 빈대떡을 부쳐주고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으며, 레미콘 기사들은 가뭄이 심하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이토록 처참할 줄은 미쳐 몰랐다며 보람 보다도 아픔이 가슴을 짓눌렀다고 합니다.

3. 문제는 레미콘 기사들이 지금 67일째 파업중 이어서 예정된 사흘동안의 가뭄극복 지원 활동을 마치고 15일부터는 파업 노숙장인 여의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이 가뭄에 연대파업이 웬말이냐'며 파업에 강경대응하면서, 오늘이나 내일 안으로 여의도 레미콘 기사 파업 노숙장을 강제진압할 것이란 소식이 들려 이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야 한다는 레미콘 기사들을 붙들고 농민들은 하루만이라도 더 있어달라며 하소연하였습니다.

4. 파업을 택할 것이냐, 가뭄을 택할 것이냐를 두고 건설운송노조는 내부 토의를 거듭한 끝에 파업노숙장을 사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토록 시름에 잠긴 농심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여의도에 남은 동지들이 최선을 다해 지키도록 하자'며 의견을 모으고, 사흘 더 파주에서 가뭄 극복 활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마음은 여의도 파업 노숙장이 경찰에게 침탈당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답니다.

갈라진 논바닥은 우리를 부르지만 기름 값 없어 레미콘 50대 발 동동
농심이 운다 … 수원화성지역 관공서에 협조 요청했지만 '예산 없다'

5. 한편 수원 화성지역에 사는 건설운송노조 소속 레미콘 차량 50대도 가뭄극복 지원을 위해 나섰으나 기름 값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파업 두 달이 넘어 임금도 못 받아 생계까지 막연한 레미콘 기사들은 관공서에서 가뭄극복예산을 기름 값으로 지원해주길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하루 13∼16차례씩 쉴 새 없이 달려야 하기에 줄잡아 기름 값 만 한 대에 10만원은 든다는 데, 파업중인 노동자들에게 이 돈을 너무 큰 돈입니다. 뜻 있는 사람이 지원해주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치물 먹은 반갑지 않은 정심(政心)이 판치고 갈라진 농심(農心)과 노심(勞心)이 만나기가 이렇게 힘든 서기 2001년입니다.

6.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나 가뭄과 농정실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나 모두 한 형제이기 때문에, 비록 '노동자의 1년 농사'인 임단협 시기집중 연대파업 준비로 바쁘지만 짬을 내서 농민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애초에 민주노총은 지난주에 레미콘 차량을 보내는 일을 추진해 파주시청과 협의해오던 중 '레미콘 차로 물을 길어오면 바로 모를 심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모 심을 준비가 되면 연락하겠다'는 파주시청 관계자의 연락을 기다리다 오늘에야 연락이 돼 내일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7. 현재 서울 여의도에서 파업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건설운송노조 소속 레미콘 기사들은 6월12일 아침 8시부터 경기북부 일대에 주차된 레미콘 차량 100대를 몰고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모 군부대 훈련장에서 물을 싣고 파평면 마산리와 법원읍 동문리, 군내면 통일촌 등 세 곳의 논에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8. 지입차주라 불리는 건설산업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전국건설운송노조 소속 레미콘 차량 운전기사들은 지난 해 9월22일 노조를 결성해 신고필증을 받고 올해 4월 10일부터 △ 일요일은 쉬게 해달라 △ 근로기준법 적용해달라 △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 체결하라 △ 운반단가 현실화하라 △ 불량레미콘 납품 근절 △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처벌 등을 요구하며 6월12일 현재 64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미콘 기사들은 지난 5월25일부터 서울 여의도공원 옆에서 레미콘 차량 70여대를 세워둔 채 노숙을 하고 있고, 두 달 째 임금을 못 받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뭄 때문에 힘겨워하는 농민들의 아픔을 못 본 채 할 수 없어 나서게 됐습니다.

<자료>

[건설운송노조] 건설운송노조 경기북부 조합원 100여명이 자신의 레미콘 차량을 끌고
가뭄지원을 한지 3일째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자신들 역시 장기간의 파업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0년만의 가뭄으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 것이다.
레미콘 노동자들은 오전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에 13회 많게는 16회까지 레미콘 차량으로 물을 퍼 나르고 있다.
바싹 마르는 논밭때문에 가슴이 바짝 마르던 농민들은 노동자들의 지원활동에 고마워 어쩔 줄 모르며 수고한다며 빈대떡을 부쳐 주는등 고마움을 표시했다.
생존권을 위해 60일이 넘게 파업을 하는 노동자와 그리고 일년농사의 시작조차 못할까 시름하는 농민이 어찌 다를까?
투쟁조끼를 입고 머리띠를 한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간간히 이야기도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3일을 보냈다.
그러나 힘들게 파업중인 노동자들이 농민들을 돕겠다고 팔을 걷어부친 이 마당에 파주 경찰이 보인 행동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12일 가뭄지원 첫날 경찰은 각 공장에 세워둔 레미콘 차량을 끌고 가뭄현장으로 출발하려는 차를 막아서고 보내주지 않아 2시간동안이나 지체된 사실이 있었다.
한시가 급한 사정에 이 무슨 어이없는 짓인가? 이미 파주시와 협의가 되어서 진행되는 일을 경찰은 무슨 이유로 막는것인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찰의 이러한 작태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가뭄지원을 하는 시간 내내 계속되었는데, 경찰은 노동자들을 죄인 취급하듯 하루에도 몇차례씩 차량번호를 확인하면서 감시를 했다.
농민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살아나는 모를 보면서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노동자들은 경찰의 이러한 행동에 분통을 터뜨렸다.
조합원들은 "우리가 무슨 죄인이냐, 왜 우리를 감시하는냐"며 항의했고 그제서야 파주경찰서장은 사과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 또다시 경찰은 타이어가 펑크나 교체를 위해 이동중인 레미콘 차량 1대를 막아서고 이동을 못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농민들은 서로 물을 대달라고 아우성이고 몇일 더 해달라고 통사정을 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 마당에 경찰은 한 번이라도 더 나르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 무슨 짓인가?
분노한 레미콘 조합원들이 현재(오후 5시) 레미콘 30대를 끌고 경찰서 항의방문 중이다.

### 대민지원 중인 노동자들을 죄인 취급하며 원할한 가뭄극복 지원을 가로막는 경찰은 즉각 사과하고 현장에서 완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
### 레미콘 노동자 파업투쟁 반드시 승리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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