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E Login

가맹산하조직별로 발급한 아이디로만 접속 가능하며, 개인 아이디는 사용 불가합니다.

search

성명·보도

[성명]집회 인원 시간 제한 안될 말

작성일 2001.07.05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311
< 민주노총 2001.7.5 성명서 >

최근 경찰 검찰 움직임 걱정된다
집회 시간 인원 제한 … 상인불편 부추기기

1. 지난 4월10일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 뒤 자숙하는 듯 하던 검찰과 경찰이 마치 3월말 신종 화염병 소동을 연상케 하는 집회 시위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집회시위에 따른 피해 구제를 위해 민형사 소송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서울 4대문 안 집회 인원을 500명까지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경찰은 한 술 더 떠 집회 시간과 인원을 지키지 않았다며 레미콘 기사들과 전교조 교사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했고, 최근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대해 여러 차례 금지 통고를 내리는 등 심각한 기본권 제한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 '경찰 작품' 냄새가 짙은 일부 상인들의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2. 우리는 집회시위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리이지만 그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고 집회 시위를 실제로는 틀어막는 이런 저런 조치들을 취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집회시위에 따른 시민 불편만 해도 그렇다. 집회시위를 벌이면 교통문제 등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을 최소화하는 게 바로 경찰의 업무다.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많은 병력을 배치하고, 차를 보내는 게 아니라 막아서 시위대에 대한 바리케이트로 삼고, 장사하는 상가 앞에 죽 늘어서서 아예 장사를 못하게 하고…. 심지어 명동성당 주위를 1천여 명의 경찰로 에워싸서 실제로 장사를 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꼭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가. 만약 경찰이 끼치는 불편만 줄여도 집회 시위에 따른 시민불편이 70%는 줄어들 것이다.
누군들 파업과 집회와 시위를 하고 싶어하겠는가. 그 심정을 일반 시민들이라고 전혀 모르겠는가. 그렇다고 집회 시위하는 사람과 시민들간의 갈등을 부추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진정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품격을 갖춘 대책은 아랑 곳 않고 이런 식의 대책으로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3. 노동계나 집회시위를 벌이는 시민단체 만큼 경찰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왜 모든 것을 경찰이 떠맡아야 하느냐고. 우리는 경찰의 심정에 동감하는 게 많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사회갈등을 정책으로 풀지 않고 전부 경찰에게 맡겨버린 데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 집회 시위 등의 명목으로 6월 한 달 동안에만 69명의 노동자를 구속했고, 올해 들어 반년동안 159명을 구속했다. 이미 김영삼 정부가 5년 동안 연 100명 꼴로 507명을 구속한 수치를 뛰어넘어, 김대중 정부 집권 이후 3년 6개월 동안 연 170명꼴로 598명의 노동자를 가뒀다. 6월 한 달 동안에는 하루에 두 명씩, 김대중 정부 집권 후에는 이틀에 한 명 꼴로 구속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규모 파업과 집회와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탄압이나 제한, 규제로는 풀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정확히 찾아 파업이나 집회시위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며, 정치가 할 일이다. 특히 노동정책과 사회정책 분야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정책과 정치로 풀 지 않고, 모두 경찰과 검찰에게 알아서 막으라고 맡겨 놓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집회시위를 못하게 할 규제 장치와 엄한 처벌 대책, 검거령, 파업현장 경찰 투입, 심지어 폭력진압 밖에 없다.
비근한 예로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이 잘못 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계의 파업과 투쟁에 대해 정책으로 푸는 게 아니라, 그 투쟁을 주도하는 단병호 위원장 등 노동운동 지도자들에게 현상금 500만원과 계급특진을 걸어 뒤쫓게 하는 일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처럼 검경에게 사회갈등 대책을 맡겨두는 것은 사회갈등을 푸는 게 아니라 거꾸로 사회갈등을 부채질하는 결과 밖에 낳지 못한다. 탄압에 맞선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대정부 투쟁이 바로 그 예이다. 또 지난 2월19일 부평 대우자동차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이 투입된 후 부평과 서울 일대에서 두 달 넘게 강력한 가두시위가 벌어졌고, 4.10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뒤 잠깐 노동계와 경찰의 충돌이 주춤했다가 6월5일 울산 효성공장 파업 현장에 경찰병력이 투입되자 울산에서 심각한 거리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사관계에 경찰병력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킴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4. 그렇지 않아도 현행 집시법은 외국공관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용되는 관행 등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집회인원과 시간 제한까지 추가한다면 헌법에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놓고 하위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실제로는 집회시위를 못하게 하는 꼴이다. 인원 제한 같은 발상이 법 개정으로 까지 갈 수도 없겠지만, 가더라도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말 것이다. 또 설사 결국 법으로 못박는다 해서 집회시위나 파업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집회시위 자체가 원천봉쇄되고 최루탄 지랄탄이 난무하던 군사독재 시절에 집회시위가 어떤 식으로 벌어졌는지를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다.
법은 헌법정신대로 가야 한다. 모든 걸 법으로 제한하고 규제해서 해결할 수 없다. 왜 이렇게 집회와 시위가 많은지 그 원인을 찾아 정책으로 정치로 문제를 풀기 바란다. 그것이 노동자나 시민이나 상인이나 경찰에게나 모두에게 좋은 유일한 해결방안이다. <끝>

수정    삭제          목록
CLO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