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실종, 민생파탄, 민주역행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민주 시민·사회단체의 시국선언
- 2001.7.11 10:00 명동 카톨릭센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올바른 사회개혁, 그리고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해 헌신해온 우리 민주 시민·사회단체들은 퇴행적이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시국을 심각하게 걱정하며 우리의 집약된 견해를 천명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미흡하나마 민주적 정통성을 갖춘 최초의 정부로서 김대중 정권이 출범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역사상 다른 정권들과는 다른 커다란 기대를 보냈다. 김대중 정권이 스스로를 '국민의 정부'라 칭하며 여러 가지 민주적 개혁을 약속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을 가장 우선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일부나마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권출범 삼 년 반이 지난 지금, 개혁은 실종되고 민생은 파탄되었으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 하에서 빚어지고 있는 개혁의 좌초와 인권상황의 악화에 대해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 부패방지법 및 인권법, 정치관련법 등 여러 가지 개혁입법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부패방지법과 인권법만이 알맹이 빠진 누더기 상태로 제정되었을 뿐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보수우익 기득권 세력의 무기로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나아가 설상가상으로 집시법의 개악, 인터넷 내용등급제와 온라인 시위금지, 전자건강카드의 도입 등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정하고 국민을 권력의 검열과 감시 속에 가두려는 온당치 못한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 개정문제에서 보이듯 김대중 정권은 부패한 교육관료, 비리사학재단과 결탁한 보수정치세력의 압력 아래 교육현장을 이권놀음의 시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에 대해서도 의료 공공성을 증진시키는 근본적 대안은 외면한 채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부담만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키는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현 정권이 추진하는 새만금 간척사업, 개발위주의 댐 건설, 국토 난개발을 부추기는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 등은 환경을 무차별하게 파괴하고 우리와 후손들의 삶의 터전과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개혁파탄의 기저에는 김대중 정권이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정책을 취함으로써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려 왔기 때문에 초래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은 구조적 대량실업과 고용불안을 초래했다. 농민들은 개방농정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부채더미에 허덕이게 되었다. 부실화된 금융·산업자본에 투여된 160조원의 공적자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와 주요 기간산업의 해외매각은 국가적 자산을 해외로 유출시키고 그나마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를 축소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조세부담은 늘었으나 고용은 불안해지고 공공복지 혜택은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며 빈익빈 부익부의 방향으로 경제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현정권의 경제정책이 결과적으로 초국적 자본과 재벌들에게는 혜택을 주었을 망정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삶의 기반을 붕괴시킨 재난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이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강압적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민주노총을 선두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 농민과 빈민의 생존권 투쟁, 그리고 시민사회의 여러 민주적 개혁운동은 개혁실종과 민생파탄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려는 '이유 있는' 행위들이었다. 그러나 현정권은 '이유'는 덮어둔 채,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를 제압하려고만 해왔다. 대우자동차, 효성, 레미콘 노동조합, 철거·노점 현장에서 자행된 탄압에서 보듯, 공권력은 때로는 사적 용역집단의 폭력까지 동원하며 폭력배들과 다를 바 없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정권은 삼 년 남짓한 통치기간 동안 이미 김영삼 정권 5년 동안보다 훨씬 많은 601명의 노동운동 관련 구속자를 양산했다. 최근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둘러싸고 탄압과 저항의 악순환이 벌어진 것은 이러한 정부의 공안적 노동정책에 보다 큰 원인이 있다.
또한 김대중 정권의 개혁실종이 수구적 보수세력과의 퇴행적 정권연합, 재집권에 혈안이 된 비합리적 보수우익 야당세력들의 체계적인 방해공작에 의해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취약한 집권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현정권은 자민련, 민국당 등 일련의 퇴행적 수구세력과 더욱 강하게 유착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개혁을 포기해왔다.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추진에서 보듯 김대중 정권의 개혁포기는 민중과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시킨 위에서 보수우익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무대의 전면에 재등장할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을 필두로 한 보수우익 세력은 김대중 정권의 좌표상실과 혼란을 틈타 사회분열을 부추기며 재집권을 위해 반역사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북 적대의식을 부추며 구태의연한 색깔논쟁을 가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평화정착과 사회통합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짓밟고 오로지 집권만을 위해 정략적으로 처신하는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준엄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언론 또한 현재위기를 심화시킨 책임이 크다. 수구적인 언론들은 줄곧 반개혁적·반민중적인 왜곡보도를 일삼아 왔으며 한나라당과 함께 지역감정과 색깔논쟁을 부채질하며 반민족, 반민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최근 세무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탈세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우리는 언론이 그간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거듭나기 위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혹세무민의 논리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민주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와 원로들은 개혁이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 시국에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며 현재의 난국을 타결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만나는 공식적인 면담을 요구한다.
현정권은 이제라도 국민들의 열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고 민족과 국민의 이해를 반영한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현정권이 국민 대다수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 개혁과 참된 민주정치의 길로 나서지 않으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하며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시급히 취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김대중 정권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입장으로 돌아가, 노동기본권조차 부정하는 민주노총에 대한 강압적 와해공작과 노동탄압을 즉시 중지하고, 도시빈민 등 민중, 그리고 시민사회의 생존권 운동 및 개혁운동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 등 노동운동관련 구속수배를 해제해야 한다.
하나,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생존과 생활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자주적 견지에서 국민 대다수의 생활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여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집시법 개악, 인터넷 규제조치, 전자건강카드의 도입 등의 조치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하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입각한 7차 교육과정 및 국립대학교 발전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장기적 교육 및 학문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탈세 언론사 및 비리 언론사주에 대한 수사 및 사법처리는 생색내기와 막후타협으로 종결되어서는 안되며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권 독립을 통해 언론이 권력 비판적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하나,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개발위주의 댐 건설 추진, 국토 난개발 부추기는 판교 신도시 건설계획 등을 전면백지화하고 환경친화적인 종합적 국토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굴욕적인 한중 마늘협상, 농업강국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철회하고, 민족경제의 근간인 농업을 회생시켜야 한다.
하나,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건강보험 재정파탄 대책을 중단하고, 의료 공개념의 기본취지를 살리는 본질적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2001년 7월 11일
개혁실종 ·민생파탄· 민주역행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민주·시민·사회 단체
5월항쟁청년동지회 /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 가톨릭노동상담소 / 가톨릭장년회마창지회 / 강원민중연대(준) / 강원지역총학생회연합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준)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 경기민중연대(준) / 경남대동문공동체 / 경남민중대회위원회 /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 경성대민주동문회 / 경인총련 /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 광주노동자문예운동연합 / 광주민족민주청년회 / 광주전남민중연대회의 / 교육대책위 / 기독교노동상담소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기독시민사회연대 / 김제민주연합 / 남총련 / 내일을여는청년회 / 노동21 / 노동사목 / 노동인권회관 / 노동자의집 / 노동자의힘 /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 노점상연합회 / 녹색공동체 / 녹색연합 / 녹색연합충청본부 / 농민회광주전남도연맹 / 대경총련 /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대전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대전시민사회연대회의 / 대전여성민우회 / 대전주부교실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 대전충남녹색연합 / 대전충남민주노총본부 /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대전충남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 / 대전환경운동연합 / 대전흥사단 / 더불어숲 / 덕성여대 민주화와 사학비리척결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 울산동구사랑어머니회 / 울산동구주민회 / 동아시아역사연구회 / 마산대용담동우회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마창민주노동자협의회 / 마창여성노동자회 / 마창총련 / 매구마당 / 문학예술연구소 / 문화개혁시민연대 / 민권공대위 / 민사랑청년회(준) / 민예총강원도지회 / 민족문제연구소 / 민족문학사연구소 / 민족미술인협회 / 민족자주·민주주의·민중생존권 쟁취 전국민중연대(준) / 민족정기수호협의회 / 민족통일부산청년연대 / 민족화합운동연합 /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경기도지부(준) / 민주노동당경남추진위 / 민주노동당광주광역시지부 / 민주노동당부산지부 / 민주노동당울산시지부 / 민주노동당진주지부 / 민주노동당충북지부 /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 민주노총경기도본부 / 민주노총경남도본부 /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 민주노총전북본부 / 민주노총제주지역본부 /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부산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경기남부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경기동부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광주전남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서부경남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울산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전주완주연합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민변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 / 범민련남측본부 / 범민련부경연합 / 범민련부산연합 / 보건복지민중연대(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 부산경남울산열사추모사업회 / 부산노동자회 / 부산민족민주청년회 / 부산민중연대 (준) / 부산여성회 / 부산인권센터 /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 불교인권위원회 / 사월혁명연구소 /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 산보연 / 새날여는청년회 / 새노리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 새물결청년회 /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 새시대노동자회 / 서귀YWCA / 서울사회과학연구소 / 서주련 / 시민환경연구소 /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쟁취! 대구경북민중연대 /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쟁취전북민중대회위원회 / 신자유주의저지·공안탄압분쇄울산공동투쟁본부 / 실업대책을위한범국민운동경남본부 / 실업지원광주종합센터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양민학살경남도대책위 / 양산노동민원상담소 / 양심수후원회 /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 언론개혁시민연대 / 여성노조마창지부 / 여성민우회 /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학연구소 / 열린사회진주시민의모임 / 열린신앙인사회학교 / 영등포산업선교회 /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 울산노동자운동연대 / 울산노동정책교육협의회 / 울산대학교총학생회 / 울산민주화가족실천협의회 / 울산여성연대모임 / 울산여성회 / 울산인권운동연대 / 울산평등연대(준) / 울산해고자복직협의회 /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 육지회추모사업회 / 익산·군산노동자의집 /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 인권운동센타 / 인권의정치학생연합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인드라망생명공동체 / 인제대민주동문회 / 인천청년연대 / 인터넷웹진대자보 / 인하대학교 교수협의회장 김영규 교수 탄압분쇄와 조양호 재단이사장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 일벗 /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 / 전국가톨릭청년단체협의회 / 전국교수노동조합(준)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 전국노동단체연합 /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 전국노점상연합 각지역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대학교수회 /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준)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전국보건의료노조 / 전국불교운동연합 / 전국빈민연합 / 전국소형어민총연합 / 전국여성노조익산전주지부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 전국철거민연합 각지부 /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 전국학생대표자협의회(준) / 전국학생연대회의 / 전국학생회협의회 / 전농강원도연맹 / 전농경기도연맹 / 전농경남도연맹 / 전농전북도연맹 / 전농제주도연맹 / 전농충북도연맹 / 전보통신연대INP / 전북민중연대회의 / 전북시민운동연합 / 전북여성노동자회 / 전북평통사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 전북환경운동연합 / 전진2001 / 전태일기념사업회 / 정신사회개혁연대 / 정읍민주연합 / 제주4. 3연구소 / 제주YMCA / 제주YWCA /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제주민중연대(준) / 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 / 제주여민회 / 제주주민자치연대 / 제주지역총학생회협의회(준) /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흥사단 /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 진보교육연구소 / 진보네트워크센터 / 진주가톨릭상담소 / 진주사랑청년회 / 참교육학부모회 / 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의사회 / 참여연대 / 참여자치21 /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 / 창우회 / 천주교도시빈민회 / 천주교인권위원회 /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 천주교정의구현상주연합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전주교구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청년진보당 / 청년진보당울산시지부 / 청년진보당충북지부 / 청년환경센터 / 청주청년회 / 추모연대 / 춘천민주사회단체협의회 / 충북민중연대 (준) / 충북지역총학생회연합 / 통일광장 / 통일자료실/ 통일청년회 / 평화를여는가톨릭청년연합회 / 하남민주연대 / 학술단체협의회 / 한국공간환경학회 / 한국교육연구소 /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한국사회경제학회 / 한국사회과학연구소 / 한국산업노동학회 / 한국산업사회학회 / 한국언론정보학회 / 한국여성연구소 / 한국역사연구회 / 한국정치연구회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한국청년단체협의회 / 함께하는시민행동 / 행정개혁시민연대 / 행정개혁시민연합 / 현대중공업 노동자가족협의회 / 현장연대 / 화학섬유연맹울산본부 / 환경운동연합 / 환경정의시민연대 / 희망연대 (총273개)
<시국선언장에서 발표된 정세설명 자료>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책임있는
연대만이 개혁을 가속화한다.
1. '개혁후퇴'와 개혁진영 점검
국가보안법을 비롯하여 인권 교육 환경 의료 여성 등 각 부문의 개혁법안이 무산되고 가뜩이나 미진했던 재벌개혁은 그나마 각종 규제의 완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우차 노동자 폭력진압에 이어 울산의 효성 노동자와 여의도의 레미콘 농성노동자 강제진압 등 경찰 폭력이 도를 넘으면서 1987년 이후 그나마 쌓아온 우리의 민주역량과 개혁동력이 도로아미타불로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와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안팎의 객관적 상황이나 정권 자체의 주관적 조건으로 인하여 매우 다중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고 평가 또한 논자에 따라 다양하였으나 이제 임기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출범 초기 '국민의 정부'의 '개혁'에 대해 기대와 지지를 표명했던 논자나 집단의 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호기로 정계 재계 언론계 등의 수구 반개혁세력의 결집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내년 각종 '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이들의 결집은 더욱 공공연해질 전망이다. 재벌규제의 완화를 주장하는 재계의 움직임과 정부·여당 일각의 호응, 일부 언론의 적극적 지지공세 등 작금의 재벌개혁 후퇴,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사학법인과 강고한 공조를 보여준 야당의 행태,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필칭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엉뚱한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 수구세력과 일부 수구언론의 '색깔론 공조' 등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의 개혁후퇴는 재계, 언론계, 여야를 막론한 정계 등 우리 사회 수구 반개혁진영의 결집과 공세의 계기가 되고 있으며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민주역량과 개혁동력을 보존하고 강화해 나갈 새로운 계기를 우리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IMF구제금융사태 이후 그간 누적되어온 한국자본주의의 병폐를 척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요구는 국내외에서 다같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새로운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이 계기는 변화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그 지지기반을 확보해내기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호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집권 초반부터 재벌과 수구정치권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향후의 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 중차대한 국면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 속에 돌파하기 보다 재벌 및 보수 정치권 등 수구 기득권층과의 적절한 타협 속에 무마하고자 하였고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점차 개혁의 후퇴와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 등장의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구세력의 개혁저항이나 '관료세력에 둘러싸인 개혁대통령의 고립' 등이 더 이상 개혁부진을 변명할 수는 없다.
이와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정리해고 등 구제금융의 한파가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테면 작년 총선연대의 돌풍에서 보는 것처럼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계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노동계를 비롯한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개혁진영이 이를 진영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 똑같이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은 개혁부진을 김대중 정부의 한계나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초국적 자본'의 횡포로만 설명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현 정부의 개혁후퇴와 한계에 대한 점검 못지 않게 개혁세력 혹은 개혁진영의 주체적 역량에 대한 엄정한 자기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2. 구조조정의 '비민주성=비효율성'
이전 정부 역시 문민정부로서 초반 기대를 모았으나 96년-97년 겨울의 노동악법 날치기 통과로 노동계와 전면 대립하고 한보 등 재벌의 부도처리에 발목이 잡히면서 IMF구제금융사태를 맞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한국자본주의는 재벌 총수 1인의 취향에 따라 정해지는 기업의 비민주적 비합리적 의사결정구조(예컨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와 그에 따른 각종 중복투자와 과잉투자, 그리고 그간의 각종 비리사건이 보여주듯 정권이 그것을 용인해주는 댓가로 오고간 거대한 규모의 검은 돈, 단기 외화자금을 동원하여 이 왜곡된 자금흐름을 지지해온 재벌 계열 금융사 등등이 그간 착실히 금융불안을 예비해오고 있었다.
여기에 세계적 과잉생산에 따른 철강, 반도체 등 수출주력품목의 가격하락은 자본국제화 시대에 소재 및 시장 등에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곧바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환부족을 가져왔고 집권 말기에 있던 김영삼 정부의 대응이 신뢰를 받지 못하자 국내외에 심리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IMF구제금융이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처럼 재벌체제의 비민주성·비효율성에서 비롯되어 외환위기 발발에 이르는 내외의 연결고리를 보면서 우리는 현재와 같이 국내외 독점이 고도로 진행되고 이들 간의 산업연관 또한 국경을 넘어 고도로 사회화된 단계에서 효율성은 이미 민주성을 내포하는 것이며 민주성은 또한 이미 효율성을 전제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재벌개혁,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금융감독체계 정비를 축으로 진행된 금융부문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등에서 민주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따라서 효율성 측면에서도 커다란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간의 금융구조조정 속에서 은행을 대신하여 산업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던 자본시장은 자생력을 잃고 약간의 외국인자금만 빠져나가도 휘청거리는 등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의존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시중자금이 은행권에 몰리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은 BIS비율 등을 맞추는데 급급하여 기업금융 보다 가계금융에 치우치고 있다.
구제금융 이후 'IMF 자금지원에 따른 이행각서'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와 외국자본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일정하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각종 '개혁'에서의 일관성 부족,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의 부족 등은 개혁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이것이 다시 개혁의 일관성 부족과 사회적 합의의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빚었다. 개혁 지지기반의 이러한 취약성은 국제기구와 외국자본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주체적 대응을 위축시키는 것이었고 남북관계에서도 미국의 부시정권 출범 이후 대북관계에서 정부의 자율적 운신의 폭을 더욱 협소하게 만든 내부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각 부문의 개혁과제는 정치적 의지 및 역량의 문제, 그에 따르는 구조조정의 비용을 형평성있게 처리할 수 있는 현실가능한 전망을 제시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바람직한 개혁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와 당해 부분 노동자의 참여는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개혁의 동력이다. 그러나 현정권 3년 반 동안의 노동자 구속자 수가 이전 정권 전기간의 구속자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 측을 들러리로 생각하는 정책기조는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무기력해진 노사정위가 이를 잘 보여주거니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불법파업 엄단 운운하는 현재의 노정대립구도는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필시 과잉진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 의미있는 개혁집단과의 대립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대안부재의 과도기적 혼란 속에서 득세한 낭만적 시장주의의 공세는 이들 노동자들을 개혁에 저항하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으로 몰아감으로써 개혁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해당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문제는 각부문 노동자들이 사회통합적이고 내부통제적인 나름의 개혁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도 이들 대안을 둘러싼 의견수렴이나 토론이 정부 내에서는 물론이고 노동·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개혁부진이 김대중 정부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개혁진영의 결집이 부진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은 이 지점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3. 개혁의 가속화를 위한 주체적 조건
따라서 현 정부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개혁과제와 관련하여 개혁을 강제하는 국민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의 독자적 개혁역량을 어떻게 보존하고 강화할 것이냐가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간 국민적 연대와 시민적 지지세력이 취약한 상황 속에서 당해 부문의 직접적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단위사업장이나 산업별로 대안을 조직하고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의 '가뭄 이데올로기'에서 보듯이, 이 경우 일부 언론의 집단이기주의 매도는 더욱 극성스러워서 국민(시민)과 노동자라는 허구적 대립구도를 돌파하기 어려웠다.
기득권세력의 이 허구적 대립구도를 무력화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시민운동은 자칫 노동없는 시민운동으로서 주변적 사안에 매몰될 수 있으며 노동운동은 노동운동대로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을 보지 못하고 단위 사업장이나 개별 산업문제에 매몰됨으로써 양측 모두 우리 사회의 중장기적 개혁을 두루 관장하는 총체적 구상을 책임지지 못한 채 각각 파편적 문제집단으로 왜소화될 수 있다.
더욱이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처럼 해외변수에 민감하고 내수기반은 취약한 소규모경제는 산업·금융정책의 국민적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현실에서 건전한 내수의 기반이 되는 근로 국민대중의 생계안정=고용안정은 단순히 실업대책이나 복지정책의 차원의 아니라 안정적인 중장기 거시경제 발전의 핵심이며 우리 사회 중장기 발전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은 시민적 삶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건전한 노동운동 없이는 불가능하며 노동운동 또한 인권, 환경, 문화 등 시민적 삶의 질을 확충하는 다양한 시민운동 없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현 정세 속에서 이는 현단계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단순히 현 지도부에 대한 압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 하반기 이후 더욱 급박해질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개혁진영 전반에 대한 압박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고립이 조만간 시민·사회운동 등 범개혁진영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적 삶의 질을 규정하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조건을 조망하면서 노동운동과 통일, 환경, 여성, 문화, 교육, 인권 등 각 부문운동 및 시민운동진영이 책임있는 공조와 연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에게 준엄한 역사적 요구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객관적 정세 또한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 및 광범위한 시민사회 개혁진영이 스스로의 역량을 결집할 때만이 비로소 제도정치권 내의 개혁세력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견인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개혁은 오히려 노동계와 시민사회 진영이 이 새로운 의미에서의 대안적 사회세력으로 결집되어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
민주 시민·사회단체의 시국선언
- 2001.7.11 10:00 명동 카톨릭센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올바른 사회개혁, 그리고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해 헌신해온 우리 민주 시민·사회단체들은 퇴행적이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 시국을 심각하게 걱정하며 우리의 집약된 견해를 천명한다.
우리 현대사에서 미흡하나마 민주적 정통성을 갖춘 최초의 정부로서 김대중 정권이 출범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역사상 다른 정권들과는 다른 커다란 기대를 보냈다. 김대중 정권이 스스로를 '국민의 정부'라 칭하며 여러 가지 민주적 개혁을 약속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을 가장 우선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일부나마 의식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권출범 삼 년 반이 지난 지금, 개혁은 실종되고 민생은 파탄되었으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 하에서 빚어지고 있는 개혁의 좌초와 인권상황의 악화에 대해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 부패방지법 및 인권법, 정치관련법 등 여러 가지 개혁입법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부패방지법과 인권법만이 알맹이 빠진 누더기 상태로 제정되었을 뿐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서슬 퍼런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보수우익 기득권 세력의 무기로서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나아가 설상가상으로 집시법의 개악, 인터넷 내용등급제와 온라인 시위금지, 전자건강카드의 도입 등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정하고 국민을 권력의 검열과 감시 속에 가두려는 온당치 못한 조치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 개정문제에서 보이듯 김대중 정권은 부패한 교육관료, 비리사학재단과 결탁한 보수정치세력의 압력 아래 교육현장을 이권놀음의 시장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파탄에 대해서도 의료 공공성을 증진시키는 근본적 대안은 외면한 채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부담만을 일방적으로 증가시키는 개악이 진행되고 있다. 현 정권이 추진하는 새만금 간척사업, 개발위주의 댐 건설, 국토 난개발을 부추기는 판교 신도시 개발계획 등은 환경을 무차별하게 파괴하고 우리와 후손들의 삶의 터전과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개혁파탄의 기저에는 김대중 정권이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경제정책을 취함으로써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려 왔기 때문에 초래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를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은 구조적 대량실업과 고용불안을 초래했다. 농민들은 개방농정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부채더미에 허덕이게 되었다. 부실화된 금융·산업자본에 투여된 160조원의 공적자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와 주요 기간산업의 해외매각은 국가적 자산을 해외로 유출시키고 그나마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를 축소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조세부담은 늘었으나 고용은 불안해지고 공공복지 혜택은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며 빈익빈 부익부의 방향으로 경제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현정권의 경제정책이 결과적으로 초국적 자본과 재벌들에게는 혜택을 주었을 망정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삶의 기반을 붕괴시킨 재난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김대중 정권이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강압적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태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민주노총을 선두로 한 노동자들의 투쟁, 농민과 빈민의 생존권 투쟁, 그리고 시민사회의 여러 민주적 개혁운동은 개혁실종과 민생파탄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려는 '이유 있는' 행위들이었다. 그러나 현정권은 '이유'는 덮어둔 채,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이를 제압하려고만 해왔다. 대우자동차, 효성, 레미콘 노동조합, 철거·노점 현장에서 자행된 탄압에서 보듯, 공권력은 때로는 사적 용역집단의 폭력까지 동원하며 폭력배들과 다를 바 없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정권은 삼 년 남짓한 통치기간 동안 이미 김영삼 정권 5년 동안보다 훨씬 많은 601명의 노동운동 관련 구속자를 양산했다. 최근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둘러싸고 탄압과 저항의 악순환이 벌어진 것은 이러한 정부의 공안적 노동정책에 보다 큰 원인이 있다.
또한 김대중 정권의 개혁실종이 수구적 보수세력과의 퇴행적 정권연합, 재집권에 혈안이 된 비합리적 보수우익 야당세력들의 체계적인 방해공작에 의해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취약한 집권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현정권은 자민련, 민국당 등 일련의 퇴행적 수구세력과 더욱 강하게 유착하면서 국민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개혁을 포기해왔다. 박정희 기념관의 건립추진에서 보듯 김대중 정권의 개혁포기는 민중과 대다수 국민들을 희생시킨 위에서 보수우익 기득권 세력들이 권력무대의 전면에 재등장할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한나라당을 필두로 한 보수우익 세력은 김대중 정권의 좌표상실과 혼란을 틈타 사회분열을 부추기며 재집권을 위해 반역사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북 적대의식을 부추며 구태의연한 색깔논쟁을 가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평화정착과 사회통합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짓밟고 오로지 집권만을 위해 정략적으로 처신하는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준엄한 국민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언론 또한 현재위기를 심화시킨 책임이 크다. 수구적인 언론들은 줄곧 반개혁적·반민중적인 왜곡보도를 일삼아 왔으며 한나라당과 함께 지역감정과 색깔논쟁을 부채질하며 반민족, 반민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최근 세무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듯 탈세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우리는 언론이 그간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거듭나기 위해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혹세무민의 논리로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민주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와 원로들은 개혁이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 시국에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며 현재의 난국을 타결하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만나는 공식적인 면담을 요구한다.
현정권은 이제라도 국민들의 열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고 민족과 국민의 이해를 반영한 경제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현정권이 국민 대다수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해 개혁과 참된 민주정치의 길로 나서지 않으면 국민과 역사의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엄숙히 선언하며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시급히 취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김대중 정권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입장으로 돌아가, 노동기본권조차 부정하는 민주노총에 대한 강압적 와해공작과 노동탄압을 즉시 중지하고, 도시빈민 등 민중, 그리고 시민사회의 생존권 운동 및 개혁운동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 등 노동운동관련 구속수배를 해제해야 한다.
하나,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생존과 생활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자주적 견지에서 국민 대다수의 생활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여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집시법 개악, 인터넷 규제조치, 전자건강카드의 도입 등의 조치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하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입각한 7차 교육과정 및 국립대학교 발전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장기적 교육 및 학문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탈세 언론사 및 비리 언론사주에 대한 수사 및 사법처리는 생색내기와 막후타협으로 종결되어서는 안되며 소유지분 제한과 편집권 독립을 통해 언론이 권력 비판적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하나,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개발위주의 댐 건설 추진, 국토 난개발 부추기는 판교 신도시 건설계획 등을 전면백지화하고 환경친화적인 종합적 국토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하나, 굴욕적인 한중 마늘협상, 농업강국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등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을 철회하고, 민족경제의 근간인 농업을 회생시켜야 한다.
하나, 민중 및 국민 대다수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건강보험 재정파탄 대책을 중단하고, 의료 공개념의 기본취지를 살리는 본질적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2001년 7월 11일
개혁실종 ·민생파탄· 민주역행의 현 상황을 우려하는 민주·시민·사회 단체
5월항쟁청년동지회 /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 가톨릭노동상담소 / 가톨릭장년회마창지회 / 강원민중연대(준) / 강원지역총학생회연합 /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준)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 경기민중연대(준) / 경남대동문공동체 / 경남민중대회위원회 /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 경성대민주동문회 / 경인총련 /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 광주노동자문예운동연합 / 광주민족민주청년회 / 광주전남민중연대회의 / 교육대책위 / 기독교노동상담소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 기독시민사회연대 / 김제민주연합 / 남총련 / 내일을여는청년회 / 노동21 / 노동사목 / 노동인권회관 / 노동자의집 / 노동자의힘 /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 노점상연합회 / 녹색공동체 / 녹색연합 / 녹색연합충청본부 / 농민회광주전남도연맹 / 대경총련 /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대전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대전시민사회연대회의 / 대전여성민우회 / 대전주부교실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 대전충남녹색연합 / 대전충남민주노총본부 /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대전충남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 / 대전환경운동연합 / 대전흥사단 / 더불어숲 / 덕성여대 민주화와 사학비리척결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 울산동구사랑어머니회 / 울산동구주민회 / 동아시아역사연구회 / 마산대용담동우회 /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 마창민주노동자협의회 / 마창여성노동자회 / 마창총련 / 매구마당 / 문학예술연구소 / 문화개혁시민연대 / 민권공대위 / 민사랑청년회(준) / 민예총강원도지회 / 민족문제연구소 / 민족문학사연구소 / 민족미술인협회 / 민족자주·민주주의·민중생존권 쟁취 전국민중연대(준) / 민족정기수호협의회 / 민족통일부산청년연대 / 민족화합운동연합 /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경기도지부(준) / 민주노동당경남추진위 / 민주노동당광주광역시지부 / 민주노동당부산지부 / 민주노동당울산시지부 / 민주노동당진주지부 / 민주노동당충북지부 / 민주노총강원지역본부 / 민주노총경기도본부 / 민주노총경남도본부 /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 민주노총부산지역본부 /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 / 민주노총전북본부 / 민주노총제주지역본부 /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부산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경기남부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경기동부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광주전남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대구경북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서부경남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울산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 민주주의민족통일전주완주연합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 민변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 / 범민련남측본부 / 범민련부경연합 / 범민련부산연합 / 보건복지민중연대(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 부산경남울산열사추모사업회 / 부산노동자회 / 부산민족민주청년회 / 부산민중연대 (준) / 부산여성회 / 부산인권센터 /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 불교인권위원회 / 사월혁명연구소 /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 산보연 / 새날여는청년회 / 새노리 /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 새물결청년회 /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 새시대노동자회 / 서귀YWCA / 서울사회과학연구소 / 서주련 / 시민환경연구소 /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쟁취! 대구경북민중연대 / 신자유주의반대·민중생존권쟁취전북민중대회위원회 / 신자유주의저지·공안탄압분쇄울산공동투쟁본부 / 실업대책을위한범국민운동경남본부 / 실업지원광주종합센터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양민학살경남도대책위 / 양산노동민원상담소 / 양심수후원회 /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 언론개혁시민연대 / 여성노조마창지부 / 여성민우회 /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학연구소 / 열린사회진주시민의모임 / 열린신앙인사회학교 / 영등포산업선교회 / 예장민중교회선교연합 /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 울산노동자운동연대 / 울산노동정책교육협의회 / 울산대학교총학생회 / 울산민주화가족실천협의회 / 울산여성연대모임 / 울산여성회 / 울산인권운동연대 / 울산평등연대(준) / 울산해고자복직협의회 /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 육지회추모사업회 / 익산·군산노동자의집 /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 / 인권운동센타 / 인권의정치학생연합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 인드라망생명공동체 / 인제대민주동문회 / 인천청년연대 / 인터넷웹진대자보 / 인하대학교 교수협의회장 김영규 교수 탄압분쇄와 조양호 재단이사장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 일벗 /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 / 전국가톨릭청년단체협의회 / 전국교수노동조합(준) /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 전국노동단체연합 /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 전국노점상연합 각지역 / 전국농민회총연맹 / 전국대학교수회 /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준)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전국보건의료노조 / 전국불교운동연합 / 전국빈민연합 / 전국소형어민총연합 / 전국여성노조익산전주지부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 전국철거민연합 각지부 /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 전국학생대표자협의회(준) / 전국학생연대회의 / 전국학생회협의회 / 전농강원도연맹 / 전농경기도연맹 / 전농경남도연맹 / 전농전북도연맹 / 전농제주도연맹 / 전농충북도연맹 / 전보통신연대INP / 전북민중연대회의 / 전북시민운동연합 / 전북여성노동자회 / 전북평통사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 전북환경운동연합 / 전진2001 / 전태일기념사업회 / 정신사회개혁연대 / 정읍민주연합 / 제주4. 3연구소 / 제주YMCA / 제주YWCA /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제주민중연대(준) / 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 / 제주여민회 / 제주주민자치연대 / 제주지역총학생회협의회(준) / 제주환경운동연합 / 제주흥사단 /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 진보교육연구소 / 진보네트워크센터 / 진주가톨릭상담소 / 진주사랑청년회 / 참교육학부모회 / 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의사회 / 참여연대 / 참여자치21 / 참여자치와 환경보전을 위한 제주범도민회 / 창우회 / 천주교도시빈민회 / 천주교인권위원회 /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 천주교정의구현상주연합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전주교구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 청년진보당 / 청년진보당울산시지부 / 청년진보당충북지부 / 청년환경센터 / 청주청년회 / 추모연대 / 춘천민주사회단체협의회 / 충북민중연대 (준) / 충북지역총학생회연합 / 통일광장 / 통일자료실/ 통일청년회 / 평화를여는가톨릭청년연합회 / 하남민주연대 / 학술단체협의회 / 한국공간환경학회 / 한국교육연구소 /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 한국노동조합총연맹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 한국사회경제학회 / 한국사회과학연구소 / 한국산업노동학회 / 한국산업사회학회 / 한국언론정보학회 / 한국여성연구소 / 한국역사연구회 / 한국정치연구회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한국청년단체협의회 / 함께하는시민행동 / 행정개혁시민연대 / 행정개혁시민연합 / 현대중공업 노동자가족협의회 / 현장연대 / 화학섬유연맹울산본부 / 환경운동연합 / 환경정의시민연대 / 희망연대 (총273개)
<시국선언장에서 발표된 정세설명 자료>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책임있는
연대만이 개혁을 가속화한다.
1. '개혁후퇴'와 개혁진영 점검
국가보안법을 비롯하여 인권 교육 환경 의료 여성 등 각 부문의 개혁법안이 무산되고 가뜩이나 미진했던 재벌개혁은 그나마 각종 규제의 완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우차 노동자 폭력진압에 이어 울산의 효성 노동자와 여의도의 레미콘 농성노동자 강제진압 등 경찰 폭력이 도를 넘으면서 1987년 이후 그나마 쌓아온 우리의 민주역량과 개혁동력이 도로아미타불로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와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 안팎의 객관적 상황이나 정권 자체의 주관적 조건으로 인하여 매우 다중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고 평가 또한 논자에 따라 다양하였으나 이제 임기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출범 초기 '국민의 정부'의 '개혁'에 대해 기대와 지지를 표명했던 논자나 집단의 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이를 호기로 정계 재계 언론계 등의 수구 반개혁세력의 결집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내년 각종 '선거의 계절'을 앞두고 이들의 결집은 더욱 공공연해질 전망이다. 재벌규제의 완화를 주장하는 재계의 움직임과 정부·여당 일각의 호응, 일부 언론의 적극적 지지공세 등 작금의 재벌개혁 후퇴,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사학법인과 강고한 공조를 보여준 야당의 행태,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필칭 '언론자유 탄압'이라며 엉뚱한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 수구세력과 일부 수구언론의 '색깔론 공조' 등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의 개혁후퇴는 재계, 언론계, 여야를 막론한 정계 등 우리 사회 수구 반개혁진영의 결집과 공세의 계기가 되고 있으며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민주역량과 개혁동력을 보존하고 강화해 나갈 새로운 계기를 우리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IMF구제금융사태 이후 그간 누적되어온 한국자본주의의 병폐를 척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요구는 국내외에서 다같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새로운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이 계기는 변화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그 지지기반을 확보해내기 따라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호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집권 초반부터 재벌과 수구정치권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향후의 구조조정이 올바른 방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이 중차대한 국면을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 속에 돌파하기 보다 재벌 및 보수 정치권 등 수구 기득권층과의 적절한 타협 속에 무마하고자 하였고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점차 개혁의 후퇴와 새로운 권위주의 정권 등장의 조짐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수구세력의 개혁저항이나 '관료세력에 둘러싸인 개혁대통령의 고립' 등이 더 이상 개혁부진을 변명할 수는 없다.
이와 똑같이 중요한 것으로, 정리해고 등 구제금융의 한파가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테면 작년 총선연대의 돌풍에서 보는 것처럼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계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노동계를 비롯한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개혁진영이 이를 진영확대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 똑같이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현재와 같은 개혁부진을 김대중 정부의 한계나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초국적 자본'의 횡포로만 설명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현 정부의 개혁후퇴와 한계에 대한 점검 못지 않게 개혁세력 혹은 개혁진영의 주체적 역량에 대한 엄정한 자기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2. 구조조정의 '비민주성=비효율성'
이전 정부 역시 문민정부로서 초반 기대를 모았으나 96년-97년 겨울의 노동악법 날치기 통과로 노동계와 전면 대립하고 한보 등 재벌의 부도처리에 발목이 잡히면서 IMF구제금융사태를 맞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한국자본주의는 재벌 총수 1인의 취향에 따라 정해지는 기업의 비민주적 비합리적 의사결정구조(예컨대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와 그에 따른 각종 중복투자와 과잉투자, 그리고 그간의 각종 비리사건이 보여주듯 정권이 그것을 용인해주는 댓가로 오고간 거대한 규모의 검은 돈, 단기 외화자금을 동원하여 이 왜곡된 자금흐름을 지지해온 재벌 계열 금융사 등등이 그간 착실히 금융불안을 예비해오고 있었다.
여기에 세계적 과잉생산에 따른 철강, 반도체 등 수출주력품목의 가격하락은 자본국제화 시대에 소재 및 시장 등에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곧바로 국제수지 적자와 외환부족을 가져왔고 집권 말기에 있던 김영삼 정부의 대응이 신뢰를 받지 못하자 국내외에 심리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IMF구제금융이라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처럼 재벌체제의 비민주성·비효율성에서 비롯되어 외환위기 발발에 이르는 내외의 연결고리를 보면서 우리는 현재와 같이 국내외 독점이 고도로 진행되고 이들 간의 산업연관 또한 국경을 넘어 고도로 사회화된 단계에서 효율성은 이미 민주성을 내포하는 것이며 민주성은 또한 이미 효율성을 전제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재벌개혁,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금융감독체계 정비를 축으로 진행된 금융부문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등에서 민주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따라서 효율성 측면에서도 커다란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간의 금융구조조정 속에서 은행을 대신하여 산업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던 자본시장은 자생력을 잃고 약간의 외국인자금만 빠져나가도 휘청거리는 등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의존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시중자금이 은행권에 몰리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까지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은행들은 BIS비율 등을 맞추는데 급급하여 기업금융 보다 가계금융에 치우치고 있다.
구제금융 이후 'IMF 자금지원에 따른 이행각서'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와 외국자본의 입김이 거셀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일정하게 인정한다 하더라도 각종 '개혁'에서의 일관성 부족,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의 부족 등은 개혁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이것이 다시 개혁의 일관성 부족과 사회적 합의의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빚었다. 개혁 지지기반의 이러한 취약성은 국제기구와 외국자본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주체적 대응을 위축시키는 것이었고 남북관계에서도 미국의 부시정권 출범 이후 대북관계에서 정부의 자율적 운신의 폭을 더욱 협소하게 만든 내부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각 부문의 개혁과제는 정치적 의지 및 역량의 문제, 그에 따르는 구조조정의 비용을 형평성있게 처리할 수 있는 현실가능한 전망을 제시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바람직한 개혁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때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와 당해 부분 노동자의 참여는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자 동시에 가장 중요한 개혁의 동력이다. 그러나 현정권 3년 반 동안의 노동자 구속자 수가 이전 정권 전기간의 구속자 숫자를 이미 넘어섰다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 측을 들러리로 생각하는 정책기조는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무기력해진 노사정위가 이를 잘 보여주거니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불법파업 엄단 운운하는 현재의 노정대립구도는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필시 과잉진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 의미있는 개혁집단과의 대립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대안부재의 과도기적 혼란 속에서 득세한 낭만적 시장주의의 공세는 이들 노동자들을 개혁에 저항하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으로 몰아감으로써 개혁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해당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문제는 각부문 노동자들이 사회통합적이고 내부통제적인 나름의 개혁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도 이들 대안을 둘러싼 의견수렴이나 토론이 정부 내에서는 물론이고 노동·시민사회 진영 내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의 개혁부진이 김대중 정부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개혁진영의 결집이 부진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은 이 지점에서 더욱 절실해진다.
3. 개혁의 가속화를 위한 주체적 조건
따라서 현 정부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개혁과제와 관련하여 개혁을 강제하는 국민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의 독자적 개혁역량을 어떻게 보존하고 강화할 것이냐가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간 국민적 연대와 시민적 지지세력이 취약한 상황 속에서 당해 부문의 직접적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단위사업장이나 산업별로 대안을 조직하고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의 '가뭄 이데올로기'에서 보듯이, 이 경우 일부 언론의 집단이기주의 매도는 더욱 극성스러워서 국민(시민)과 노동자라는 허구적 대립구도를 돌파하기 어려웠다.
기득권세력의 이 허구적 대립구도를 무력화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시민운동은 자칫 노동없는 시민운동으로서 주변적 사안에 매몰될 수 있으며 노동운동은 노동운동대로 우리 사회 전반의 모순을 보지 못하고 단위 사업장이나 개별 산업문제에 매몰됨으로써 양측 모두 우리 사회의 중장기적 개혁을 두루 관장하는 총체적 구상을 책임지지 못한 채 각각 파편적 문제집단으로 왜소화될 수 있다.
더욱이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처럼 해외변수에 민감하고 내수기반은 취약한 소규모경제는 산업·금융정책의 국민적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현실에서 건전한 내수의 기반이 되는 근로 국민대중의 생계안정=고용안정은 단순히 실업대책이나 복지정책의 차원의 아니라 안정적인 중장기 거시경제 발전의 핵심이며 우리 사회 중장기 발전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은 시민적 삶의 기반을 만들어내는 건전한 노동운동 없이는 불가능하며 노동운동 또한 인권, 환경, 문화 등 시민적 삶의 질을 확충하는 다양한 시민운동 없이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현 정세 속에서 이는 현단계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단순히 현 지도부에 대한 압박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 하반기 이후 더욱 급박해질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사회통합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개혁진영 전반에 대한 압박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또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고립이 조만간 시민·사회운동 등 범개혁진영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적 삶의 질을 규정하는 국내외 정치경제적 조건을 조망하면서 노동운동과 통일, 환경, 여성, 문화, 교육, 인권 등 각 부문운동 및 시민운동진영이 책임있는 공조와 연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이미 우리에게 준엄한 역사적 요구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객관적 정세 또한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노동계 및 광범위한 시민사회 개혁진영이 스스로의 역량을 결집할 때만이 비로소 제도정치권 내의 개혁세력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견인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개혁은 오히려 노동계와 시민사회 진영이 이 새로운 의미에서의 대안적 사회세력으로 결집되어 주체적 역량을 발휘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