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기획기사 [비정규직 800만 시대](1)∼(4)
2001.07.18, 11:57
[비정규직 800만 시대] (1) 불평등한 고용계약 ‘법망’밖의 근로조건
비정규직의 불만은 사용자들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새로운 형태의 고용계약을 맺도록 하는 점이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서에는 대부분 사용자의 일방적인 해고,노조결성 및 쟁의행위 금지 등이 명문화돼 있다.임금,휴가 등 근무조건도 사용자의 입맛대로 규정돼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눈물의 계약서’로 불린다.
또 사용자는 고용형태를 세분화해 사실상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개념정의에서 이들을 비정규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문제를 외면하려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평등 고용계약 실태=비정규직 고용계약에는 정리해고가 명문화돼 있다. 대기업인 S업체의 고용계약서 제6항에서 ‘어느 일방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1개월전 계약해지 의사 통보로 해지 가능하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D조선 역시 사내하청업체와의 근로계약서에 ‘회사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퇴사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용역업체인 S산업의 근로계약서에 첨부된 서약서에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없으며 재직기간중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 인사상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쟁의행위 금지조항이 들어있다.국영기업도 마찬가지이다. D공사는 용역업체와의 운영용역계약서 10조에 ‘노동쟁의행위 등 유사한 해위로 손해를 입힐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국립 S대는 시설관리업체와의 계약서에 ‘경비원은 학교측 실정에 따라 각종 긴급동원에 협조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추가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았다.L쇼핑은 파견근로자와의 계약서 10조 2항을 통해 ‘전월 만월 근무한 자에 한해 월 1회 월차휴가를 줄 수 있지만 용역료 30분의 1을 삭제한다’고 못박았다.
파견철폐공대위 이병희 집행위원은 “사용주들의 비정규직 선호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용주들이 법망을 피해가며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법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용계약 세분화=사용자들이 노동법 등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용계약을 맺다보니 비정규직의 형태가 세분화,다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모두 8가지. 고용기간을 정해 채용하되 장기적 계속근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임시·계약직,주당 30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근로자파견법에 따라 업체에 고용된 파견근로자,청소·경비 등 일정분야 노무 제공업체에 고용된 용역노동자 등이다.이밖에 호출·일용직,특수고용직,재택노동자,아르바이트 등이 있다.사용자는 사실상 노동자에 대해 직접통제권을 행사하면서도 ‘도급’,‘위탁’ 등의 형태로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민주노총 심동진 조직부장은 “비정규직이 분화되면서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임시·계약직,파견,용역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등 4개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용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념정의 논란=비정규직이란 ‘단일 사용자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계약을 맺어 전일제로 일하면서 해고보호,정기적 승급보장,사회보험 혜택을 누리는’ 정규직에 대칭되는 개념이다.그러나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보니 숫자를 줄이려는 정부와 늘리려는 노동계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매월 고용동향 분석을 발표하는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의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의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특수고용 노동자(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 등),간접고용 노동자(파견,용역 등),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개념의 조율을 위해 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지난 5월 노동부에 ‘비정규직 고용통계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의견서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기준은 고용의 지속성 여부,통상적 노동시간 적용 여부,고용관계와 노무제공 대상자 일치 여부,형식적 고용관계 존재여부 등 4가지로 요약됐다.
/강영수·이학준기자 nomad@kmib.co.kr
2001.07.19, 12:53
[비정규직 800만시대 <2> 불거지는 노사갈등] “노조는 No” 해고―투쟁 악순환
비정규직 노사분규가 대부분 장기화 또는 격렬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측은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재계약거부,사업장 폐쇄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불성실교섭으로 임해 노조원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 만들면 해고=S물류센터의 비정규직 파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의 직원 지모씨(35)는 지난해 3월 동료 35명과 노조를 만들었다.그러자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지씨 등 노조지도부 4명을 해고했다.
S물류센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의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지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원직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S물류센터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므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장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김모씨(41) 등 R가스렌지 제조업체의 계약직 AS사원들은 지난달 15일 회사의 재계약 조건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곧바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회사가 ‘보증인 확대와 사고시 피고용인의 무한책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달 30일 노조에 가입한 63명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방침을 확정했다. 회사측은 “PL법(제조물책임법)시행을 앞두고 계약조건을 변경했을 뿐”이라면서 “63명은 이미 재계약 거부가 확정됐기 때문에 복직시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홍익매점 비정규직 노조 역시 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 3월3일 위원장인 전평호씨(48)가 해고됐다. 쉐라톤워커힐 호텔 명월관 직원들 역시 지난 6월말 비정규직 노조 설립 직후 위원장 조형수씨(30)등 10명이 계약해지 됐다.
◇불성실교섭=지난해 12월 ‘7000여명의 계약직 부당해고 철회와 정규직과의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는 19일 현재 221일이 넘는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 한강철교 고공 시위,2월의 노숙 투쟁에 이어 3월 서울 목동 전화국을 점거하는 등 극렬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4월부터 경기 성남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천막투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위원장 등 7명이 구속됐다.
그나마 한국통신이 협상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파업 5개월째인 지난 4월이었다.그것도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에,회사가 경총에 각각 교섭권을 위임한 형태였다.오는 25일 본교섭을 앞둔 경총은 “회사와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10일 파업에 들어간 전국건설운송노조 역시 노사협상이 실종된 상태다.파업에 들어간 43개 업체 중 S레미콘과 K레미콘을 제외한 41개 업체가 19일 현재 101일째 팽팽한 노사대립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레미콘 운전기사는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왔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건설운송노조측은 “합법적인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았고 노동부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결국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원 50명은 지난 16일부터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같은 사용자측의 불성실교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되더라도 사측이 ‘재계약’문제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합법화와 사용자의 불성실교섭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영수이학준기자 nomad@kmib.co.kr
2001.07.20, 14:46
[비정규직 800만시대 (3) 勞―勞갈등] 독립노조·정규化 ‘아직 험난’
노동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으로 고민에 빠졌다.비정규직의 임금인상,정규직 전환 등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정규직의 기득권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사업장도 있으나 일부 사업장은 급증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고려해 본격적인 노동자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권리찾기를 위해 독립노조,지역-일반노조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증폭되는 노-노 갈등= ㈜캐리어 노-노 갈등의 주원인은 ‘신뢰상실’과 ‘회사이전 불안’으로 요약된다.지난 2월18일 사내 하도급노조 출범때만해도 정규직 노조위원장이 행사에 참여하고 사무실을 빌려주는 등 공조가 이뤄졌다. 그러나 3월 한국통신 계약직노조,이랜드노조의 전국 항의시위 당시의 약속과 달리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사내로 진입하자 공조를 파기했다.
또 5월1일 회사이전설이 보도되면서 정규직 사원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결국 지난 5월 모두 세차례 벌어진 비정규직 집단폭행에 정규직원들이 참여,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85년 들어온 외국계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불안감이 정규직원들을 자극했다”며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한 냉방산업체의 특성상 임시 노동자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한편 캐리어 사내하도급노조의 비정규직원 74명이 19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통신도 구조조정 상황에서 두 직종간 갈등을 겪었다. 계약직 노조의 전신인 한통계약직협의회는 지난해 기존 노조 가입이 좌절되자 독자노조를 설립하려 했으나 설립신고서가 수차례 반려됐다.
정규직 노조는 “정서가 서로 다르다”며 조합원 자격을 규정한 규약까지 바꿔가며 노조단일화를 거부했다. “95년 이후 2만여명의 정규직 사원이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상황에서 비정규직까지 안고 가기가 버겁다”는 게 정규직노조의 반대입장이다.
쉐라톤워커힐호텔 비정규직 노동자 70여명 역시 99년 노조 설립신청을 했지만 해당 구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해당된다며 반려했다.이들은 이후 세차례 정규직 노조에 규약 변경을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조 사례=㈜신호제지는 정규직 노조가 나서서 사내 하도급 노조를 조직했다.97년 IMF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된 신호제지는 98년 9월부터 워크아웃 상태에 돌입,10개월간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임금체불도 500%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조는 90년대 초 15∼20%에 불과했던 비정규직이 35∼40%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노조원들에게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비정규직 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평균연봉은 정규직의 39%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노조 지도부 해고,공장 정리 등 갖은 위협이 있었지만 노조는 지난해 6월 사내 하도급 노동자 80여명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독자노조 설립을 끝까지 돕고 단체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60%대로 올렸다.
롯데호텔노조도 지난해 6월 파업하면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사항으로 제시,비정규직 400여명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인 뒤 파업 74일만에 3년 이상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이랜드노조 역시 지난 3월 265일간의 파업투쟁을 마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얻어낸 바 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 방안=일단 비정규직의 노조설립 등 조직화가 중요하다.노조 설립 방안은 대략 다섯가지. 산별 노조에 기반한 비정규직 산업별 노조,단일 기업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결합인 기업별 노조,비정규직만의 모임인 독자노조 설립이 있다. 또 여성 및 지역에 기반한 지역-일반노조,직종에 따라 결합한 전국단일직종노조 설립 등이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자들의 배타성,원청업체의 법적 책임 회피 가능,사용자의 무성의한 태도 등으로 노조설립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정규직과의 연대,정규직과 공통된 요구사항 마련,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비정규직 연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노동조합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학준강영수기자 arisu@kmib.co.kr
2001.07.21, 11:01
[비정규직 800만 시대] (4·끝) 채용방식 ‘접점’은 없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노와 사는 규모와 노동관련법 개정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앞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와 재계의 극한적 대결 상황에서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비정규직 특위를 구성했지만 노와 사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사용자=비정규직의 정의와 규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58.4%를 차지한다는 노동계의 발표를 부정하고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제시한 26.4%를 실질적인 비정규직 규모로 보고 있다. 노동계와 달리 파견,위탁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직접 고용한 임시?계약직만을 추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앞으로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할 전망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배진한 교수가 발표한 ‘비정규 근로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단기계약직 수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65.8%였다. 경총의 ‘2001년 단체협약 체결 지침’에서도 “고용기회 확대 측면에서 노조를 설득하고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라”고 명문화했다.
경총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실업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면서 “기존 노동관련법에 근거해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도 비정규직 보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 등 무리한 요구가 많은 노사정 특위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최근 비정규직 문제 대처를 위해 근로계약기간의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파견근로대상 업무 자유화,근로기준법에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 신설 반대 등 입장을 굳힌 바 있다.
◇노동계=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간제 고용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계약의 반복 갱신때 정규직 전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간을 정한 고용은 계절적,임시적,일시적인 사유가 명백할 경우로 한정하고 그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53.7%에 지나지 않는 등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지입차주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역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2월 복수노조 설립이 5년간 유예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막아 비정규직 독자 노조가 법외노조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정책기조 아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난망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노조인정 투쟁이 급증하면서 노사정위원회는 이달초 산하에 비정규직근로자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정규직 특위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세계적 추세와 국내 노동시장 유연화 정도에 대한 연구,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 등 특수 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비정규직 고용 및 대책에 대한 국내외 사례 수집과 분석 등의 과제를 다룬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적용 내용을 구체화하는 지침을 개발하고 정규직 전환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지난해 부터 실시하고 있다”며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데 정부가 적극 참여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준강영수기자 arisu@kmib.co.kr
2001.07.18, 11:57
[비정규직 800만 시대] (1) 불평등한 고용계약 ‘법망’밖의 근로조건
비정규직의 불만은 사용자들이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새로운 형태의 고용계약을 맺도록 하는 점이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서에는 대부분 사용자의 일방적인 해고,노조결성 및 쟁의행위 금지 등이 명문화돼 있다.임금,휴가 등 근무조건도 사용자의 입맛대로 규정돼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눈물의 계약서’로 불린다.
또 사용자는 고용형태를 세분화해 사실상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개념정의에서 이들을 비정규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문제를 외면하려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평등 고용계약 실태=비정규직 고용계약에는 정리해고가 명문화돼 있다. 대기업인 S업체의 고용계약서 제6항에서 ‘어느 일방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1개월전 계약해지 의사 통보로 해지 가능하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D조선 역시 사내하청업체와의 근로계약서에 ‘회사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퇴사한다’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용역업체인 S산업의 근로계약서에 첨부된 서약서에는 ‘1년 단위 계약직으로 노조를 결성할 수 없으며 재직기간중 단체행동을 하는 경우 인사상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쟁의행위 금지조항이 들어있다.국영기업도 마찬가지이다. D공사는 용역업체와의 운영용역계약서 10조에 ‘노동쟁의행위 등 유사한 해위로 손해를 입힐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국립 S대는 시설관리업체와의 계약서에 ‘경비원은 학교측 실정에 따라 각종 긴급동원에 협조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추가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담았다.L쇼핑은 파견근로자와의 계약서 10조 2항을 통해 ‘전월 만월 근무한 자에 한해 월 1회 월차휴가를 줄 수 있지만 용역료 30분의 1을 삭제한다’고 못박았다.
파견철폐공대위 이병희 집행위원은 “사용주들의 비정규직 선호는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용주들이 법망을 피해가며 비정규직을 늘려가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법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용계약 세분화=사용자들이 노동법 등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용계약을 맺다보니 비정규직의 형태가 세분화,다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모두 8가지. 고용기간을 정해 채용하되 장기적 계속근로에 대한 합의가 없는 임시·계약직,주당 30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근로자파견법에 따라 업체에 고용된 파견근로자,청소·경비 등 일정분야 노무 제공업체에 고용된 용역노동자 등이다.이밖에 호출·일용직,특수고용직,재택노동자,아르바이트 등이 있다.사용자는 사실상 노동자에 대해 직접통제권을 행사하면서도 ‘도급’,‘위탁’ 등의 형태로 고용계약을 맺고 있다.
민주노총 심동진 조직부장은 “비정규직이 분화되면서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서 “그나마 임시·계약직,파견,용역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등 4개 분야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용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념정의 논란=비정규직이란 ‘단일 사용자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고용계약을 맺어 전일제로 일하면서 해고보호,정기적 승급보장,사회보험 혜택을 누리는’ 정규직에 대칭되는 개념이다.그러나 개념이 다소 모호하다보니 숫자를 줄이려는 정부와 늘리려는 노동계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매월 고용동향 분석을 발표하는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의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의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특수고용 노동자(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 등),간접고용 노동자(파견,용역 등),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개념의 조율을 위해 양대노총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지난 5월 노동부에 ‘비정규직 고용통계 개선을 위한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의견서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는 기준은 고용의 지속성 여부,통상적 노동시간 적용 여부,고용관계와 노무제공 대상자 일치 여부,형식적 고용관계 존재여부 등 4가지로 요약됐다.
/강영수·이학준기자 nomad@kmib.co.kr
2001.07.19, 12:53
[비정규직 800만시대 <2> 불거지는 노사갈등] “노조는 No” 해고―투쟁 악순환
비정규직 노사분규가 대부분 장기화 또는 격렬해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사용자측이 비정규직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측은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재계약거부,사업장 폐쇄 등의 방법으로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불성실교섭으로 임해 노조원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 만들면 해고=S물류센터의 비정규직 파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의 직원 지모씨(35)는 지난해 3월 동료 35명과 노조를 만들었다.그러자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지씨 등 노조지도부 4명을 해고했다.
S물류센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자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의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지씨 등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원직복직 판결을 받았지만 S물류센터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므로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입장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김모씨(41) 등 R가스렌지 제조업체의 계약직 AS사원들은 지난달 15일 회사의 재계약 조건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노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곧바로 지방노동위원회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회사가 ‘보증인 확대와 사고시 피고용인의 무한책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지난달 30일 노조에 가입한 63명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방침을 확정했다. 회사측은 “PL법(제조물책임법)시행을 앞두고 계약조건을 변경했을 뿐”이라면서 “63명은 이미 재계약 거부가 확정됐기 때문에 복직시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홍익매점 비정규직 노조 역시 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 3월3일 위원장인 전평호씨(48)가 해고됐다. 쉐라톤워커힐 호텔 명월관 직원들 역시 지난 6월말 비정규직 노조 설립 직후 위원장 조형수씨(30)등 10명이 계약해지 됐다.
◇불성실교섭=지난해 12월 ‘7000여명의 계약직 부당해고 철회와 정규직과의 차별철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는 19일 현재 221일이 넘는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지난 1월 한강철교 고공 시위,2월의 노숙 투쟁에 이어 3월 서울 목동 전화국을 점거하는 등 극렬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4월부터 경기 성남 한국통신 본사 앞에서 천막투쟁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위원장 등 7명이 구속됐다.
그나마 한국통신이 협상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파업 5개월째인 지난 4월이었다.그것도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에,회사가 경총에 각각 교섭권을 위임한 형태였다.오는 25일 본교섭을 앞둔 경총은 “회사와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월10일 파업에 들어간 전국건설운송노조 역시 노사협상이 실종된 상태다.파업에 들어간 43개 업체 중 S레미콘과 K레미콘을 제외한 41개 업체가 19일 현재 101일째 팽팽한 노사대립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은 “레미콘 운전기사는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왔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건설운송노조측은 “합법적인 노조설립필증을 교부받았고 노동부와 각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했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은 결국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합원 50명은 지난 16일부터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같은 사용자측의 불성실교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되더라도 사측이 ‘재계약’문제 등으로 압박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정규직 노조의 합법화와 사용자의 불성실교섭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영수이학준기자 nomad@kmib.co.kr
2001.07.20, 14:46
[비정규직 800만시대 (3) 勞―勞갈등] 독립노조·정규化 ‘아직 험난’
노동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으로 고민에 빠졌다.비정규직의 임금인상,정규직 전환 등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정규직의 기득권을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사업장도 있으나 일부 사업장은 급증하는 비정규직 규모를 고려해 본격적인 노동자간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권리찾기를 위해 독립노조,지역-일반노조 건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증폭되는 노-노 갈등= ㈜캐리어 노-노 갈등의 주원인은 ‘신뢰상실’과 ‘회사이전 불안’으로 요약된다.지난 2월18일 사내 하도급노조 출범때만해도 정규직 노조위원장이 행사에 참여하고 사무실을 빌려주는 등 공조가 이뤄졌다. 그러나 3월 한국통신 계약직노조,이랜드노조의 전국 항의시위 당시의 약속과 달리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경찰과 충돌하며 사내로 진입하자 공조를 파기했다.
또 5월1일 회사이전설이 보도되면서 정규직 사원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결국 지난 5월 모두 세차례 벌어진 비정규직 집단폭행에 정규직원들이 참여,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정규직 노조는 “지난 85년 들어온 외국계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는다는 불안감이 정규직원들을 자극했다”며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한 냉방산업체의 특성상 임시 노동자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한편 캐리어 사내하도급노조의 비정규직원 74명이 19일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통신도 구조조정 상황에서 두 직종간 갈등을 겪었다. 계약직 노조의 전신인 한통계약직협의회는 지난해 기존 노조 가입이 좌절되자 독자노조를 설립하려 했으나 설립신고서가 수차례 반려됐다.
정규직 노조는 “정서가 서로 다르다”며 조합원 자격을 규정한 규약까지 바꿔가며 노조단일화를 거부했다. “95년 이후 2만여명의 정규직 사원이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상황에서 비정규직까지 안고 가기가 버겁다”는 게 정규직노조의 반대입장이다.
쉐라톤워커힐호텔 비정규직 노동자 70여명 역시 99년 노조 설립신청을 했지만 해당 구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에 해당된다며 반려했다.이들은 이후 세차례 정규직 노조에 규약 변경을 요구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공조 사례=㈜신호제지는 정규직 노조가 나서서 사내 하도급 노조를 조직했다.97년 IMF 이후 경영상태가 악화된 신호제지는 98년 9월부터 워크아웃 상태에 돌입,10개월간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임금체불도 500%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노조는 90년대 초 15∼20%에 불과했던 비정규직이 35∼40%로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노조원들에게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비정규직 노조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평균연봉은 정규직의 39%에 불과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로부터 노조 지도부 해고,공장 정리 등 갖은 위협이 있었지만 노조는 지난해 6월 사내 하도급 노동자 80여명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독자노조 설립을 끝까지 돕고 단체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60%대로 올렸다.
롯데호텔노조도 지난해 6월 파업하면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사항으로 제시,비정규직 400여명을 노조원으로 받아들인 뒤 파업 74일만에 3년 이상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이랜드노조 역시 지난 3월 265일간의 파업투쟁을 마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얻어낸 바 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 방안=일단 비정규직의 노조설립 등 조직화가 중요하다.노조 설립 방안은 대략 다섯가지. 산별 노조에 기반한 비정규직 산업별 노조,단일 기업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결합인 기업별 노조,비정규직만의 모임인 독자노조 설립이 있다. 또 여성 및 지역에 기반한 지역-일반노조,직종에 따라 결합한 전국단일직종노조 설립 등이다.
그러나 정규직 근로자들의 배타성,원청업체의 법적 책임 회피 가능,사용자의 무성의한 태도 등으로 노조설립이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정규직과의 연대,정규직과 공통된 요구사항 마련,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선 비정규직 연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노동조합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학준강영수기자 arisu@kmib.co.kr
2001.07.21, 11:01
[비정규직 800만 시대] (4·끝) 채용방식 ‘접점’은 없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노와 사는 규모와 노동관련법 개정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앞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와 재계의 극한적 대결 상황에서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비정규직 특위를 구성했지만 노와 사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사용자=비정규직의 정의와 규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58.4%를 차지한다는 노동계의 발표를 부정하고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제시한 26.4%를 실질적인 비정규직 규모로 보고 있다. 노동계와 달리 파견,위탁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직접 고용한 임시?계약직만을 추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앞으로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할 전망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배진한 교수가 발표한 ‘비정규 근로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단기계약직 수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65.8%였다. 경총의 ‘2001년 단체협약 체결 지침’에서도 “고용기회 확대 측면에서 노조를 설득하고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라”고 명문화했다.
경총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실업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면서 “기존 노동관련법에 근거해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도 비정규직 보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 등 무리한 요구가 많은 노사정 특위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최근 비정규직 문제 대처를 위해 근로계약기간의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파견근로대상 업무 자유화,근로기준법에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 신설 반대 등 입장을 굳힌 바 있다.
◇노동계=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간제 고용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계약의 반복 갱신때 정규직 전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간을 정한 고용은 계절적,임시적,일시적인 사유가 명백할 경우로 한정하고 그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53.7%에 지나지 않는 등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지입차주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역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2월 복수노조 설립이 5년간 유예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막아 비정규직 독자 노조가 법외노조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정책기조 아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난망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노조인정 투쟁이 급증하면서 노사정위원회는 이달초 산하에 비정규직근로자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정규직 특위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세계적 추세와 국내 노동시장 유연화 정도에 대한 연구,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 등 특수 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비정규직 고용 및 대책에 대한 국내외 사례 수집과 분석 등의 과제를 다룬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적용 내용을 구체화하는 지침을 개발하고 정규직 전환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지난해 부터 실시하고 있다”며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데 정부가 적극 참여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준강영수기자 ari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