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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노동자 구속에 거침없는 검찰, 유재필 앞에선 왜 주눅드나-법학자 21명 '레미콘 기사 노동자' 선언을 환영하며

작성일 2001.08.13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941
< 민주노총 2001.8.13 성명서 >

노동자 구속 거침없는 검찰, 유재필 앞에선 왜 주눅드나
- 노동법학회 법학자 21명 '레미콘 기사는 노동자' 선언을 환영하며

1. 오늘 법학자 21명이 레미콘 기사들은 노조법상 명백한 노동자라며 사용주의 단체교섭 거부 행위는 명백한 법 위반으로 정부가 이를 내버려두지 말고 적극 나서서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법학자들은 또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을 검찰이 존중하지 않는 것은 불행한 사태이며, 검찰이 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조차 노조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최소한 대법원 판례 이전까지는 레미콘 기사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2. 변호사의 사상 유례없는 단식투쟁과 시민사회단체 100인 위원회의 릴레이 단식에 이은 노동법 전문 학자 21명의 공동성명은 검찰이 유재필 회장을 비롯한 레미콘 업계 사용주들의 부당노동행위를 감싸고도는 일에 대한 사회전반의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노동위원회, 법원, 노동부 등 다른 모든 기관이 레미콘 기사는 노동자이고, 건설운송노조를 합법노조이며, 따라서 노조를 부정하고 교섭 거부는 물론 노조원들을 해고하고 용역깡패까지 동원해 탄압한 사용주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마땅히 단죄해야 한다는 사실에 검찰 빼고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여러 말 할 것 없이 우리는 왜 검찰이 유재필 회장 앞에서 주눅드는 것인지 그것이 의아스러울 따름입니다. 검찰은 올 들어 쟁의에 나선 노동자 185명을 거침없이 구속했습니다. 검찰은 유재필 회장을 구속하라는 요구에 대해 굳이 상관도 없는 대법원 판례까지 들이대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노동자 185명 구속하면서는 신중은커녕 단 한 순간 주저한 적이 없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듯이 검찰의 이런 태도가 '검찰총장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권 핵심 인물과 레미콘 업계의 유착 관계 때문인 것입니까?
검찰의 이런 태도를 배경으로 레미콘 사용주들은 아직 아무런 교섭에도 나오지 않고 있고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은 상관도 없는 대법원 판례 들먹이지 말고 지금 당장 유재필 회장을 구속해야 합니다. 그 길만이 레미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노동자에게는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사용주 앞에선 주눅들어 솜방망이로 허공만 치고 있는 검찰의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하나 뿐인 길입니다. <끝>

<자료>

레미콘 분쟁에 대한 노동법학자 의견서


우리 노동법학자들은, 벌써 몇 달째 끌고 있는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과 레미콘 사용자간의 분쟁'('레미콘 분쟁')이 우리 사회의 건전한 노사관계의 유지·발전을 저해함과 동시에,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법질서조차 교란시키는 심각한 사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한다.


1. 레미콘 운전자는 노조법상으로는 독립 사업주가 아니라 근로자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다투어지고 있는 법이론적인 문제는 레미콘 운전자(자기 소유의 차량으로 레미콘 운반업무에 종사하는 자: 레미콘운송차주)가 근로자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근로자는 여러 법령에서 그 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각기 다르게 규정되어 있고 그래서 근로자의 범위 또한 각기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문제된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자성여부는 다른 법에서가 아니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의 근로자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노조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노조법 제1조)으로 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같은 법상의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노조법 제2조 제1호)로 정의하고 있다. 이 근로자의 정의는 다른 어떤 법에 비해서도 근로자의 범위를 넓게 정하고 있는 점에 일차적 특징이 있고, 노동법학계의 주류적인 견해 역시 헌법상 정해진 근로삼권의 보장취지에 따라 노조법상 근로자는 상당히 넓게 해석하여 왔다.
노조법상 근로자인가의 여부는, 일반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하고 그 대가인 임금 등에 의해 생활하는 자'인가에 따라 결정하며, '종속적인 관계에서의 근로인가'는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왔다. 이런 입장에 비추어,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실태를 보면(이번 사태의 진행중에 나온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결정속에 나타난 사실관계에 의거함), 레미콘 운전자는, 노조법상으로는 독립된 사업주라기보다는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한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결정은 매우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레미콘 운전자(법원에서는 운송차주라고 불렀음)들의 근로실태를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파악한 법원(인천지법 부천지원 제2민사부 2001. 4. 13 결정, 2001가합160)의 아래와 같은 판단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를 잘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송차주들은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하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것이 아니라 …… 사업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으며, 관계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 운송차주들은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에서 상정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된 운송사업자로 볼 수 있는 면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모두 경제·사회적 지위가 우월한 사용자가 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이와 같은 요소는 운송차주들이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에서 정한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부수적이고 한정적으로만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오히려 …… 신청인 회사와 운송차주 사이의 계약관계의 내용 및 노무제공의 태양에 관한 실질적 징표, 즉 운송차주들의 업무 내용은 오로지 신청인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업무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신청인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신청인에 의하여 정하여진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을 받고, 운송차주들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레미콘운반차량의 소유권은 비록 운송차주들에게 있으나 실제로 운송차주들이 차량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이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회사의 운송업무를 할 수 없으며, 운송차주들은 계약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전적으로 신청인에게 근로를 제공하여야 하고 운송차주들이 스스로 다른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점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청인 회사의 운송차주들은 신청인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여기에 덧붙여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의 점, 즉 노무공급관계의 성립과 종료는 오로지 신청인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운송차주들이 담당하는 레미콘운반업무는 신청인의 사업에 필수적 내지 본질적인 것이며, 운송차주들이 사업자로서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가지지 못하여 독자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봉쇄되어 있으며, 보수의 액에 있어서도 운송차주들의 실수입이 신청인 회사의 정규직원의 보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아니한 점등에 비추어 보아도, 신청인 회사의 운송차주들은 신청인에게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노조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종전 대법원판결중에는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것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레미콘 운전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 대법원판결은, 근로자성을 너무 좁게 인정하였다는 다수 노동법학자들의 비판은 차치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것으로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노조법상 근로자성여부의 판단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선례로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목적·취지가 달라 동일한 기준으로 근로자의 범위를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법률에서의 근로자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음은 이전 대법원 판결중에도 나타난 바가 있다.
요컨대 실태에 드러난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형태는 그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따라서 그들을 독립된 사업주라고 하는 주장은 다른 법영역에서는 몰라도 적어도 노조법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2.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은 합법적인 노동조합이고, 레미콘 사용자의 단체교섭 거부 등은 부당노동행위이다.

레미콘 운전자들로 구성된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건설운송노조)은 2000. 9. 22. 행정관청(영등포구청)으로부터 적법하게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여러 차례 레미콘 사용자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레미콘 사용자들은 레미콘 운전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와 함께(그것의 부당함은 위 1.에서 지적하였다), 위 노동조합의 적법성을 문제삼아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건설운송노조의 설립절차에 어떠한 법적인 하자가 있었는가 ?
레미콘 사용자측의 주장의 핵심은, 건설운송노조의 설립신고는 영등포구청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영등포구청은 이 문제에 관해 권한없는 행정기관으로서 이 기관이 행한 설립신고서교부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는 것이다(이순분회의 적법성에도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이는 부차적인 것으로서 크게 문제되지 않아 그 검토를 생략함). 다시 말해 건설운송노조는 노조법 제10조 제1항에서 말하는 '2이상의 특별시·광역시·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동부장관에게 설립신고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서도 앞의 부천지원결정이 지적한 바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즉 노조법 제10조 제1항에서 말하는 '2이상의 특별시·광역시·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이라 함은 조합원으로 될 자가 2이상의 시·도에 산재되어 있거나 노동조합의 규약상 지부·분회의 설치근거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단위노동조합의 지부·분회가 2이상의 시·도에 걸쳐 조직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설운송노조는 설립당시 전국의 레미콘 운전자 13명이 모여 서울 영등포구를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로 하여 설립하였으므로 위의 규정에서 말하는 '2이상의 특별시·광역시·도에 걸치는 단위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영등포구청장에게 설립신고를 한 것은 적법하고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노동조합이 설립된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용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은 노동조합의 합법적 활동에 대해 이를 널리 존중할 의무를 진다. 특히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노조법 제30조). 만약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부당노동행위로 된다(노조법 제81조 제3호 등 참조).
그런데 레미콘 사용자들은 적법하게 설립된 건설운송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요구를 계속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함으로써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이러한 레미콘 사용자의 행위는 근로삼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노조법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서 우리 사회의 건전한 노사관계의 유지·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반가치적인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3. 국가기관의 전문적·합법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무지나 오해로 인하여 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 하물며 여러 국가기관에서 잘못된 행위에 대한 여러 차례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위법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레미콘 사용자들은 여러 국가기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잘못된 믿음(레미콘 운전자는 근로자가 아니고 건설운송노조는 적법한 노조가 아니다는 것)을 버리지 않고, 부당노동행위 등 위법·범법 행위를 계속함으로써 국가기관의 전문적·합법적 판단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이 제기한 가처분사건에서 법원이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자성과 건설운송노조의 적법성을 인정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그 결정(중노위 2001. 4. 6 결정, 2001조정10)에서 다음과 같은 '매우 안타까운 권고'를 하였음에도 이를 계속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피신청인 회사들은 노동조합의 거듭된 단체교섭 요청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단체교섭을 회피하고 있고, 적법하게 노동조합설립신고증이 교부된 만큼 권한있는 기관으로부터 최종적인 판단이 있기까지는 그 실체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자주적·자율적인 해결노력을 보여야 함에도 그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회사의 잘못이 크다 할 것이며, 우리 위원회가 본건 노동쟁의 조정신청사건을 조정하기 위하여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회사측에 거듭 노동조합과의 자주적·자율적인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도록 권고하였음에도 회사들은 종전의 이유를 들어 계속하여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우리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본건 노동쟁의조정신청사건과 관련하여서는 회사들이 노동법과 나아가 헌법적 보호 가치를 부정하고 있는 점과 지금의 노동쟁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에서 회사들의 잘못이 크…(다)… 우리 위원회는 노·사 당사자간에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노사교섭의 장을 만들어 성실하고 진실된 대화를 통해 노동쟁의를 자주적·자율적으로 해결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법이론적 핵심인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있기까지는 레미콘 사용자들의 위법행위를 방치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대법원의 최종 판단 때까지 이번 사태와 같은 '무법상태'를 계속 방임해야 한다는 생각은 건전한 이성과 사고를 지닌 법률가나 국민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노동문제에 관한 독립적이고 전문적 기구인 노동위원회에서의 결정이나 법률문제의 전문적 판단기구인 법원에서의 결정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사회에서 존중될 수 있고, 또 존중되어야 하는 결정이 무엇이란 말인가. 백보양보하여 대법원의 최종결정을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때까지는 다른 국가기관에서의 결정이 인정한 권리(이번 사태의 경우 건설운송노조의 근로삼권)가 존중되는 상태에서 기다려야 정상적일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태와 같이 다수의 국가기관들이 건설운송노조의 적법성과 근로삼권에 대해 전혀 이견을 표한 바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4. 민주적 법질서를 확립하여야 한다.

노사관계는 노사자치주의의 존중이라는 대전제하에 일반적으로는 당사자간의 대화와 타협 등 자치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권력 특히 공권력이 지나치게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계속된 국가기관의 권고와 결정에도 불구하고(자신의 행위에 대한 일응의 법률적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위법행위를 계속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건전한 유지·발전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적 법질서의 유지에도 심각한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렇게 계속되는 민주적 법질서의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부득이 국가의 공권력이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 시기를 늦출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레미콘 운전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문제를 핑계로 이 사건을 처리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근로자의 파업에 대해서는 그것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사법처리나 엄정 대처를 공언하던 정부가 이번 사태와 같이 사용자의 계속되는 현실적인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어느 국민이 정부의 노사관계에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이제 정부는 민주적 법질서 확립의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것이다.


5.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레미콘 운전자와 같이 계약형식은 자유노동계약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은 근로계약과 다르지 않은 노무공급자)의 문제점이 외부적으로 표출된 한 예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등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법적 보호의 바깥에서 매우 열악한 조건으로 근로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점은 여러 차례 노동법학계나 시민단체 등에서 지적한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지금과 같은 방임정책을 계속한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사태는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불행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 관한 정부의 조속한 인식이 필요하며, 또한 달라진 인식을 토대로 하여 비정규직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현실적인 보호대책(정규직화를 포함)을 세워야 할 것이다.

2001. 8. 13.

이 병태(한양대 명예교수), 신 인령(이화여대), 이 광택(국민대), 이 상덕(계명대), 박 홍규(영남대), 곽 노현(방송대), 이 원희(아주대), 김 교숙(부산외대), 고 준기(군산대), 최 영호(한신대), 이 철수(이화여대), 이 상윤(연세대), 김 인재(상지대), 오 문완(울산대), 고 호성(제주대), 조 경배(순천향대), 송 강직(대구카톨릭대), 정 인섭(수원대), 강 성태(대구대), 최 홍엽(조선대), 이 승욱(부산대) - (노동법 전공 법학교수 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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