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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이 가뭄에 웬 연대파업' 대신 '월드컵에 웬 연대파업'인가?-언론은 노동문제 제대로 써야

작성일 2002.05.13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019
< 민주노총 2002.05.14 성명서 1 >

「이 가뭄에 웬 연대파업」 대신 「월드컵에 웬 연대파업」 인가?
- 언론은 노동문제 제대로 알고 사설 써야

1. 아니나 다를까. "이 가뭄에 웬 연대파업"식 보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몇 몇 언론은 일제히 사설로 "월드컵에 웬 파업"식의 글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설 대부분은 현재 노사간 임단협 교섭이나 노동문제의 현실을 잘 모르거나 겉모습만 관찰해 얻은 사실 몇 가지를 엮어 서둘러 '파업하지 말라' '파업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교섭하다 안 되면 월드컵 때는 무조건 조용해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기 바쁘다. 이는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낮은 데 원인이 있거나, 노동문제는 곁다리로 치부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2. 우리는 아무런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데 월드컵 때라고 해서 무조건 평화를 선언하고 쥐 죽은 듯이 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그렇다고 굳이 월드컵 시기를 골라 무조건 투쟁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임금협약을 1년에 한 번씩 바꾸고 단체협약도 1∼2년에 한 번씩 새로 체결하는 데 이 일은 노동자들에게는 1년 농사이다. 임단협이 요구안 제출 - 교섭 -조정과 쟁의 - 타결 등의 흐름을 타기 때문에 농사처럼 수확할 철이 있어서 이 때를 놓치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보다 안 되면 임단협을 아예 월드컵 뒤로 미루라는 요구는 가을 수확을 서리 내린 뒤로 미루라는 것과 같다.
민주노총은 이를 감안해 해마다 6월10일을 전후해 집중되던 임단협 쟁의시기를 월드컵을 감안해 최대한 앞당겼고, 막무가내로 고무줄처럼 앞당기고 늦출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최선의 노력으로 앞당긴 게 5월 하순이었다. 그리고 22일 금속·화학·써비스를 시작으로 23일 보건의료·공공연맹 24일 민주택시연맹 순으로 연쇄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며, 26일에는 수만 명 규모의 서울집중 집회도 열 계획이다. 이는 해마다 '임금과 단협 수확철'에 하는 일이며, 올해도 역시 최선의 수확을 거두기 위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3. 한국 노사 또는 노정관계의 핵심은 민주노총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민주노총의 향배가 중심이다. 평소에도 파업이 없는 곳은 굳이 월드컵 노사평화선언을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설사 월드컵 개막일 총파업 선언을 했다 해도 실제 파업결행 여부도 짚어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가장 바라는 결과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좋은 내용으로 합의하는 것이고, 파업 뒤에라도 당연히 교섭을 병행해서 좋은 내용으로 원만한 합의를 보는 일이며, 그 시기는 되도록 빠를수록 좋다. 아무리 늦어도 월드컵 이전에는 타결되는 것이 서로 좋을 것이다. 예년의 경우를 보면 이 정도 시간이면 파업 후에도 충분히 타결이 가능하며, 현재 노사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봐도 전혀 새로운 요구가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상식 선에서 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사용주들이 정상적인 교섭을 외면하거나 해결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더 나아가서 경찰병력이 투입돼 노사문제에서 노정문제로 나아가는 등의 상황이 생긴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사용주들도 최대한 열린 자세로 세심하게 교섭에 임하고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사업장마다 노사가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특별한 현안문제가 있는 곳도 있으니, 게 중에는 성실하게 노력해도 월드컵 전에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곳도 있을 것이다. 또는 월드컵 중간에 파업이 터지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 때는 골목싸움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파업 사업장 좀 있다고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4. 그래도 한 가지 변수는 있다. 바로 노동탄압 문제이다. 노동운동 말살과 노조파괴를 노리는 노동탄압은 월드컵이라고 해서 이를 막는 투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40명이 넘는 구속 노동자와 50명에 육박하는 쫓기는 노동자들, 수백 억의 가압류와 손배청구, 1천명이 넘는 고소고발 소환장 발부 노동자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월드컵 때 노사관계에 평화는 올 수 없다.
이 문제는 특히 대부분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이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월드컵을 주최하는 나라에서 군사독재 뺨치는 노동탄압을 자행하는 부끄러운 현실을 그저 덮어두고 노사평화선언하라는 발상 자체가 웃기는 일 아닌가? 노동탄압의 추악한 현실 또한 2002년 6월 한국의 적나라한 모습인데 이를 은폐하고 화장한 얼굴로 외국사람 맞으란 말인가?
노벨 펑화상을 받은 김대중 정권의 가혹한 노동탄압은 이미 국제문제로 비화돼 있다. 김영삼 정권이 5년 동안 구속한 노동자수가 일주일에 두 명 꼴로 632명이었는데, 김대중 정권은 4년4개월 동안 무려 749명을 구속해 일주일에 세 명 꼴로 잡아 가뒀다. 권력 자신은 아들간수 조차 못해 더러운 권력형 부정부패에 휘말려 놓고 죄라고는 생존권을 지키려 한 것밖에 없는 노동자들을 이토록 모질게 탄압한 정권을 누가 지지할 수 있겠는가.
임단협 교섭은 사업장별 교섭에서 좋은 안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타결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말살하려고 벌이는 노동탄압 문제를 성실한 자세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월드컵 기간에 그 어떤 투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점만은 밝혀두겠다.

5. 우리 언론 현실에서 '노동자 파업도 이유 있다'는 보도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마다 구실을 바꿔가며 파업을 나무라기만 하는 일은 이제 그만뒀으면 한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라고, 1999년에는 지하철 서면 시민 불편하다고, 2000년에는 가뭄이라고, 2001년에는 억대 연봉자들이 파업한다고 나무라더니 올해는 월드컵이라고 파업하지 말라면 도대체 언제가 돼야 파업할 수 있단 말인가? 6월10일 전후 파업을 5월22일로 앞당겨 월드컵 전에 마무리하려 노력하겠다는 노동자들 태도를 놓고, 정부와 사용주도 노동계 성의를 잘 헤아려 성실히 교섭하고 노동탄압 중단해서 원만하게 풀어보라는 충고는 못할망정, 노동자들만 무작정 나무라는 언론의 태도는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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