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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직장 안 노동자 감시 / 일거수 일투족 저당잡힌 '노예' 전락 - 한겨레

작성일 2002.06.16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5004
[한겨레 2002.6.16]- 독자가 기자로 '직장 안 노동자 감시'

‘직장에서 일하는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면?’

상상만해도 어깨가 움츠러들며 오싹해진다. 그러나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러더’를 떠올리게 하는 이 ‘끔찍한 상상’은 감시 시스템이 각 직장으로 보급되면서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감시 시스템의 은밀함 때문에 자신들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

노동자 감시 시스템의 실태와 문제점을 민주노총 최세진 정보통신부장과 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 이후영씨가 짚어 보았다. /편집자



일거수 일투족 저당잡힌 ‘노예’ 전락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직원 10여 명의 작은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는 전 아무개(26)씨. 그는 “회사의 감시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은 잠자리의 꿈 속뿐”이라고 말한다.

전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을 때마다 자신을 감시하는 `몰래카메라'를 넣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휴대전화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 서비스’에 등록되어 있다. 회사에서 근무 감독을 한다는 이유로 외근이 잦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이 서비스에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계획된 업무 시간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물거나 회사의 이동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전씨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회사는 “왜 아직도 거기에 있느냐”며 이유를 물어온다. 때로는 “어제 충무로에서 도대체 1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도 받는다.

감시는 전씨가 사무실에 돌아온 뒤에도 이어진다. 잠시 휴식을 하거나 개인적인 일처리를 할 때면 종종 사장실에서 직원의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들고 나와 “일하라”고 주의를 준다. 모든 직원의 컴퓨터 사용 상황을 사장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은 또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현황도 지켜보고 있어 “어제 인터넷으로 주고받은 파일 분량이 많던데, 그것이 업무상 필요한 것이었느냐”고 묻기도 한다.

회사 쪽은 이런 감시에 대해 “게으름을 피우는 직원들에 대한 당연한 근로감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업무특성상 보통 밤 10시가 넘어 퇴근하고 야근이 일상화되어 있는 전씨에게 이런 감시는 회사의 업무를 위해 거의 모든 사생활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발달한 영상·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작업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감시 시스템은 애초의 목적인 업무 감독을 넘어 노동자의 삶 자체를 끊임없이 감시·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노동자들을 늘 감시받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 몰아넣음으로써 노동조합 활동 등 권익 활동까지 위축시킨다. 이 때문에 감시 시스템은 삶의 주요한 축이 되는 직장에서의 노동을 노예노동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 1980년대, 감시 시스템은 비싼 가격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먼저 도입되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 발달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중소기업도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업종 또한 사무직뿐 아니라 생산직, 운수직, 서비스직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특히 ‘서비스와 보안’ 목적으로 설치된 폐쇄회로화면(CCTV)은 이제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노동감시의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시내버스와 병원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승객과 환자들의 사생활까지 위협한다. 경기도 일산의 ㅁ운수에서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신 아무개씨는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운전할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승객들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장은 “회사의 노동자 감시는 노동자들의 동의없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실태조사조차 어렵다”며 감시의 은밀함을 지적했다. ‘노동자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지선 변호사도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개별 기술이나 감시장비를 규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개인의 사생활 감시를 규제하는 일반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상대방 동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감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감시만을 허용하는 규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세진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




카메라 촬영 인권침해‘속수무책’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가 2천400만을 넘고, 폐쇄회로화면(CCTV)과 몰래카메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한 통합법이나 감시장치를 규제할 법률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은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침해 가능성 앞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이다.

직장 내 노동자 감시가 지닌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직된 상하관계 등 고용관계 특성상, 노동자 자신이 어느 정도나 감시당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고, 설사 이를 알았다 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지난 4월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훔쳐본 스카이라이프(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 강현두) 간부가 구속된 사례에서 보듯 현재 고용주가 노동자의 전자우편을 동의없이 보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은 노동자를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그들의 컴퓨터 이용을 감시하는 행위에 관한 처벌규정이 없다. 지난해 8월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대용의 노동조합은 회사에서 설치한 7대의 감시 카메라 철거를 요구하며 쟁의를 벌였으나 노동부쪽은 이런 요구가 쟁의행위의 대상이 아니라며 불법판정을 내렸다.

미국경영자협회(AMA)는 지난해 미국 주요기업의 77.7%가 노동자의 전화, 전자우편, 인터넷 검색 등을 감시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1981년 사생활 보호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고, 국제노동기구(ILO)도 1996년 사생활 침해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규약을 마련한 바 있다.

이후영/노동자 감시 근절을 위한 연대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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