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안)에
관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법률적 견해
1. 경제자유구역법안이 적용되는 기업을 보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기업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이 적용되는 대상인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투자촉진법(2조1항6호)에 규정된 '외국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을 가리킨다. 이 때 외국인투자기업은 전체 주식의 10%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가리킨다. 또한 외국인 주식지분이 10% 미만일지라도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하거나 구매하는 계약, 혹은 기술의 제공·도입 또는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기업은 모두 외국인투자기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기업 주식의 상당지분을 외국인이 지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이 법안에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받게된다. 설상 국내인이 100%지분을 가진 기업일지라도 극소수 지분을 외국인에게 양도함으로써 손쉽게 외국인투자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에서 적용되는 외국인투자기업은 사실상 국내의 모든 기업을 포괄할 수 있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기업의 외양만을 갖추어 경제자유구역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 지정 절차와 적용 지역을 보면 전국 모든 지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재정경제부장관이 지정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재정경제부장관이 시도지사의 동의를 얻어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안 4조). 한편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원장이 되어 재정경제부 주도하에 움직이는 기구에 불과하다. 이제 재정경제부장관은 우리나라 전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 지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애초에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기준으로 국제공항, 국제항만, 광역교통망, 정보통신망,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의 공급수준을 명시하였다. 사실 이러한 기준만으로 전국의 주요도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어 매우 심각한 조항이었다. 그런데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최종통과된 법안에는 이러한 조항마저 대부분 삭제되어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통과법안을 보면 국제자유구역 지정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교통, 통신, 용수, 전력'이다. 이것은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로서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갖추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적용지역이 축소된다고 하여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줄어들지 않는다. 시작단계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과 기업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확대를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만간에 이 법안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전경련에서는 이 법안이 담고 있는 각종 내용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재정경제부도 지금은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적용되겠지만 종국적으로 전국에 확대되어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밝힌 것을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할 것이다.
3.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위헌소지가 큰 법안이다.
1)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
법안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월차휴가, 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주휴를 무급화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미 OECD국가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기존 유급휴가를 폐지하거나 무급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현재 노동계, 경영계, 정부간 휴일휴가제도의 개선을 포함한 노동시간단축 입법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않기로 확정된 상태이다. 아직 주5일제 근무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얼마 안되는 여성보호조치인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며, 정부가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휴무급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법안이 지니는 휴일관련 독소조항들은 사실상 경제자유구역안 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또한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생계비를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하여 초과노동이 반복되어 심각한 장시간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 파견제 확대 허용
법안(18조2항)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5조, 6조)가 정한 26개 파견대상업종을 전문업종에까지 확대하고 파견기간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26개 업종으로 파견대상이 제한되어 있으나, 사실상 전 직종에 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더 나아가 공공연하게 전문직종까지 파견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문직종이란 용어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도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을 요하는' 업무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파견근로는 전문직종과 무관한 업무에서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이미 관행화되고 있는 파견업무를 경제자유구역에서 더욱 공공연하게 확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도 사실상 제한없이 연장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파견근로에 대한 전면적인 허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26개 업무에 한하여 최장 2년을 한도로 단기간 사용하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입법되었으나, 현실에서는 불법파견이 오히려 확대되고 2년이란 제한은 오히려 파견 근로자들에게는 주기적인 해고라는 결과만을 안겨주는 법률이 되고 말았다. 중간착취를 용인하고 사용자들의 책임 회피를 용인하는 법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폐지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서 거꾸로 이를 전면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파견업체의 난립으로 불법파견이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중간 착취 즉 이른바 노예노동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3) 단체행동권 제약
법안(20조)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의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여 산업평화를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동쟁의조정법안의 독소조항을 악용하고, 더 나아가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까지 꼬투리를 삼아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하려는 사전조치이다. 또한 '산업평화'의 언급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자체를 제약하는 것으로 경제자유구역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4)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법안(18조2항)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장애인고용촉진민직업재활법, 고령자고용촉진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즉 장애인 의무고용과 고령자의무고용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고용 의무비율 2%는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실제 의무고용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고용을 엄격히 감독하고 나아가 장애인고용 의무비율을 높이는 일이 정부의 의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최소한의 장애인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의무고용 면제도 고령자의 일자리가 점차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5) 이 법안은 헌법 제32조, 헌법 제11조를 위배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보호를 헌법적 차원에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하여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그러한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생리휴가와 주휴를 무급화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당해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조치 없이 헌법 및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근로조건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헌법 제32조 제3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은 단순히 기업내의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기타의 생활조건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목적으로 최저생활조건을 정하고 감독관청으로 하여금 근로감독을 실시케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인바,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최저보장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법안은 위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월차유급휴가와 유급주휴, 유급생리휴가, 파견업무 및 기한의 보호를 받지 못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국내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물론이고,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 또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국내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그 권리에 있어 차이가 생기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1999. 7. 22.자 98헌바 14 결정에서 시혜적 법률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과는 달리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기왕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률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재량은 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위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가 위 법안의 입법취지로 들고 있는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외국인 투자의 유치"라는 점만으로는 합리적 이유가 보기 어렵고, 결국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인바, 이러한 점에서 위 법안은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외국영리 교육자본의 진출 허용과 외국인 학교에의 내국인 입학 전면 허용은 공교육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내에 초중등 및 대학(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까지 허용하고 있다. 초중등교육기관이 외국학교법인에 개방되는 것은 공교육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전해 줄 것이며 특히 내국인 입학허용은 외자유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사립학교법의 개정 시도가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이 법안에 슬그머니 추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는 각 분야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이 법안의 저의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올해 5.23-24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이하게도, "현재로서는 외국에 분교설립 등 해외 교육시장 진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우수 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 대학·사설 온라인 프로그램 제공자·어학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미국 현지에서 학생모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실 외국대학들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분교를 설치에 힘을 쏟을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상업적인 대학들도 이익이 예견되면 분교를 설치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약 200개의 비영리 대학이 파산했고, 현재 약 700여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대학이 성업중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교육부조차 국내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수대학은 없고, 영리목적의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고 있어 남한의 교육이 영리목적의 교육기관의 투기장이 될 우려가 크다.
5. 각종 필수적인 환경규제에 관한 법률들의 적용을 면제해 주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12조)는 외국인기업이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개발사업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의 승인을 얻는 것으로 모든 인허가를 생략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초지법, 산림법, 농지법, 하천법, 폐기물관리법, 수도법, 공유수면관리법, 도로법,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사수도법, 도시개발법, 공재채취법, 환경교통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 등 주요 환경관련법안 34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나아가 법안(16조2항)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원활히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자연환경보전법, 대체초지조어비, 생태계보전협력금, 산림전용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공유수면 점·사용료,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감면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종 환경규제를 담고 있는 법률들을 무력화시키고 환경 파괴가 가속화 될 것이다.
6. 조세권징수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 개발사업자는 여러 환경관련 부담금을 감면받는 것과 함께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주요 직접세를 감면받게 된다. 또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세, 지방세가 감면되고, 외국인 편의시설 설치에 자금이 지원되며,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도 감면된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조세징수권을 공공연하게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7.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의한 요양기관으로 간주되지 않음으로써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완전 상업의료체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개연성이 높으며,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지만 우리나라 의료관행을 볼 때 고소득 내국인의 의료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8. 경제자유구역법안은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저개발 자본주의 국가의 투자자유지역 구상에 가까운 것으로 현실적 필요성도 의문시 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안은 그 명칭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빌려 온 것이고, 내용은 네델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모델을 따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은 저개발 자본주의 국가의 투자자유지역 구상에 완전히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법안은 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2000년 6월 27일 채택된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은 "다국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와 다국적기업들간에 상호 신뢰의 기초를 공고히 하며, 외국인투자 환경의 개선에 기여하고, 다국적기업이 지속가능한 개발에의 기여를 촉진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자율적인 국제규범이다. 재정경제부 스스로도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OECD에서 정한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의 홍보활동도 수행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즉 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반면에 외국인투자기업들도 우리나라 법률과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상호노력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2장 일반정책에서 "(다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에서 확립된 정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다른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환경, 건강, 안전, 노동, 조세, 재정상 인센티브 또는 기타 현안과 관련된 법규 또는 규제적 기본틀에서 의도하고 있지 않은 면제를 모색하거나 받는 것을 삼갈 것(2장 5조)"을 주문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또 고용 및 노사관계를 다룬 4장에서는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 및 고용 노사관계 기준의 준수, 작업상 건강과 안전상의 조치 등을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기업들이 노동, 환경 등의 법규의 완화를 모색하거나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면제해주려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하려고 노력할 필요 자체가 없도록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발상은 결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동북아의 이웃나라들을 경쟁적으로 자극할 뿐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발전 수준에서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외국인투자유치 전략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유효하지도 않다.
더 낮은 임금과 더 높은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유동하는 초국적기업들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각국의 국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국제규범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의 나라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파괴되고 만다면 우리 정부도 다른 나라의 정부와 기업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9. 결 론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재경부장관이 주도하는 경제자유구역지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2조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더구나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을 전국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며, 설사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 유치로 인하여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든 노동, 환경, 교육, 장애인, 의료 각 분야의 주요한 법률들이 기업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무력화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고급숙련노동력과 기술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육성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와 국회는 노동, 환경, 여성, 조세, 교육, 보건 등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재앙을 부를 악법을 제정하여 경제자유지역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식민법률, 위헌법률이다. 정치권의 경제자유구역법안 입법기도는 국민들에 대한 중대한 선전포고이다. 양대 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각 시민사회단체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만일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이후 초래될 심각한 결과에 대하여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각 정당과 국회에 경제자유구역법안 통과를 즉각 중단하고 이 법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2002. 11.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법률적 견해
1. 경제자유구역법안이 적용되는 기업을 보면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기업에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이 적용되는 대상인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투자촉진법(2조1항6호)에 규정된 '외국투자자가 출자한 기업'을 가리킨다. 이 때 외국인투자기업은 전체 주식의 10%이상을 소유한 기업을 가리킨다. 또한 외국인 주식지분이 10% 미만일지라도 '1년 이상의 기간동안 원자재 또는 제품을 납품하거나 구매하는 계약, 혹은 기술의 제공·도입 또는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맺은 기업은 모두 외국인투자기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기업 주식의 상당지분을 외국인이 지니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이 법안에서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인정받게된다. 설상 국내인이 100%지분을 가진 기업일지라도 극소수 지분을 외국인에게 양도함으로써 손쉽게 외국인투자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에서 적용되는 외국인투자기업은 사실상 국내의 모든 기업을 포괄할 수 있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기업의 외양만을 갖추어 경제자유구역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 지정 절차와 적용 지역을 보면 전국 모든 지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경제자유구역은 시도지사의 요청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재정경제부장관이 지정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재정경제부장관이 시도지사의 동의를 얻어 지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법안 4조). 한편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재정경제부장관이 위원장이 되어 재정경제부 주도하에 움직이는 기구에 불과하다. 이제 재정경제부장관은 우리나라 전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 지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애초에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기준으로 국제공항, 국제항만, 광역교통망, 정보통신망, 용수, 전력 등 기반시설의 공급수준을 명시하였다. 사실 이러한 기준만으로 전국의 주요도시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어 매우 심각한 조항이었다. 그런데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최종통과된 법안에는 이러한 조항마저 대부분 삭제되어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통과법안을 보면 국제자유구역 지정기준으로 제시된 것이 '교통, 통신, 용수, 전력'이다. 이것은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로서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갖추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적용지역이 축소된다고 하여 이 법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줄어들지 않는다. 시작단계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과 기업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들며 확대를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만간에 이 법안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전경련에서는 이 법안이 담고 있는 각종 내용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재정경제부도 지금은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적용되겠지만 종국적으로 전국에 확대되어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밝힌 것을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할 것이다.
3. 노동자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위헌소지가 큰 법안이다.
1) 월차휴가 폐지, 주휴·생리휴가 무급화
법안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월차휴가, 생리휴가를 폐지하고, 주휴를 무급화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미 OECD국가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기존 유급휴가를 폐지하거나 무급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현재 노동계, 경영계, 정부간 휴일휴가제도의 개선을 포함한 노동시간단축 입법이 논의되고 있는 중이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지 않기로 확정된 상태이다. 아직 주5일제 근무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얼마 안되는 여성보호조치인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며, 정부가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주휴무급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법안이 지니는 휴일관련 독소조항들은 사실상 경제자유구역안 노동자의 임금 삭감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또한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생계비를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하여 초과노동이 반복되어 심각한 장시간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2) 파견제 확대 허용
법안(18조2항)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5조, 6조)가 정한 26개 파견대상업종을 전문업종에까지 확대하고 파견기간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26개 업종으로 파견대상이 제한되어 있으나, 사실상 전 직종에 파견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더 나아가 공공연하게 전문직종까지 파견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문직종이란 용어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다. 현행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도 '전문지식, 기술 또는 경험을 요하는' 업무로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파견근로는 전문직종과 무관한 업무에서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이미 관행화되고 있는 파견업무를 경제자유구역에서 더욱 공공연하게 확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도 사실상 제한없이 연장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파견근로에 대한 전면적인 허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26개 업무에 한하여 최장 2년을 한도로 단기간 사용하도록 한다는 미명하에 입법되었으나, 현실에서는 불법파견이 오히려 확대되고 2년이란 제한은 오히려 파견 근로자들에게는 주기적인 해고라는 결과만을 안겨주는 법률이 되고 말았다. 중간착취를 용인하고 사용자들의 책임 회피를 용인하는 법률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여 폐지를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서 거꾸로 이를 전면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파견업체의 난립으로 불법파견이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중간 착취 즉 이른바 노예노동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3) 단체행동권 제약
법안(20조)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의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하여 산업평화를 유지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노동쟁의조정법안의 독소조항을 악용하고, 더 나아가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까지 꼬투리를 삼아 공권력 투입을 정당화하려는 사전조치이다. 또한 '산업평화'의 언급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자체를 제약하는 것으로 경제자유구역에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4) 장애인, 고령자 의무고용 회피
법안(18조2항)은 경제자유구역에서 장애인고용촉진민직업재활법, 고령자고용촉진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즉 장애인 의무고용과 고령자의무고용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고용 의무비율 2%는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실제 의무고용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고용을 엄격히 감독하고 나아가 장애인고용 의무비율을 높이는 일이 정부의 의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최소한의 장애인노동권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의무고용 면제도 고령자의 일자리가 점차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5) 이 법안은 헌법 제32조, 헌법 제11조를 위배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보호를 헌법적 차원에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하여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그러한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생리휴가와 주휴를 무급화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당해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조치 없이 헌법 및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근로조건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헌법 제32조 제3항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은 단순히 기업내의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기타의 생활조건을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목적으로 최저생활조건을 정하고 감독관청으로 하여금 근로감독을 실시케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인바, 이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최저보장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법안은 위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의 월차유급휴가와 유급주휴, 유급생리휴가, 파견업무 및 기한의 보호를 받지 못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국내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물론이고,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에 입주한 외국인투자기업 또는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국내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그 권리에 있어 차이가 생기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1999. 7. 22.자 98헌바 14 결정에서 시혜적 법률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과는 달리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기왕의 권리를 축소하는 법률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재량은 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 위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재정경제부가 위 법안의 입법취지로 들고 있는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외국인 투자의 유치"라는 점만으로는 합리적 이유가 보기 어렵고, 결국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인바, 이러한 점에서 위 법안은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외국영리 교육자본의 진출 허용과 외국인 학교에의 내국인 입학 전면 허용은 공교육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학교법인이 경제자유구역내에 초중등 및 대학(원)의 설립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까지 허용하고 있다. 초중등교육기관이 외국학교법인에 개방되는 것은 공교육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전해 줄 것이며 특히 내국인 입학허용은 외자유치와는 무관한 것으로 사립학교법의 개정 시도가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이 법안에 슬그머니 추가시킨 것에 불과하다. 이는 각 분야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이 법안의 저의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올해 5.23-24일 양일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교육시장 개방 관련 OECD/US 국제포럼' 참석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이하게도, "현재로서는 외국에 분교설립 등 해외 교육시장 진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우수 대학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일부 외국의 사이버 대학·사설 온라인 프로그램 제공자·어학학원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또한 "미국 현지에서 학생모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실 외국대학들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분교를 설치에 힘을 쏟을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상업적인 대학들도 이익이 예견되면 분교를 설치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0년간 약 200개의 비영리 대학이 파산했고, 현재 약 700여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대학이 성업중이다"라고 한다.
이처럼 교육부조차 국내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수대학은 없고, 영리목적의 교육사업자만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고 있어 남한의 교육이 영리목적의 교육기관의 투기장이 될 우려가 크다.
5. 각종 필수적인 환경규제에 관한 법률들의 적용을 면제해 주어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12조)는 외국인기업이 개발사업을 시행할 경우 개발사업실시계획을 작성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의 승인을 얻는 것으로 모든 인허가를 생략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초지법, 산림법, 농지법, 하천법, 폐기물관리법, 수도법, 공유수면관리법, 도로법,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사수도법, 도시개발법, 공재채취법, 환경교통재해등에관한영향평가법 등 주요 환경관련법안 34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 나아가 법안(16조2항)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원활히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개발이익환수에관한법률, 자연환경보전법, 대체초지조어비, 생태계보전협력금, 산림전용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공유수면 점·사용료, 환경개선부담금 등을 감면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각종 환경규제를 담고 있는 법률들을 무력화시키고 환경 파괴가 가속화 될 것이다.
6. 조세권징수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투자기업 개발사업자는 여러 환경관련 부담금을 감면받는 것과 함께 법인세,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주요 직접세를 감면받게 된다. 또한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세, 지방세가 감면되고, 외국인 편의시설 설치에 자금이 지원되며, 국·공유 재산의 임대료도 감면된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조세징수권을 공공연하게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7.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인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의한 요양기관으로 간주되지 않음으로써 건강보험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완전 상업의료체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될 개연성이 높으며,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운영한다지만 우리나라 의료관행을 볼 때 고소득 내국인의 의료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8. 경제자유구역법안은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저개발 자본주의 국가의 투자자유지역 구상에 가까운 것으로 현실적 필요성도 의문시 된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안은 그 명칭은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빌려 온 것이고, 내용은 네델란드와 같은 선진국에서 모델을 따왔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은 저개발 자본주의 국가의 투자자유지역 구상에 완전히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법안은 OECD 회원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책임을 완전히 망각한 것이다.
2000년 6월 27일 채택된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은 "다국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와 다국적기업들간에 상호 신뢰의 기초를 공고히 하며, 외국인투자 환경의 개선에 기여하고, 다국적기업이 지속가능한 개발에의 기여를 촉진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자율적인 국제규범이다. 재정경제부 스스로도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OECD에서 정한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의 홍보활동도 수행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즉 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반면에 외국인투자기업들도 우리나라 법률과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상호노력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2장 일반정책에서 "(다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이 활동하고 있는 국가에서 확립된 정책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다른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환경, 건강, 안전, 노동, 조세, 재정상 인센티브 또는 기타 현안과 관련된 법규 또는 규제적 기본틀에서 의도하고 있지 않은 면제를 모색하거나 받는 것을 삼갈 것(2장 5조)"을 주문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또 고용 및 노사관계를 다룬 4장에서는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 및 고용 노사관계 기준의 준수, 작업상 건강과 안전상의 조치 등을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외국기업들이 노동, 환경 등의 법규의 완화를 모색하거나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면제해주려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하려고 노력할 필요 자체가 없도록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발상은 결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동북아의 이웃나라들을 경쟁적으로 자극할 뿐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발전 수준에서 더 이상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외국인투자유치 전략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유효하지도 않다.
더 낮은 임금과 더 높은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유동하는 초국적기업들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각국의 국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국제규범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의 나라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파괴되고 만다면 우리 정부도 다른 나라의 정부와 기업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9. 결 론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재경부장관이 주도하는 경제자유구역지정위원회의 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 11조의 평등권을 위배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2조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다.
더구나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을 전국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하며, 설사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 유치로 인하여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오랫동안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든 노동, 환경, 교육, 장애인, 의료 각 분야의 주요한 법률들이 기업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무력화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고급숙련노동력과 기술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육성만이 한국경제가 살길이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와 국회는 노동, 환경, 여성, 조세, 교육, 보건 등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재앙을 부를 악법을 제정하여 경제자유지역을 유치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법안은 우리나라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식민법률, 위헌법률이다. 정치권의 경제자유구역법안 입법기도는 국민들에 대한 중대한 선전포고이다. 양대 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각 시민사회단체도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만일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그 이후 초래될 심각한 결과에 대하여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각 정당과 국회에 경제자유구역법안 통과를 즉각 중단하고 이 법안의 폐기를 촉구한다.
2002. 11. 1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