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3.03.18 보도자료 1 >
전운 감도는 요르단 암만에서 온 편지
1.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단장, 김형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파리를 거쳐 현지시각으로 15일 저녁 요르단 암만에 도착했습니다. 애초 계획으로는 18일 자동차 편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로 들어가려했던 대표단은 개전 초읽기에 들어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암만에 머물면서 이후 반전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 민주노총은 한국시각으로 17일 오후 긴급 상황을 점검해 대표단에게 '부시의 선전포고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세가 매우 유동성이 있으니 이라크 진입을 일단 미루고 암만에서 대기'하도록 했고, 며칠 상황을 보면서 암만에서 세계 각국 반전평화 운동가들과 함께 반전활동을 모색한 뒤 추후 지침을 기다리도록 조치했습니다.
김형탁(金炯卓 민주노총 부위원장, 41), 이창근(李昌根 민주노총 국제부장 35), 김정욱(金正旭 쌍용자동차노동조합 대외협력부장 34) 등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이 보내온 편지로 전운이 감도는 중동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십시오. 민주노총은 전쟁반대 대표단 소식이 오는대로 계속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반전운동 소식을 전해드리고 전쟁반대 운동에 앞장서겠습니다.
○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제1신
지금현재 시각 16일 오후1시10분.
어제 저녁 암만에 도착한 우리팀은 지금 현재 알몬제르호텔에 묵고 있습니다.(호텔이라하나 한국의 침대 있는 여인숙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로밍 서비스 받은 모바일폰으로 이라크 현지에 있는 아이피티팀에 우리의 도착을 알리려 했으나, 마침 호텔에 부재중이어서 메세지를 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묵은 호텔에(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은 아이피티팀에서 소개해 준 곳입니다), 미국에서 아이피티팀과 함께 활동하는 기록작가 2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서로의 활동을 소개한 후 오늘 2시에 따로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이라크 대사관으로 가서 비자를 신청하였습니다. 처음 창구에 있는 직원이 이라크 정부의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영문으로 작성된 국제조직에 우리가 보낸 공문과 아울러 한국을 떠날 때 작성한 이라크에서의 활동의 취지를 담은 성명서를 보더니,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서 비자발급문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미르라는 대사관 직원이 이라크에서 온 문서를 살펴보았으나 우리의 명단이 없자, 바그다드에서 연락이 없으므로 비자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이에 이창근 동지가 바그다드의 아이피티팀의 코디에게 직접 연락하여 대사관 직원에 바꾸어 주었습니다. (휴대폰 로밍서비스를 받은 게 정말 잘 한 일이더군요) 이에 직원은 바그다드에서 팩스를 보내주면 우리에게 연락을 해서 비자발급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대사관을 나왔습니다.
대사관을 나온 우리는 어제 공항에 마중 나왔던 한국이라크평화팀인 오김숙이씨의 숙소를 방문하였습니다. 거기서 대사관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하더라도 비자발급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그리되면 개전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많다는 점 등등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여러가지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천공항에서 우리가 만났던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오수연씨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동아일보의 권기태 기자가 들어왔습니다. 권기자님은 시간이 있어 잠시 들른 것이었습니다. 그런과정에서 신속하게 이라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광비자의 방법이 제일 빠르다는 것이 제안되었고, 관광비자는 5인이상이어야만 가능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5명의 팀을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즉 우리 3인과 오수연씨, 권기태기자 이렇게 5명입니다.
즉시로 여행사(이 여행사는 한국인이 대표로 있습니다. 여러 번 먼저 들어왔던 한국이라크평화팀의 글에서 소개되었던 여행사입니다.)에 연락하여 내일 17일 오후에 이라크에 들어가는 것으로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세판단이 있으므로 밤 10시에 다시 만나 상황을 점검하기로 하였습니다. 관광비자는 3박4일로 끊도록 하였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우리가 이라크로 들어갔을 때 전쟁이 날 경우입니다. 권기자님의 말에 의하면 이번 공격에서는 하루에 3,000발의 폭탄을 쏟아 붇는답니다. 91년 전쟁 때는 200발 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면 오폭률이 10%만 되어도 300발이 그냥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그러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오폭률은 10%를 훨씬 상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공습이 시작되면 우리는 그대로 갇히게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돈이 에그...
이전 침공 때는 샤워한번 하는데 90달러였데요~!
2시가 다 되어 가는 관계로 더 많은 이야기를 쓸 수는 없겠네요. 인터뷰 2시 약속이 끝나면 여 말씀드리기로 하지요. 굿럭 투 어스. 인샬라.
- 요르단 암만에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이 보냅니다.
○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제2신
두 번 째로 이메일을 보냅니다.
17일 아침(물론 거기는 오후) 통화에서 이회수 실장에게 대략의 상황과 판단에 대한 근거는 말씀 드렸고, 또한 서울에서 논의된 내용과 우리의 상황에 근거해서 일단 오늘 오후(한국시간으로는 밤) 바그다드로 관광비자를 받아 떠나려 했던 계획은 일단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 대해 오수연작가나 권기태 기자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상황의 추이를 좀더 살펴본 후에 이후 행동의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어제 아침 이라크 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의 추진은 별도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그것 역시도 지금 현재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제 대사관 측에서는 우리의 활동 취지와 목표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였고, 바그다드에서 연락이 오는 즉시 우리에게 연락을 주기로 하였더랬습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상태이고, 우리가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소식을 전하면 어제 두 명의 한국사람이 도착하였고, 오늘 인터넷카페에 와서 그 중 한명을 만났습니다. 오신 분은 부산일보 기자와 마산의 열린사회 희망연대의 이창용씨입니다. 부산일보 기자는 프레스센터에 기자 등록을 하러갔고 이창용씨는 한국이라크평화팀이 묵고 있는 아미라호텔 숙소에서 지낸 후 아침에 이 인터넷 카페에 왔습니다. 이분은 바그다드에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고, 부산일보기자가 취재비자를 발급 받으면 취재보조원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분 역시도 관광비자는 위험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들의 판단은 그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만. 어쨌든 관광비자는 여러가지로 위험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이라크군으로부터 스파이로 취급받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한에서, 그것도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고 하면...
오늘 저녁 아홉시(한국시간으로는 내일 새벽 4시) 이라크에 들어가 있던 한국 이라크 평화팀 사람들이 바그다드를 떠날 예정입니다. 아마 내일 새벽이면 암만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후 행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은 여러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서울에서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몇 가지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첫째는 암만에 있는 한국사람들끼리 모여(바그다드에서 도착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함께 논의해야겠지요)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방법입니다. 요르단의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그들이 같이 할 수 있는지, 같이 할 수 있다면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조직이 안 된다 하더라도 우리끼리라도 반전 평화에 대한 한국노동계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겠지요. 물론 상징적인 의미 이상 생각하기는 곤란할 것입니다만.
두 번 째는 암만을 떠나 유럽(반전시위가 가장 활발했던 영국, 또는 우리의 노력에 긍정적 의사를 보였던 SUD가 있는 프랑스 등)에서 반전에 대한 국제 노동연대를 제안하고 구체적인 행동까지도 같이하도록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간이 얼마 걸릴지 모르는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
세 번 째로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리고 국제 노동조직에 함께 워싱턴에 모이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용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방법입니다만.
이상의 방법은 우리가 이라크로 떠나 올 때의 취지와 가장 근접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의미가 대단히 축소되어버리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라크 침공이 개시되면 팔레스타인 상황이 대단히 복잡해지게 되는데,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 시리아 등의 자국민들에게 3일 이내에 떠날 것을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라크에서의 전쟁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번진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기서 들은 바에 의하면 어제 미국의 23세 된 여성 평화활동가가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이다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동이 뜨겁습니다. 그러기에 팔레스타인에서의 활동(아직 정확히 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도 반전운동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오수연씨가 제안한 바 있는 것인데, 팔레스타인 역시 위험성에 있어서는 여기 못지 않을 것이고,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간과, 애초의 취지를 보았을 때 난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방안은 요르단 이르크 국경근처에 건설중인 refugee camp(난민 캠프)를 주말 근처 방문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는 아무도 없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난민캠프에 이라크 난민들이 몰려올텐데 그들을 방문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지금 당장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원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으나 민주노총이 난민문제에 결국은 전쟁의 참상에 고통을 함께하고 이후 지원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방안의 하나로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이라크 국경까지 가서 반전시위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국경근처에 접근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이 방안은 접기로 하였습니다.
암만까지 와서 이라크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그러나 쉽게 모험을 걸 수도 없는 상황이군요.
두 번 째 편지는 요정도로 쓰고 곧 다시 세 번 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 요르단 암만에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이 보냅니다.
<끝>
전운 감도는 요르단 암만에서 온 편지
1.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단장, 김형탁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파리를 거쳐 현지시각으로 15일 저녁 요르단 암만에 도착했습니다. 애초 계획으로는 18일 자동차 편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로 들어가려했던 대표단은 개전 초읽기에 들어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암만에 머물면서 이후 반전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 민주노총은 한국시각으로 17일 오후 긴급 상황을 점검해 대표단에게 '부시의 선전포고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세가 매우 유동성이 있으니 이라크 진입을 일단 미루고 암만에서 대기'하도록 했고, 며칠 상황을 보면서 암만에서 세계 각국 반전평화 운동가들과 함께 반전활동을 모색한 뒤 추후 지침을 기다리도록 조치했습니다.
김형탁(金炯卓 민주노총 부위원장, 41), 이창근(李昌根 민주노총 국제부장 35), 김정욱(金正旭 쌍용자동차노동조합 대외협력부장 34) 등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이 보내온 편지로 전운이 감도는 중동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십시오. 민주노총은 전쟁반대 대표단 소식이 오는대로 계속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반전운동 소식을 전해드리고 전쟁반대 운동에 앞장서겠습니다.
○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제1신
지금현재 시각 16일 오후1시10분.
어제 저녁 암만에 도착한 우리팀은 지금 현재 알몬제르호텔에 묵고 있습니다.(호텔이라하나 한국의 침대 있는 여인숙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로밍 서비스 받은 모바일폰으로 이라크 현지에 있는 아이피티팀에 우리의 도착을 알리려 했으나, 마침 호텔에 부재중이어서 메세지를 남겨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묵은 호텔에(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은 아이피티팀에서 소개해 준 곳입니다), 미국에서 아이피티팀과 함께 활동하는 기록작가 2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서로의 활동을 소개한 후 오늘 2시에 따로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이라크 대사관으로 가서 비자를 신청하였습니다. 처음 창구에 있는 직원이 이라크 정부의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영문으로 작성된 국제조직에 우리가 보낸 공문과 아울러 한국을 떠날 때 작성한 이라크에서의 활동의 취지를 담은 성명서를 보더니, 대사관 안으로 들어가서 비자발급문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미르라는 대사관 직원이 이라크에서 온 문서를 살펴보았으나 우리의 명단이 없자, 바그다드에서 연락이 없으므로 비자발급이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이에 이창근 동지가 바그다드의 아이피티팀의 코디에게 직접 연락하여 대사관 직원에 바꾸어 주었습니다. (휴대폰 로밍서비스를 받은 게 정말 잘 한 일이더군요) 이에 직원은 바그다드에서 팩스를 보내주면 우리에게 연락을 해서 비자발급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대사관을 나왔습니다.
대사관을 나온 우리는 어제 공항에 마중 나왔던 한국이라크평화팀인 오김숙이씨의 숙소를 방문하였습니다. 거기서 대사관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하더라도 비자발급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그리되면 개전시기와 겹칠 가능성이 많다는 점 등등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와, 여러가지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천공항에서 우리가 만났던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오수연씨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동아일보의 권기태 기자가 들어왔습니다. 권기자님은 시간이 있어 잠시 들른 것이었습니다. 그런과정에서 신속하게 이라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광비자의 방법이 제일 빠르다는 것이 제안되었고, 관광비자는 5인이상이어야만 가능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5명의 팀을 구성하기로 하였습니다. 즉 우리 3인과 오수연씨, 권기태기자 이렇게 5명입니다.
즉시로 여행사(이 여행사는 한국인이 대표로 있습니다. 여러 번 먼저 들어왔던 한국이라크평화팀의 글에서 소개되었던 여행사입니다.)에 연락하여 내일 17일 오후에 이라크에 들어가는 것으로 일을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세판단이 있으므로 밤 10시에 다시 만나 상황을 점검하기로 하였습니다. 관광비자는 3박4일로 끊도록 하였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우리가 이라크로 들어갔을 때 전쟁이 날 경우입니다. 권기자님의 말에 의하면 이번 공격에서는 하루에 3,000발의 폭탄을 쏟아 붇는답니다. 91년 전쟁 때는 200발 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면 오폭률이 10%만 되어도 300발이 그냥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그러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오폭률은 10%를 훨씬 상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공습이 시작되면 우리는 그대로 갇히게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돈이 에그...
이전 침공 때는 샤워한번 하는데 90달러였데요~!
2시가 다 되어 가는 관계로 더 많은 이야기를 쓸 수는 없겠네요. 인터뷰 2시 약속이 끝나면 여 말씀드리기로 하지요. 굿럭 투 어스. 인샬라.
- 요르단 암만에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이 보냅니다.
○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제2신
두 번 째로 이메일을 보냅니다.
17일 아침(물론 거기는 오후) 통화에서 이회수 실장에게 대략의 상황과 판단에 대한 근거는 말씀 드렸고, 또한 서울에서 논의된 내용과 우리의 상황에 근거해서 일단 오늘 오후(한국시간으로는 밤) 바그다드로 관광비자를 받아 떠나려 했던 계획은 일단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 대해 오수연작가나 권기태 기자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상황의 추이를 좀더 살펴본 후에 이후 행동의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어제 아침 이라크 대사관에 비자신청을 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의 추진은 별도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그것 역시도 지금 현재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최종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어제 대사관 측에서는 우리의 활동 취지와 목표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였고, 바그다드에서 연락이 오는 즉시 우리에게 연락을 주기로 하였더랬습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상태이고, 우리가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소식을 전하면 어제 두 명의 한국사람이 도착하였고, 오늘 인터넷카페에 와서 그 중 한명을 만났습니다. 오신 분은 부산일보 기자와 마산의 열린사회 희망연대의 이창용씨입니다. 부산일보 기자는 프레스센터에 기자 등록을 하러갔고 이창용씨는 한국이라크평화팀이 묵고 있는 아미라호텔 숙소에서 지낸 후 아침에 이 인터넷 카페에 왔습니다. 이분은 바그다드에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고, 부산일보기자가 취재비자를 발급 받으면 취재보조원으로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분 역시도 관광비자는 위험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물론 저희들의 판단은 그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만. 어쨌든 관광비자는 여러가지로 위험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이라크군으로부터 스파이로 취급받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한에서, 그것도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고 하면...
오늘 저녁 아홉시(한국시간으로는 내일 새벽 4시) 이라크에 들어가 있던 한국 이라크 평화팀 사람들이 바그다드를 떠날 예정입니다. 아마 내일 새벽이면 암만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후 행동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방법은 여러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서울에서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몇 가지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첫째는 암만에 있는 한국사람들끼리 모여(바그다드에서 도착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함께 논의해야겠지요)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방법입니다. 요르단의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그들이 같이 할 수 있는지, 같이 할 수 있다면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든 그렇게 조직이 안 된다 하더라도 우리끼리라도 반전 평화에 대한 한국노동계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겠지요. 물론 상징적인 의미 이상 생각하기는 곤란할 것입니다만.
두 번 째는 암만을 떠나 유럽(반전시위가 가장 활발했던 영국, 또는 우리의 노력에 긍정적 의사를 보였던 SUD가 있는 프랑스 등)에서 반전에 대한 국제 노동연대를 제안하고 구체적인 행동까지도 같이하도록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간이 얼마 걸릴지 모르는 한계가 있기는 합니다.
세 번 째로 워싱턴으로 날아가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리고 국제 노동조직에 함께 워싱턴에 모이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용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방법입니다만.
이상의 방법은 우리가 이라크로 떠나 올 때의 취지와 가장 근접한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의미가 대단히 축소되어버리지만.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라크 침공이 개시되면 팔레스타인 상황이 대단히 복잡해지게 되는데,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 시리아 등의 자국민들에게 3일 이내에 떠날 것을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라크에서의 전쟁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번진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기서 들은 바에 의하면 어제 미국의 23세 된 여성 평화활동가가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위를 벌이다 살해당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중동이 뜨겁습니다. 그러기에 팔레스타인에서의 활동(아직 정확히 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도 반전운동에 있어 중요한 지점이라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오수연씨가 제안한 바 있는 것인데, 팔레스타인 역시 위험성에 있어서는 여기 못지 않을 것이고,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간과, 애초의 취지를 보았을 때 난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방안은 요르단 이르크 국경근처에 건설중인 refugee camp(난민 캠프)를 주말 근처 방문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는 아무도 없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난민캠프에 이라크 난민들이 몰려올텐데 그들을 방문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 방안은 지금 당장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원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으나 민주노총이 난민문제에 결국은 전쟁의 참상에 고통을 함께하고 이후 지원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방안의 하나로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이라크 국경까지 가서 반전시위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았습니다만, 국경근처에 접근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 이 방안은 접기로 하였습니다.
암만까지 와서 이라크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한편으로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그러나 쉽게 모험을 걸 수도 없는 상황이군요.
두 번 째 편지는 요정도로 쓰고 곧 다시 세 번 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 요르단 암만에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이 보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