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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암만에서 온 편지6

작성일 2003.03.21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771
암만에서 온 편지 6

지금 현재 요르단 암만시각은 21일 새벽 2시(한국시간으로는 아침9시)입니다.

새벽 3시경까지 방송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뜬 시각은 새벽 5시 반이었습니다. 국경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6시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켜져있던 CNN 방송에서 바그다드 폭격소식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예정시각은 아니었으나 침공이 시작되었구나 하면서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국경지역으로 가면서도 우리는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1차 폭격이었다는 것은 차로 한참을 가고 난 이후였습니다. 우리는 아랍어를 할 줄 모르고, 차안에서 아랍어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있으면서도 상황이 어떻게 되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우리가 타고 있던 차를 운전하는 기사는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잠시 쉴 때 앞서 가는 차에 상황을 물었는데 그때서야 1차 폭격으로 멈추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는 내내 자갈 사막이 도로 양 옆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몇 개의 검문소를 지나 루웨이셔드 마을에 도착했고, 이어 난민캠프가 설치중인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암만에서 300킬로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먼저 도착한 곳은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에서 설치중인 캠프였습니다. 황량한 사막 벌판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9시 반쯤이었는데 이제 21동째의 텐트가 설치중이었습니다. 눈을 뜨기 조차 힘든 모래 바람이 불어댔습니다. 입으로 모래가 그냥 들어오는 듯 했습니다. 50일간 불어댄다는 함스니아라는 모래돌풍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곳에 어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전쟁이 장기화되면 어린아이들은 이런 곳을 어찌 버틸까. 말뚝 몇 개로 거센 바람을 근근히 버티고 있는 천막은 천막 주변에 흙과 돌맹이로 눌러 쓰러지지 않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곧 그 안에 들어가 살 사람들이 천막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야 하겠지요. 작업 책임자의 말로는 이곳 캠프에는 2만 명이 수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아무것도 지어진 것이 없는데...

다음 캠프로 옮겼습니다. 국제적십자사에서 설치하는 캠프였습니다. 그런데 적십자 표시가 아닌 초생달 표시의 텐트가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물어보니 적신월(赤新月)사라고 합니다. 이슬람에서는 적십자가 아닌 적신월을 표시하고 있다 합니다. 이곳에는 50개 정도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이미 바그다드에서 빠져나온 수단인들이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이라크난민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 역시 시설은 여전히 설치 중이었습니다.
도착한 수단인들은 수단으로 가는 항공권을 가진 사람들만 다른 버스에 실리고 있었습니다. 없는 사람들은 그곳에 남아야 하는가 봅니다. 암만으로 가서 불법체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 합니다. 엄청난 양의 석유를 가진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그들은 사막으로 쫓겨나 천막 하나로 모진 모래 돌풍을 견뎌야 합니다.

암만으로 돌아와서 이창용씨를 만났습니다. 반전평화팀의 팀장이 되셨다 합니다. 암만에 남아 있는 우리들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했습니다. 민주노총 대표단과 반전평화팀이 공동의 계획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21일 오후 다함께 만나서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 요르단 암만에서 민주노총 전쟁반대 대표단 김형탁(민주노총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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