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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약한 노조는 경영잘못 탓" - 문화일보 기사

작성일 2003.09.0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2773
<취재수첩>"고약한노조는 경영잘못 탓"

노윤정 기자/prufrock@munhwa.co.kr

한국네슬레의 청주공장 철수 검토설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는 11년간의 한국 근무를 마치고 러시아로 떠나는 BAT코리아 존 테일러 사장의 조촐한 환송식이 열렸다. 기자들은 한국네슬레 사태와 외국기업의 고충에 대한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하지만 테일러 사장은 실망스럽게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내 주변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시장에 관심을 갖고있고 한국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네슬레의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잘 이해가 안됩니다.” 그래도 “한국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충고 한마디만 해달라”는 요청이 계속되자 테일러 사장은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고약한 노조는 경영을 잘못한 탓입니다(Bad union is a result of bad management).”

최근 외국기업의 잇단 한국철수 검토설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 “냉정하게 봐야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월마트코리아와 한국네슬레 등 최근 한국 철수설이 터진 기업들은 모두 한국에서 고전중인 업체들이다. 월마트코리아는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할인점 업계 ‘꼴찌’를 면치못하고 있다. 게다가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인데도 투자축소 검토설에는 “노조 때문에”라는 이유가 따라붙었다. 한국네슬레 역시 세계 최대 종합식품업체임에도 국내 시장에서는 15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들어서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주력제품인 커피와 과자, 이유식 등에서 국내업체에 고전하고 있다. 네슬레가 중국에 아시아 본부를 설립하고 국내업체와 유통대행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기업은 이윤에 따라 움직인다. 훌륭한 경영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도 노조가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철수를 검토할 기업은 없다. 면도날에 양면이 있듯 기업의 경영 논리에도 표면과 이면이 있는 법이다. prufrock@ - 문화일보 2003. 9.4


<취재수첩>노사갈등 부풀리는 한국언론


노윤정 기자/prufrock@munhwa.co.kr


“싸우고 충돌하는 나라, 이것이 외국인들이 접하는 한국의 이미지입니다.”

지난 3일 주한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신임회장단 기자회견에서 마르코스 고메즈 회장이 한국 노사분규 현장 사진이 실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을 흔들며 한 말이다. 다음날 대부분의 신문들은 ‘외국 기업인들, 또 다시 한국 노동계에 쓴 소리’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마치 회장단이 한국 노사관계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거침없이 성토한 것처럼.

실상은 어땠을까. 이날 기자회견은 사실 회장단의 취임기념 회견이었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노동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집요한 유도심문으로 진행됐다. 회장단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1시간 내내 노조문제만 이야기했다. 질문할 것이 그것밖에 없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한국 노사관계에 교훈(lesson)을 달라”는 난센스같은 질문에 영국 출신 부회장의 “영국을 참고해보라”는 답변은 “한국은 네덜란드식 모델보다 영국식 모델이 적합하다”는 멘트로 짜깁기됐다.

지난달 27일 방한한 한·미재계회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의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회장의 고사에도 한국과 다른 나라의 노조를 비교해줄 것을 거듭요청했다. “노조때문에 한국 투자계획을 철회한 사례를 봤다면 소개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주최측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나쳐간 멘트 하나가 ‘한국 노조 끔찍하다’라는 표현으로 통신 기사 제목으로 뽑혀 주한미상공회의소측이 기자들에게 번역된 기사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고메즈 주한EU상의 회장이 흔들어보인 ‘파이낸셜타임스’는 싸우고 충돌하는 모습만을 입맛대로 부풀리는 언론에 대한 질책일 수도 있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어쩌면 노조가 아니라 언론의 자화상은 아니었을까.
prufrock@ - 문화일보 200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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