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3. 10. 17 보도자료 1 >
손배가압류 또 노동자 자살 내몰아
17일 부산 한진중노조 위원장 '노동탄압 항거' 자살
35M 크레인 위 129일째 고공농성 중 목매달아
한진재벌 91년부터 여섯 차례 18억 손배 가압류 청구
1. 회사 쪽이 해고에 반대하는 노조활동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해 노동탄압하는 것을 견디다 못한 대기업노조 위원장이 목 매달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김주익(40) 지회장이 17일 아침 9시쯤 129일째 고공 농성중이던 35M 높이의 지프크레인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노조간부들에 따르면 아침마다 출근시간에 농성장에서 모습을 내보이던 김지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아 올라가 보았더니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유서 내용 등 보다 자세한 상황은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 지난 1월 창원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50)씨가 회사쪽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해 노동탄압하는 데 항거해 분신자살한 데 이어, 부산 한진중공업노조 위원장이 손배가압류 등 회사쪽 노동탄압에 항의해 목매 자살해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한 노동탄압 문제가 또 다시 노동계를 크게 자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한 한진재벌은 인수직후인 지난 91년에 노조활동을 문제삼아 노조간부 12명에게 7천2백여만 원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94년 3억5천만원, 95년 3천만원, 96년 5억4천만원, 98년 1억1천만원, 2002년 7억4천만원 등 6년에 걸쳐 113명에게 18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조합비 전액을 가압류당한 것은 물론 임금·상여금·퇴직금·월차수당 등 회사에서 받는 임금의 절반을 가압류 당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강요당해 심지어 가족까지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한 가두시위를 벌여왔습니다. 특히 김지회장 등 노조간부 7명은 자신이 살고있는 집까지 가압류 당하는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3. 김 지회장 자살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은 유덕상 수석부위원장을 현지에 급파해 대책 수립에 나섰으며,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은 산하노조 전체 간부들을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집결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오후 3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민주노총 이번 일이 사용자들이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한 가혹한 노동탄압이 빚은 참극이기 때문에 비인간적 손해배상 가압류 탄압을 사회적으로 영구히 추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악덕 한진재벌의 비정한 노동탄압을 사회적으로 심판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2월에 조사한 데 따르면 노조활동과 관련해 사용주들이 노조간부와 노조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가압류는 50개 사업장 2천 222억 9천만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상황 등 노동탄압 자세한 자료는 덧붙인 파일 참조.
※ 부산 현지 문의 : 박진현 민주노총 부산본부 교선국장 017-542-4264 / 051-637-7460
<현장과 사람>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 제260호
▶ "이 투쟁이 끝나기 전에는 내려갈 수도, 아무도 올라 올 수도 없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먼길을 왔다'는 <노동과 세계> 취재진의 부탁도 먹히지 않았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41)의 고공농성은 10월7일로 119일째를 맞았다. 그 동안 누구도 직접 그를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35미터 아래서 김 지회장을 올려다보며 전화로 통화하는 마음은 착잡했다.
죽기를 각오했지만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제발 내려가자", "몸을 아껴라", "가정을 생각해라"등 걱정하는 얘기로 행여 빈틈이 생길까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김 지회장이 35미터 높이 85호 지프크레인 운전실로 올라 간 것은 지난 6월11일 밤 11시.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가족은 물론 친한 동료에게까지 자신의 결심을 알리지 않았다.
"죽을 각오 한 것을 누구에게 알리겠습니까? 결심을 알려 봤자 말릴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집사람한테도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올라왔지요."
그곳에 오른 줄 아무도 몰라
그는 다음날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목숨을 조합원 동지들의 손에 맡기겠다. 2002년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여기 크레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회사는 도대체 나아진 게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직 노조를 깨겠다는 일념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행동만 하고 있습니다."
김 지회장이 입사한 82년 1월부터 노조활동을 시작한 89년까지, 아니 박창수 열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94년 LNG파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회사는 해가 갈수록 교묘하고 악랄하게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했다.
"노조간부 구속, 징계로 이어지던 탄압이 어느새 손배·가압류, 교섭회피 등으로 더 악랄해졌습니다. 조합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핸 구조조정 명목으로 '인력체질개선'이란 것을 고안해 50이 넘은 늙은 조합원들에게 독후감쓰기, 액셀교육 등을 시켰어요."
굵직굵직한 투쟁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투쟁력은 시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조합원들의 피해의식은 더 커졌다. 찍혀서 교육가면 해고대상이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지회장 고공농성 뒤 현장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고공농성 다음날인 12일부터 지회가 농성크레인 아래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상집과 대의원 50여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저지를 뚫고 매일 아침 보고대회에 참가하는 조합원이 50명이 100명으로, 100명이 300명으로 늘어나는 광경을 35m 지상에서 보게된다.
"지금은 500여명이 농성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월급 한푼 제대로 받지 못한 간부들, 두 달 넘도록 월급구경 못한 조합원들이 사비를 털어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7월21일 전면파업에 들어갔을 때 천막 50여 동을 치고 농성장을 지키던 조합원은 700여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활고에 따른 이탈자도 생기고 사측의 협박, 회유에 넘어 가는 조합원도 있다. 그러나 김 지회장은 아직까지 남아 투쟁현장을 지키는 500여 조합원과 집에서 나약한 자신을 꾸짖고 있을 나머지 조합원들만을 믿는다.
"씻지 못하는 고통을 아십니까"
"끝까지 노조를 지켜내고 승리할 사람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정부나 자본이 우리노조를 지켜주고 권리를 인정해 줄리 만무합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모두가 뭉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김 지회장은 태풍 '매미' 때문에 생사가 오락가락 하던 순간에도, 강풍이 불면 여전히 크레인이 돌아가는 지금도 결코 땅을 밟지 않았다.
"사측은 아직도 제가 내려가야 교섭을 하겠다고 합니다. 저와 간부들에게 체포영장도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투쟁이 끝날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단 한 발도 땅에 디디지 않을 겁니다. 사측은 알겁니다. 경찰을 투입하고 농성장을 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번 임단협이 부디 노조의 승리로 마무리돼 "무엇보다도 몸을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는 김 지회장을 깨끗하고 건강한 얼굴로 지상에서 봤으면 좋겠다. 박수경 work0818@nodong.org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기사
배달호 열사 분신사망을 계기로 신종노동탄압인 손배·가압류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게 어디 한 두 사업장이겠냐만은 한진중공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작년 구조조정 저지투쟁 과정에서 한진재벌은 노조간부 20명의 임금, 부동산과 조합비에 대해 7억4천4백여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1명 해고, 17명 징계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해 임단협이 아직 더 체결되지 않음에 따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1월20일 손배·가압류 철회와 2002년 임단협체결을 촉구하는 부분파업을 벌였고, 22일에는 오후4시간파업을 펼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한진재벌의 노동탄압은 세월을 거슬러 박창수 열사와 만난다. 한진재벌은 91년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박창수 열사의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에 대해 노조간부 12명을 상대로 7천2백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94, 95, 98년과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번에 걸쳐 노조와 노조간부 1백13명에게 총 18억6천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했다.
2002년 한해 동안 한진재벌은 '인력체질개선'을 내건 불법 사직강요로 '늙은 노동자' 6백50명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한 조합원의 어머니와 장애인 여동생이 사직 뒤 닥칠 생활고를 비관해 음독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길거리로 내몰린 이들의 나이는 많게는 전태일 열사부터 적게는 배달호 열사 또래가 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 볼 것이다' 사이에 있는 노동자들. 조합원 가족이 음독자살한 4월에 열린 집회에서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가 "안기부 앞에서 우리 박창수 위원장 살려내라, 우렁차게 외치던 아저씨들 제가 왔습니다"며 연설을 시작하자 노동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우리 위원장 살려내라'라고 싸운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도 눈물도 없는 한진재벌, 누가 누구한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파업투쟁으로 다시 맞서고 있다. 박진현/부산통신원
<오마이뉴스 2003/02/19 기사> 참조
가정주부들, 손배·가압류 철회 나서
가족대책위, 남은 건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빚 독촉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인주 기자
부산영도 한진중공업사측의 노조간부에 대한 '손배·가압류'와 '징계' 등 비인도적인 노조탄압에 맞서 살림밖에 모르는 노조간부 부인들이 사측의 이런 악랄한 처사에 울분을 터트리며 길거리로 나섰다.
가족대책위는 2월17일 노조의 전면파업에 따라 오전7시 회사정문 앞 출근선전전을 시작으로 18일 오후 부산지방노동청 앞, 19일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일대에서 항의시위와 시민선전전을 펼쳤다.
대책위는 "가압류라는 족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남편들이 회사와 자신을 비관해 딴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또 가족이 잃은 웃음과 희망을 찾기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이렇게 나서게 됐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노조간부 부인인 전미숙(30)씨는 "11개월째 월급과 상여금 가압류로 가정파탄 위기에 왔으며, 남은 것은 회사에 대한 적대감과 마이너스통장, 카드빚독촉뿐이다. 게다가 노조활동 시간은 임금에서 제외돼 3월 급여는 대부분 1만원에서 몇 십만 원밖에 안 돼 앞으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회사측은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강제 월차사용과 무급휴가를 보내고 조합원 60여명을 5주간 용접교육과 2박3일 교육에 기존명단을 바꿔가며 투입했다.
이로써 한진중공업은 외주만 받는 휴업상태다. 이에 노조가족대책위는 "언제까지 회사가 휴업상태를 유지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며 "손배·가압류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김인수 사무장은 "노용준 부지회장을 재차 해고시키기 위해 '소인사위원회'를 14일 강행한 데 이어 김주익 지회장을 포함한 8명의 노조간부도 17일부터 20일까지 잇따라 연다"며 이에 맞서 "2월21일 상경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한진투쟁이 사측의 교섭거부로 노조간부의 손배·가압류(7억4400여만원) 등 현안문제를 비롯, 2002년 임·단협 교섭조차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손배가압류 또 노동자 자살 내몰아
17일 부산 한진중노조 위원장 '노동탄압 항거' 자살
35M 크레인 위 129일째 고공농성 중 목매달아
한진재벌 91년부터 여섯 차례 18억 손배 가압류 청구
1. 회사 쪽이 해고에 반대하는 노조활동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해 노동탄압하는 것을 견디다 못한 대기업노조 위원장이 목 매달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김주익(40) 지회장이 17일 아침 9시쯤 129일째 고공 농성중이던 35M 높이의 지프크레인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노조간부들에 따르면 아침마다 출근시간에 농성장에서 모습을 내보이던 김지회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아 올라가 보았더니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유서 내용 등 보다 자세한 상황은 들어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2. 지난 1월 창원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50)씨가 회사쪽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해배상 가압류를 청구해 노동탄압하는 데 항거해 분신자살한 데 이어, 부산 한진중공업노조 위원장이 손배가압류 등 회사쪽 노동탄압에 항의해 목매 자살해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한 노동탄압 문제가 또 다시 노동계를 크게 자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한 한진재벌은 인수직후인 지난 91년에 노조활동을 문제삼아 노조간부 12명에게 7천2백여만 원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94년 3억5천만원, 95년 3천만원, 96년 5억4천만원, 98년 1억1천만원, 2002년 7억4천만원 등 6년에 걸쳐 113명에게 18억 6천만원의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조합비 전액을 가압류당한 것은 물론 임금·상여금·퇴직금·월차수당 등 회사에서 받는 임금의 절반을 가압류 당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강요당해 심지어 가족까지 나서서 문제해결을 위한 가두시위를 벌여왔습니다. 특히 김지회장 등 노조간부 7명은 자신이 살고있는 집까지 가압류 당하는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3. 김 지회장 자살 소식을 들은 민주노총은 유덕상 수석부위원장을 현지에 급파해 대책 수립에 나섰으며,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은 산하노조 전체 간부들을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집결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오후 3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민주노총 이번 일이 사용자들이 손해배상 가압류를 동원한 가혹한 노동탄압이 빚은 참극이기 때문에 비인간적 손해배상 가압류 탄압을 사회적으로 영구히 추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악덕 한진재벌의 비정한 노동탄압을 사회적으로 심판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2월에 조사한 데 따르면 노조활동과 관련해 사용주들이 노조간부와 노조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가압류는 50개 사업장 2천 222억 9천만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 한진중공업 손배가압류 상황 등 노동탄압 자세한 자료는 덧붙인 파일 참조.
※ 부산 현지 문의 : 박진현 민주노총 부산본부 교선국장 017-542-4264 / 051-637-7460
<현장과 사람>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 제260호
▶ "이 투쟁이 끝나기 전에는 내려갈 수도, 아무도 올라 올 수도 없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먼길을 왔다'는 <노동과 세계> 취재진의 부탁도 먹히지 않았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41)의 고공농성은 10월7일로 119일째를 맞았다. 그 동안 누구도 직접 그를 만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35미터 아래서 김 지회장을 올려다보며 전화로 통화하는 마음은 착잡했다.
죽기를 각오했지만 얼굴을 마주하다 보면 "제발 내려가자", "몸을 아껴라", "가정을 생각해라"등 걱정하는 얘기로 행여 빈틈이 생길까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김 지회장이 35미터 높이 85호 지프크레인 운전실로 올라 간 것은 지난 6월11일 밤 11시.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가족은 물론 친한 동료에게까지 자신의 결심을 알리지 않았다.
"죽을 각오 한 것을 누구에게 알리겠습니까? 결심을 알려 봤자 말릴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집사람한테도 사전에 말 한마디 없이 올라왔지요."
그곳에 오른 줄 아무도 몰라
그는 다음날 '조합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목숨을 조합원 동지들의 손에 맡기겠다. 2002년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여기 크레인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회사는 도대체 나아진 게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오직 노조를 깨겠다는 일념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행동만 하고 있습니다."
김 지회장이 입사한 82년 1월부터 노조활동을 시작한 89년까지, 아니 박창수 열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94년 LNG파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회사는 해가 갈수록 교묘하고 악랄하게 노조와 조합원을 탄압했다.
"노조간부 구속, 징계로 이어지던 탄압이 어느새 손배·가압류, 교섭회피 등으로 더 악랄해졌습니다. 조합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핸 구조조정 명목으로 '인력체질개선'이란 것을 고안해 50이 넘은 늙은 조합원들에게 독후감쓰기, 액셀교육 등을 시켰어요."
굵직굵직한 투쟁 속에서도 조합원들의 투쟁력은 시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 구조조정 이후 조합원들의 피해의식은 더 커졌다. 찍혀서 교육가면 해고대상이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지회장 고공농성 뒤 현장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고공농성 다음날인 12일부터 지회가 농성크레인 아래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상집과 대의원 50여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저지를 뚫고 매일 아침 보고대회에 참가하는 조합원이 50명이 100명으로, 100명이 300명으로 늘어나는 광경을 35m 지상에서 보게된다.
"지금은 500여명이 농성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월급 한푼 제대로 받지 못한 간부들, 두 달 넘도록 월급구경 못한 조합원들이 사비를 털어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7월21일 전면파업에 들어갔을 때 천막 50여 동을 치고 농성장을 지키던 조합원은 700여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활고에 따른 이탈자도 생기고 사측의 협박, 회유에 넘어 가는 조합원도 있다. 그러나 김 지회장은 아직까지 남아 투쟁현장을 지키는 500여 조합원과 집에서 나약한 자신을 꾸짖고 있을 나머지 조합원들만을 믿는다.
"씻지 못하는 고통을 아십니까"
"끝까지 노조를 지켜내고 승리할 사람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정부나 자본이 우리노조를 지켜주고 권리를 인정해 줄리 만무합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모두가 뭉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김 지회장은 태풍 '매미' 때문에 생사가 오락가락 하던 순간에도, 강풍이 불면 여전히 크레인이 돌아가는 지금도 결코 땅을 밟지 않았다.
"사측은 아직도 제가 내려가야 교섭을 하겠다고 합니다. 저와 간부들에게 체포영장도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투쟁이 끝날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단 한 발도 땅에 디디지 않을 겁니다. 사측은 알겁니다. 경찰을 투입하고 농성장을 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번 임단협이 부디 노조의 승리로 마무리돼 "무엇보다도 몸을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는 김 지회장을 깨끗하고 건강한 얼굴로 지상에서 봤으면 좋겠다. 박수경 work0818@nodong.org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기사
배달호 열사 분신사망을 계기로 신종노동탄압인 손배·가압류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게 어디 한 두 사업장이겠냐만은 한진중공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작년 구조조정 저지투쟁 과정에서 한진재벌은 노조간부 20명의 임금, 부동산과 조합비에 대해 7억4천4백여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1명 해고, 17명 징계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해 임단협이 아직 더 체결되지 않음에 따라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1월20일 손배·가압류 철회와 2002년 임단협체결을 촉구하는 부분파업을 벌였고, 22일에는 오후4시간파업을 펼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한진재벌의 노동탄압은 세월을 거슬러 박창수 열사와 만난다. 한진재벌은 91년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박창수 열사의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에 대해 노조간부 12명을 상대로 7천2백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94, 95, 98년과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번에 걸쳐 노조와 노조간부 1백13명에게 총 18억6천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를 했다.
2002년 한해 동안 한진재벌은 '인력체질개선'을 내건 불법 사직강요로 '늙은 노동자' 6백50명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한 조합원의 어머니와 장애인 여동생이 사직 뒤 닥칠 생활고를 비관해 음독자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길거리로 내몰린 이들의 나이는 많게는 전태일 열사부터 적게는 배달호 열사 또래가 된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 볼 것이다' 사이에 있는 노동자들. 조합원 가족이 음독자살한 4월에 열린 집회에서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가 "안기부 앞에서 우리 박창수 위원장 살려내라, 우렁차게 외치던 아저씨들 제가 왔습니다"며 연설을 시작하자 노동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우리 위원장 살려내라'라고 싸운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도 눈물도 없는 한진재벌, 누가 누구한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새해 벽두부터 파업투쟁으로 다시 맞서고 있다. 박진현/부산통신원
<오마이뉴스 2003/02/19 기사> 참조
가정주부들, 손배·가압류 철회 나서
가족대책위, 남은 건 마이너스통장과 카드빚 독촉뿐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인주 기자
부산영도 한진중공업사측의 노조간부에 대한 '손배·가압류'와 '징계' 등 비인도적인 노조탄압에 맞서 살림밖에 모르는 노조간부 부인들이 사측의 이런 악랄한 처사에 울분을 터트리며 길거리로 나섰다.
가족대책위는 2월17일 노조의 전면파업에 따라 오전7시 회사정문 앞 출근선전전을 시작으로 18일 오후 부산지방노동청 앞, 19일 남포동과 자갈치시장 일대에서 항의시위와 시민선전전을 펼쳤다.
대책위는 "가압류라는 족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남편들이 회사와 자신을 비관해 딴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또 가족이 잃은 웃음과 희망을 찾기 위해 미약한 힘이나마 이렇게 나서게 됐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노조간부 부인인 전미숙(30)씨는 "11개월째 월급과 상여금 가압류로 가정파탄 위기에 왔으며, 남은 것은 회사에 대한 적대감과 마이너스통장, 카드빚독촉뿐이다. 게다가 노조활동 시간은 임금에서 제외돼 3월 급여는 대부분 1만원에서 몇 십만 원밖에 안 돼 앞으로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회사측은 노조의 전면파업에 맞서 강제 월차사용과 무급휴가를 보내고 조합원 60여명을 5주간 용접교육과 2박3일 교육에 기존명단을 바꿔가며 투입했다.
이로써 한진중공업은 외주만 받는 휴업상태다. 이에 노조가족대책위는 "언제까지 회사가 휴업상태를 유지하는지 두고 볼 것"이라며 "손배·가압류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김인수 사무장은 "노용준 부지회장을 재차 해고시키기 위해 '소인사위원회'를 14일 강행한 데 이어 김주익 지회장을 포함한 8명의 노조간부도 17일부터 20일까지 잇따라 연다"며 이에 맞서 "2월21일 상경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한진투쟁이 사측의 교섭거부로 노조간부의 손배·가압류(7억4400여만원) 등 현안문제를 비롯, 2002년 임·단협 교섭조차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