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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작성일 2003.10.24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4009
< 민주노총 2003. 10. 24 성명서 1 >

-노동자의 극단적 항거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1.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한진재벌과 노무현 정권의 노동탄압에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채 일주도 안 돼 이번에는 같은 노조 이해남 세원테크지회장이 분신을 감행했다. 이 지회장은 현재 대구동산의료원 중환자실에 있으며, 온몸에 2-3도의 95% 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 지회장의 분신과 관련해 참담함을 가눌 수 없으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생명을 내던지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우리는 또한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항거하고자 했던 노동탄압, 그것을 밀어붙여온 기업주와 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울분을 참을 길 없다. 아울러 우리는 전체 시민사회에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내던지는 노동자가 왜 속출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 줄 것을 호소한다.

2. 이해남 지회장을 분신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자비한 노조탄압을 계속해온 세원자본과 그를 비호해 비상식적 공권력을 행사한 노무현 정권이다.
세원노동자들은 매일 특근과 잔업을 해도 한달 80만원밖에 손에 넣을 수 없는 저임금에 시달려왔다. 이렇듯 열악한 노동조건을 참다 못한 노동자들이 지난 2001년 10월 노조를 결성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사측은 150여명의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원을 현장에서 내몰았다. 또 2002년부터는 새 경영진을 영입해 '노조파괴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물량을 이원화하여 파업을 무력화하고, 대량 고소고발과 손배가압류를 통해 '노노갈등'을 유도해 노조를 탈퇴하고 퇴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3. 사측은 또 지난해 임단협 당시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회사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경찰을 투입해 회사밖으로 내몰았으며,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막기 위해 거대한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를 걷어내고 회사로 진입하려는 와중에 사측 구사대가 철제 갈고리를 매단 쇠줄을 절단하면서 조합원 고 이현중 씨가 두개골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고, 이 씨는 결국 오해 8월 그 후유증으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해남 지회장은 조합원들과 함께 고 이현중 씨의 죽음에 대해 사측이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며 본사인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두 달여 동안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그러나 사측은 고 이현중 씨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가운데서도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이해남 지회장은 분신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하고야 만 것이다.

4. 이해남 지회장의 분신을 결코 우발적 사태가 아니다. 이 지회장은 이미 몇 일전부터 노조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엔 제 차례가 될 것 같습니다"고 '중대결심'을 내비치면서 노조탄압 중단과 세원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사측과 정부는 "살아 숨쉬면서 참고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힘들고 괴롭다"는 한 노동자의 절규를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이렇듯 정부와 자본의 집요한 탄압, 철옹성 같은 냉담함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어디 이해남 지회장 혼자뿐이던가. 노무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만도 손배가압류를 비롯한 노조탄압에 항거해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대한화섬노조 박동준 사무국장,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그렇게 생명을 내던졌다. 정부와 자본이 노동탄압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더 많은 소중한 생명이 스러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5. 민주노총은 이런 상황에 직면해 정부-자본이 '개과천선'해 탄압의 고삐를 풀어주기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꽃다운 동지들을 또 떠나보낼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우리의 동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력히 투쟁하기로 했다.
이미 금속노조가 김주익 지회장 자살사태와 관련해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노총 또한 24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시작으로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등 각급 의결기구 회의를 긴급소집해 투쟁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는 당연히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더 큰 파국을 부르기 전에 손배가압류 제한입법 등 이미 약속한 조치를 이행하고,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노동탄압정책과 이미 이성을 잃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할 것을 정부와 자본에 촉구한다. 그 길만이 노동자들의 극단적 항거를 막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아울러 노동자들 또한 결코 탄압에 절망하지 말고 민주노총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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