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2003. 11. 11 성명서 1 >
할말이 많아서 슬픈 노무현이여
"분신을 투쟁수단…" "불법시위로 아무것도…" 이어
"민주노총 더 이상 노동운동단체 아니다" 극언 논란
1. 할말이 많은 대통령을 둔 노동자는 이랬다저랬다 심정이 복잡하다.
솔깃한 노동정책에 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던 대선 때나 집권 초기를 생각하면 언제였나 싶다. 불과 몇 달 뒤부터 수도 없이 들어야 했던 정반대 말을 되새기노라면 참 심정이 복잡하다. 잇단 노동자 분신자살 뒤 조금 조심하는 듯 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말문을 다시 연 지금 이 순간 이 땅 노동자는 한없이 착잡하다.
노대통령은 10일 아침에 수석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오후 4당 원내총무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하는 단체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사실이니 아니니 논란을 빚었다는 보도도 뒤를 잊고 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아침 발언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가 "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는 조직인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한 얘기나,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미뤄보면 괜한 논란은 아닌 듯 싶다.
노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르던 지난 4일에도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발언해 수많은 노동자와 국민들 심지어는 노사모 회원들과 공무원들까지 의아하게 했다.
노대통령이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 하는 단체가 아니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한 마디로 극언이다.
2. 말은 많이 하는 데 그 내용을 납득하기 어려워 더 심난하고 답답하다.
노대통령은 지난 8개월 동안 대기업 노동자들이 마치 떼돈이나 벌면서 이기주의에 빠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주범인 듯 말해왔다. 노동문제를 어설프게 알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산을 대표하는 대기업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21년 근속에 기본급 105만원 받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매 자살한 일에는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답답한 발언 외에는 없다.
10일 4당 총무회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대화를 안 하는 사태가 우려스럽다. 손배소 가압류 문제 등도 대화를 통해 개선돼야 할 문제 아니냐"며 민주노총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문제인 듯이 오늘의 노정 정면대결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는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 들어 대화를 거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취임 직전 직접 민주노총을 방문하겠다고 해 2월13일 산별 대표자까지 참석해 대화했고, 노동·건교·법무 등 관계부처 장관들도 공식 비공식으로 위원장이 직접 만났으며, 9월30일에는 노대통령 요청을 받아들여 단병호 위원장과 중앙임원들이 청와대에서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며 장시간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 11월6일 총파업 돌입 하루 전에도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그 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에도 여러 곳 성실히 참여하고 있고, 청와대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수시로 만나고 전화하며 해결책이 없는지 애써오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유불리를 떠나 대화내용 자체를 밖으로 옮기지 않는 등 대정부 대화의 기본을 지키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대화의지가 부족한 것은 정부 아닌가?
대통령 발언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점을 가리키는 것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집권 초기 노사정위 참여 문제를 공식 논의하겠다는 민주노총의 태도를 한 순간에 썰렁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6월 이후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파탄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노동정책 실패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로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대형화재(노동자들의 잇단 자살)가 났는데, 정부는 불끄는 일은 하지 않고 멀리서 불구경하면서 다시 불이 나지 않도록 안전대책(손배가압류와 비정규 관련 제도개선 추진)을 세우겠다(여섯 달 전에 한 말을 다시 되풀이한 것이고, 한나라당 동의를 받아야 하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는 얘기만 하고 있다. 대형화재가 난 동네(1,400억의 손배가압류와 비정규 차별에 시달리는 사업장)에 사는 사람들은 다 불에 타 죽으란 말인가? 이게 극한으로 치닫는 노동정국의 핵심 원인이다. 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책임을 넘기려는지 의아스럽다. 정말 민주노총이 대화에 나서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8개월 동안 그랬듯이 당장이라도 만나면 된다. 대신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면 맨 입으로가 아니라 노동정책에 절망해 죽어 가는 노동자들을 살릴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을 해결할 '희망'을 만들어 와야 한다.
3. 말은 많이 하는 데 실행에 옮기지 않아 절망감이 짙어간다.
노대통령은 지난 3일 노동관련 학계인사 등 24명과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동운동을 이끈 분들에 대해 인간적 애정이 깊다"는 등 노동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잘 해보고 싶은데 부딪힌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말로는 애정을 표시했는지 모르지만 실제 정책에서 애정을 느끼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정부 산하기관이 고용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 씨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며 분신자살한 일이 상징하듯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인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실현되지 않았으며,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제도개선책을 추진하면서 '애정'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무 강하고 이기적인 재벌과 사용주의 힘이 문제이니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자는 말은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해 노조를 더 밀어붙이자는 정반대 정책으로 돌변했다. '침 뱉은 것도 불법이고 살인도 불법인데 죄질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상식으로 이해되는 '불법파업이라도 폭력이 없는 파업은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말은 실행과정에서는 이틀에 한 명 꼴로 144명을 구속해 역대정권을 능가하는 노동자 구속으로 역실행 됐다. 손배 가압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은 정부 이름으로 철도노조에 75억의 손배소를 제기해 민간 사용주들의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 가압류를 다시 부르는 결과를 빚었다.
불과 8개월만에 개혁적 노동정책이 실종돼 아버지와 형 같은 노동자와 아들과 아우 같은 전투경찰이 거리에서 백병전을 치르는 지경에 왔는데도 할 말 많은 노대통령 어록에서 정부 책임을 언급한 구절은 없다.
오죽했으면 말과 행동이 다른 노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두고 "아내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폭력남편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4. 말 많이 한다고 다 '탈 권위'는 아니니 노대통령은 말을 줄여주기 바란다. 말을 할 때는 할 말 안 할 말 신중하게 가리고, 특히 '대통령'이 할 말인지 아닌지 꼭 생각해주기 바란다. 국민 앞에 한 말은 꼭 지켜주기 바란다. 그래야 대통령을 믿을 수 있다. <끝>
※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서로 남긴 노동자의 말
"대통령께서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 …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서 반드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10.23 분신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이 남긴 유서 '노무현 대통령께' 중에서)
"감히 제가 대통령에 또 한번의 근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로써 감히 상담을 하고자합니다. 저는 며칠 전 까지 만도 목포에서 공부방대표로 자원봉사를 하고있었습니다. … 전 공부방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의 평등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가르쳐온 내가 이런 현실에 복종하여 참아왔습니다.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학생들에게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제발 저의 고민을 들어주십시오. 현실을 참고 묵묵히 학생들에게 남아있어야 합니까? 아님 우리도 인간임을 외치며 우리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해야 합니까?"(10.26 분신해 10.31 사망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 씨가 노트북에 남긴 못다 쓴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께')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1년, 그런데 한 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팔십 몇 만원. 근속 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10.17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유서 중에서)
할말이 많아서 슬픈 노무현이여
"분신을 투쟁수단…" "불법시위로 아무것도…" 이어
"민주노총 더 이상 노동운동단체 아니다" 극언 논란
1. 할말이 많은 대통령을 둔 노동자는 이랬다저랬다 심정이 복잡하다.
솔깃한 노동정책에 기대감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던 대선 때나 집권 초기를 생각하면 언제였나 싶다. 불과 몇 달 뒤부터 수도 없이 들어야 했던 정반대 말을 되새기노라면 참 심정이 복잡하다. 잇단 노동자 분신자살 뒤 조금 조심하는 듯 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말문을 다시 연 지금 이 순간 이 땅 노동자는 한없이 착잡하다.
노대통령은 10일 아침에 수석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폭력시위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오후 4당 원내총무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하는 단체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사실이니 아니니 논란을 빚었다는 보도도 뒤를 잊고 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아침 발언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가 "노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는 조직인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한 얘기나, 이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미뤄보면 괜한 논란은 아닌 듯 싶다.
노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분신자살이 잇따르던 지난 4일에도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발언해 수많은 노동자와 국민들 심지어는 노사모 회원들과 공무원들까지 의아하게 했다.
노대통령이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운동 하는 단체가 아니다"고 말한 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한 마디로 극언이다.
2. 말은 많이 하는 데 그 내용을 납득하기 어려워 더 심난하고 답답하다.
노대통령은 지난 8개월 동안 대기업 노동자들이 마치 떼돈이나 벌면서 이기주의에 빠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주범인 듯 말해왔다. 노동문제를 어설프게 알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부산을 대표하는 대기업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21년 근속에 기본급 105만원 받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매 자살한 일에는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답답한 발언 외에는 없다.
10일 4당 총무회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민주노총이) 대화를 안 하는 사태가 우려스럽다. 손배소 가압류 문제 등도 대화를 통해 개선돼야 할 문제 아니냐"며 민주노총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문제인 듯이 오늘의 노정 정면대결의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는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무현 정부 들어 대화를 거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취임 직전 직접 민주노총을 방문하겠다고 해 2월13일 산별 대표자까지 참석해 대화했고, 노동·건교·법무 등 관계부처 장관들도 공식 비공식으로 위원장이 직접 만났으며, 9월30일에는 노대통령 요청을 받아들여 단병호 위원장과 중앙임원들이 청와대에서 예정시간을 훨씬 넘기며 장시간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 11월6일 총파업 돌입 하루 전에도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그 뿐 아니라 각종 위원회에도 여러 곳 성실히 참여하고 있고, 청와대나 관련 부처 관계자들은 수시로 만나고 전화하며 해결책이 없는지 애써오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유불리를 떠나 대화내용 자체를 밖으로 옮기지 않는 등 대정부 대화의 기본을 지키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대화의지가 부족한 것은 정부 아닌가?
대통령 발언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는 점을 가리키는 것이라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집권 초기 노사정위 참여 문제를 공식 논의하겠다는 민주노총의 태도를 한 순간에 썰렁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6월 이후 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파탄이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노동정책 실패 책임을 민주노총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손배가압류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로 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대형화재(노동자들의 잇단 자살)가 났는데, 정부는 불끄는 일은 하지 않고 멀리서 불구경하면서 다시 불이 나지 않도록 안전대책(손배가압류와 비정규 관련 제도개선 추진)을 세우겠다(여섯 달 전에 한 말을 다시 되풀이한 것이고, 한나라당 동의를 받아야 하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는 얘기만 하고 있다. 대형화재가 난 동네(1,400억의 손배가압류와 비정규 차별에 시달리는 사업장)에 사는 사람들은 다 불에 타 죽으란 말인가? 이게 극한으로 치닫는 노동정국의 핵심 원인이다. 왜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책임을 넘기려는지 의아스럽다. 정말 민주노총이 대화에 나서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으면 8개월 동안 그랬듯이 당장이라도 만나면 된다. 대신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면 맨 입으로가 아니라 노동정책에 절망해 죽어 가는 노동자들을 살릴 손배가압류 비정규차별을 해결할 '희망'을 만들어 와야 한다.
3. 말은 많이 하는 데 실행에 옮기지 않아 절망감이 짙어간다.
노대통령은 지난 3일 노동관련 학계인사 등 24명과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노동자는 물론이고 노동운동을 이끈 분들에 대해 인간적 애정이 깊다"는 등 노동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잘 해보고 싶은데 부딪힌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말로는 애정을 표시했는지 모르지만 실제 정책에서 애정을 느끼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정부 산하기관이 고용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 씨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며 분신자살한 일이 상징하듯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인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실현되지 않았으며, 비정규직을 더 늘리는 제도개선책을 추진하면서 '애정'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너무 강하고 이기적인 재벌과 사용주의 힘이 문제이니 노사간 힘의 균형을 맞추자는 말은 사용자 대항권을 강화해 노조를 더 밀어붙이자는 정반대 정책으로 돌변했다. '침 뱉은 것도 불법이고 살인도 불법인데 죄질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소박한 상식으로 이해되는 '불법파업이라도 폭력이 없는 파업은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말은 실행과정에서는 이틀에 한 명 꼴로 144명을 구속해 역대정권을 능가하는 노동자 구속으로 역실행 됐다. 손배 가압류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은 정부 이름으로 철도노조에 75억의 손배소를 제기해 민간 사용주들의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 가압류를 다시 부르는 결과를 빚었다.
불과 8개월만에 개혁적 노동정책이 실종돼 아버지와 형 같은 노동자와 아들과 아우 같은 전투경찰이 거리에서 백병전을 치르는 지경에 왔는데도 할 말 많은 노대통령 어록에서 정부 책임을 언급한 구절은 없다.
오죽했으면 말과 행동이 다른 노대통령의 노동정책을 두고 "아내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폭력남편과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4. 말 많이 한다고 다 '탈 권위'는 아니니 노대통령은 말을 줄여주기 바란다. 말을 할 때는 할 말 안 할 말 신중하게 가리고, 특히 '대통령'이 할 말인지 아닌지 꼭 생각해주기 바란다. 국민 앞에 한 말은 꼭 지켜주기 바란다. 그래야 대통령을 믿을 수 있다. <끝>
※ 노무현 대통령에게 유서로 남긴 노동자의 말
"대통령께서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요? …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서 반드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10.23 분신해 사경을 헤매고 있는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이 남긴 유서 '노무현 대통령께' 중에서)
"감히 제가 대통령에 또 한번의 근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버지를 여읜 저에게는 대한민국의 아버지로써 감히 상담을 하고자합니다. 저는 며칠 전 까지 만도 목포에서 공부방대표로 자원봉사를 하고있었습니다. … 전 공부방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의 평등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걸 가르쳐온 내가 이런 현실에 복종하여 참아왔습니다. 인간대접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학생들에게 인간답게 사는 것을 가르치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제발 저의 고민을 들어주십시오. 현실을 참고 묵묵히 학생들에게 남아있어야 합니까? 아님 우리도 인간임을 외치며 우리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해야 합니까?"(10.26 분신해 10.31 사망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석 씨가 노트북에 남긴 못다 쓴 편지 '노무현 대통령님께')
"노동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나라, 그런데도 자본가들과 썩어빠진 정치꾼들은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 이 회사에 들어온 지 만 21년, 그런데 한 달 기본급 105만원. 그중 세금들을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팔십 몇 만원. 근속 년수가 많아질수록 생활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할텐데 햇수가 더할수록 더욱 더 쪼들리고 앞날이 막막한데, 이놈의 보수언론들은 입만 열면 노동조합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니 노동자는 다 굶어죽어야 한단 말인가."(10.17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유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