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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보도

[성명]동아일보 '노동자 때리기' 적자경영 타개책인가

작성일 2003.11.28 작성자 교육선전실 조회수 3430
< 민주노총 2003. 11. 28 성명서 2 >

동아일보 '노동자 때리기' 적자경영 타개책인가

1. 동아일보 노동보도가 가관이다. 11월28일자 초판 보도는 말 그대로 '노동자 때리기' 저질 보도로 가득하다. 얼마나 '노동적대'가 심하면 하루치 신문을 이렇게 도배할 수 있을까.
우선 2면 사설 <민주노총, 부안에 끼어들지 말라>에서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은 노동문제와 상관없는데 왜 끼어들려 하느냐, 화염병 볼트너트 과격시위를 부안에 옮겨놓으려 하느냐'고 뭇매질했다. A29면 머리기사에서는 한국이 OECD국가에서 두 번째로 비정규직 활용하기 좋은 나라라는 세계은행그룹 발표 보도기사 내용을 <한국은 정규직 해고 어려운 나라>라는 특이함을 넘어 기이한 제목을 달아 내보냈다. A30면 <서울 도심집회 너무 시끄럽다>에서는 26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민주노총 집회와 전교조 집회 등 노동자 집회를 집중 거론하며 경찰과 경찰행정학 교수 말을 빌어 '강한 공권력 행사'와 '집회 소음규제 집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썼다. A31면 <내일 부안 반핵집회 민주노총 참여할 듯>이란 상자기사에서는 29일 부안집회에 민주노총과 농민단체들이 참여할 예정이라며 경찰 입을 빌어 '시위가 격렬해질 것'이라 하고, 전북도와 부안군 이름을 빌어 '부안군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동계 등 외부단체는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동아일보는 초판 이후에 사설을 빼버렸고, A29면 제목도 <한국은 비정규직 활용 쉬운 나라>로 바꿨지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2. 우리는 동아일보에게 '수구가 진보를 비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소한의 수준은 유지해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아무리 수구언론이라지만 언론이 갖춰야 할 기본 수준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노총 보고 왜 월급 올리는 일이나 하지 이라크 파병, 부안 핵폐기장 반대,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에 끼어드느냐는 식의 비난은 스스로 노동문제에 얼마나 무지한 지를 자랑하는 일밖에 안 된다. 본문 기사도 읽어보지 않은 듯 한 정반대 제목은 노동자 때리기에 몰두하느라 신문기사 제목뽑기의 기본도 잊은 듯 하다. 수구언론이면 집회에 따른 시민불편이나 경찰부상은 대문짝만하게 다루면서 정작 왜 집회를 하는지 경찰폭력으로 희생당한 노동자들은 없는지 아예 눈길을 주지 않아도 되는가? 80년 광주학살 당시 '외부 불순분자의 개입'을 들먹이던 그 버릇 그대로 '2003년 부안'을 그리는 동아일보에게 '검은 벌레가 우글거린다'는 계엄령 없는 계엄통치로 얼룩진 '부안의 밤'은 남의 나라 일인가.

3. 우리 기억에 동아일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해 다른 수구언론에 질 세라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합법화 뒤에도 마찬가지로 유독 전교조와 민주노총 매질하는 사설이 많았던 게 동아일보 사설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만하다. 물론 그 논법과 내용의 깊이는 허황된 '제3노총론'에서 보듯 볼품 없지만 말이다.
최근 한 논설위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사회여론화 돼 투쟁의 목적을 충분히 이뤘는데 왜 민주노총이 계속 투쟁하는지 알 길이 없다면서 '내년 총선용'으로 투쟁을 계속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시론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 손배가압류 문제는 언론에 굉장히 많이 났다. 동아일보야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분신자살 때의 지독한 무관심과 10월 줄이은 노동자 자살 항거 때 잠깐의 관심 외에 무심하기만 했지만 다른 언론사들이 많이 다뤄준 덕이다. 그러나 언론에 났을 뿐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투쟁은 계속되는 데 갑자기 총선용 투쟁이라니, 풍부한 상상력은 사줄 만 하나 참으로 기이한 논리다.([광화문에서]노동운동, 순수해야 한다 2003.11.13. 이진녕 사회2부장)
어떤 논설위원은 전태일 열사를 들먹이며 전태일은 준법의식이 투철한 '준법 운동가'였다고 역시 특이함을 넘어 기이한 논리를 편 뒤, 민주노총은 전태일의 준법의식을 배반하고 불법 폭력시위를 일삼는다고 나무랐다. 심지어 "전씨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하루 전날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을 찾아가 '비폭력 시위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폭력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말했다"는 출처불명의 이야기를 끌어댔다. 동아일보는 이 이야기를 확인해봤나? "전태일 정신 계승을 운위하기 전에‘전태일 평전’을 오늘의 현실과 비교하며 꼼꼼하게 읽어 볼 필요가 있다"는 대목에서는 노동문제에 무지한 엘리트의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오늘과 내일]민주노총과 전태일, 2003.11.19. 황호택 논설위원)

4. 동아일보 논조를 좌우하는 사주가 친일지주 동아일보 가문의 후예이고, 고위간부들 또한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자유를 외쳤던 동아투위 기자들의 희생을 외면했던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들에게 집회 시위는 친일신문 때부터 불온한 것이며, 소작쟁의에 이어 노동쟁의는 게을러터진 아랫것들의 하극상이란 적대감이 몸에 배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좋은 대학 나와서 한 번도 배고파 울거나 좌절을 겪지 않았던 엘리트들에게 노동적대감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최근 동아일보가 노동문제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적대감은 그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 왜 이러는가? 경영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달해 회사의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가? 더구나 경기침체와 신문과다경쟁으로 광고시장이 얼어붙자 광고를 더 따내기 위해 광고주들 입맛 맞추려 고강도 노동자 때리기에 나서는 것인가? 아무리 적자경영 타개책으로 광고주 입맛 맞추려 한다 해도 최소한 기본 수준은 갖춰야 할 것 아닌가.

5. 우리는 사실 동아일보 같은 수구언론의 뭇매질을 견디며 여기까지 왔다. 전태일이 죽어갔던 개발독재 때는 물론이고 80년대 군사독재 때나 그 뒤에도 동아일보는 줄곧 노동자 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수구언론과 독재정권 재벌에 맞서 여기까지 발전해온 노동운동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솔직히 동아일보의 앞날을 장담 못한다. 아마도 이 정도의 경쟁력으로는 과연 다른 '수준을 갖춘' 수구언론들과의 첨예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아일보가 계속 이런 식으로 저질 '노동자 때리기' 보도를 계속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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