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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인정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건설노조

레미콘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 목숨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건설노조 경기건설기계지부 동양광주분회 신동식 분회장과 조합원 등 2명의 노동자가 21일 밤 12시를 기해 경기도 광교신도시 경남기업 아너스빌 공사현장에서 65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오른 것.

공교롭게도 농성에 돌입한 오늘 새벽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져 농성자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낮부터는 현장에 눈바람이 몰아쳐 바로 앞 시야도 구분이 어려울 지경이다.

신 분회장 등 레미콘노동자 2명은 별다른 농성준비조차 갖추지 않고 타워에 올랐다. 20m 높이 타워박스 안에는 의자가 놓여 있고, 앉아서도 다리를 뻗으려면 크레인 문을 열어야 할 정도로 협소하다.

두 사람이 들어가 몸을 똑바로 펼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이라 퍼붓는 눈발과 추위를 피해 번갈아 크레인 박스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나이 쉰을 넘긴 늙은 레미콘노동자들의 사투가 22일 오후 3시30분 현재 16시간 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에 돌입한 것은 재계 43위의 굴지의 기업 ‘동양’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계약을 해지하며 부당해고를 통한 노동자 살인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양광주분회 조합원 56명은 지난해 7월31일자로 고용계약이 만료됐지만 자동갱신계약 조항에 의해 올해 7월까지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됐다. 그러나 동양 사측은 고용계약이 연장된후 4개월이 넘은 상황에서 갑자기 노동조건 하락을 강요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원계약해지하겠다고 나섰다.

사측은 운반비(임금) 25% 삭감, 조출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 폐지, GPS 장착 등을 강압하고 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11월부터 동양광주 물량을 다른 회사로 빼돌려 일거리를 줄였다.

동양 사측은 또 지난해 12월1일부터 외부에서 용차(대체차량)를 불러들여 기존 노동자들 임대료보다 더 높은 운반비를 지불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 운반비를 삭감해야 한다”던 회사가 현재 벌이고 있는 행태다. 동양광주 노동자들은 사실상 해고를 당한 셈이다.

노조는 부당해고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 본질은 노조를 파괴하려는 회사 측의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판단이다. 회사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파업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곳 현장에서는 레미콘기사 56명이 풀가동하며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루에 1,000루베(1루베=1m³)를 작업하는 것이 정상이었다면 회사가 대체차량을 투입해 한다는 작업량이 하루 용차 2~3대를 불러들여 20~30루베 정도를 작업하는데 불과했기 때문이다.

영업직 직원들도 아예 손을 놓고 있으며, 사측은 그나마 확보했던 영업량을 다른 공장으로 넘겨버렸다. 노조가 이에 휘말리지 않자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예 대놓고 작업을 중단했다.

노조는 겉으로는 대체차량을 투입해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이는 노동자들을 자극해 싸움을 붙이고 문제를 일으켜 이를 빌미로 형사처벌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음모라고 판단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태가 이른바 특수고용직이라는 이름하에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불리한 조건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무기삼아 극단적 노동탄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체결된 운반도급계약서는 아직 유효하다. 또 그에 따라 공장에서 출하되는 레미콘을 운반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러나 동양자본은 고의적으로 조합원들에게서 물량을 뺏고 외부 용차를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수차례 항의집회와 면담을 진행하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또 노조가 한 발 양보하는 중재안도 수차례 낸 바 있다. 그러나 회사는 자신들 요구만을 강압하며 노동조합 제안을 번번이 묵살했다.

쉰이 넘은 몸으로 65m 높이 철제 구조물에 오른 레미콘노동자들은 부당해고 살인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수십 년 처자식을 먹여살려온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또 피땀을 바쳐 일궈온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동양광주레미콘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벌써 6개월 째 임금을 못 받고 있다. 조합원 평균 연령이 48세이고 50대 노동자도 부지기수인 만큼 모든 조합원들이 극심한 생계압박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노조는 동양레미콘이 대화를 통해 조속히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번 문제를 분회 차원이 아닌 건설노동자들 전체가 나서는 투쟁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오는 27일 민주노총 총력투쟁 선포대회에 앞선 사전집회를 동양자본 계열사인 동양창업투자(강남 테헤란로) 앞에서 열고 동양레미콘 규탄집회로 열 계획이다.

4월 말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건설노조는 총력투쟁 시한까지 동양레미콘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국 확대간부 1만5천명 이상이 결집해 동양자본 응징투쟁을 병행키로 했다.

<홍미리기자/노동과세계>